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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회]나를 찾아 떠난 여성주의 집단상담
    2013-05-07 02:25:41
  • 1) 아내와 엄마가 아닌 나의 외출, 10년만의 외박과 자기만의 방

     

    “나를 찾고 싶다”, ‘아이와 남편과 관련이 없는 나만의 모임에 간다...’ 참가자O는 그 곳에 가면 나를 찾을 것 같다는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 같이, 마치 중요한 회의에 가듯이 정갈하고 깍듯하게 옷을 차려입고 집단상담모임으로 향했다.

     

    집단상담에서 그녀는 헤스티아 여신의 원형의 현현이었다. 어릴적부터 내향적이면서 명상과 기도가 그냥 좋았다. 헤스티아는 그리스신화의 여신 중에서 유일하게 페르소나를 가지지 않은 여신이면서 가정과 신전에 정신적 중심으로 둥근 화로 한가운데 불타는 신성한 불길 같은 존재이다. 그녀는 헤스티아 여신이 페르소나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이게 웬일이냐 싶었죠. 내가 어릴 적부터 나는 왜 이러지? 했던 부분들을 헤스티아 여신이 너 잘못된 것이 아니라 너의 성향이야”라고 말 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 지혜로운 할머니의 원형이기도 한 늦게 깨어나는 헤스티아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나도 나이가 들면 온전한 인간으로 삶을 영위하겠구나라는 위안과 희열감을 맛본다.

                                                       ▲헤스티아 여신(출처:http://blog.naver.com/realt518/140165308706)

     

    참가자O는 요즘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자신에 대하여 “무슨 걸음마하는 것 같은 거예요. 애기가 한발 한발 내딛고 해보니까 되네. 해보니까. 사람들이 날 좋게 생각하네. 이게 나쁜 게 아니네. 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되죠” 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감정이나 의견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나를 안 좋게 보거나 과소평가할거라고 생각했다.

     

    집단상담에서 꿈을 해석하는 것에 신기한 매력을 느낀 그녀는 시민단체 꿈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공부를 하게 되면서 1박2일 워크숍에도 참석했다. “10년? 9년, 결혼하고 처음이죠. 너무 좋았죠. 완전히, 완전히. 근데 부작용인지 좋은 건지 모르겠는데... 사실은 마음이 혼자 원룸이라도 얻어서 살고 싶다, 이 마음이 올라오는 거야. 안돼 안돼 안돼 이건 아니야... 방을 따로 만들었어요. 내 방을... 희열, 그동안 내 공간을 왜 안 만들었나 몰라”

     

    내 방만큼은 널부러지게 해 놓는다. 예전에 결벽증세가 있던 그녀는 집에서 다른 공간은 깔끔하게 각을 잡아놓아야 한다. “내 공간은 내가 감당하니까, 옷도 막 널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고, 내 꺼자나.”라며 그녀는 웃는다.

     

    집단상담은 그녀에게 나를 좀 더 들여다보고 나의 그릇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작업이자 미래를 위한 발판이었다. “건강하고 안전한 경험... 힘을 얻었어요. 아직은 이것도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점점 커져가는 내안의 에너지를 느낍니다...” 조심스럽게 한발씩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2) 여성이기에 겪은 상처를 같이 쓰다듬고 함께 치유되는

     

    “언젠간 성관계에서 폭력이나 착취, 고통, 공포 말고 다른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참가자G는 아동기 성폭력 피해의 고통이 지금까지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단에는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이 있고, 어떤 여성은 피해자나 희생자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생존자로서 멘토가 된다. 그 과정은 서로에게 자신감과 위로와 연대감을 주게 된다. ‘피해와 고통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피해를 넘어 상처를 힘으로 바꾸어 낼 수도 있구나’라는 알아차림의 순간이 온다. 몸에 상처와 흉터가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자유로이 사는 것처럼, 피해의 경험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다른 여성의 “자유로움”을 통해 자기 문제도 풀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도 나와 같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난 정말 많이 울었다.” 참가자A는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던 상황들, 여성자신의 문제로 발생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였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된다. 감추고 싶었던 무력함과 욕망을 드러내도 평가절하 되거나 비하되지 않은 것, 자기의 약함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수용되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성폭력에 대해 나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성폭력 경험이 있지만 결혼도 하고 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신 두 분의 선배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아이는 낳을 생각은 없지만 언젠가 저도 결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간 성관계에서 폭력이나 착취, 고통, 공포 말고 다른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참가자G).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도 나와 같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난 정말 많이 울었다. 나 뿐 만이 아니구나... 나를 향해 칼을 겨누었던 내 자신의 모습에서 좀 더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함께 눈물을 흘려서 더욱 뜻 깊었던 것 같다(참가자A).

     

    참가자E는 다른 여성의 경험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집단응집성을 통해 억압된 정서가 표출되고 깊게 공감하면서 치유의 힘이 발휘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집단참가 여성에게서 그림자를 보게 된 것도 자기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참가자C는 “제 그림자는 그녀들 모두입니다. 다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같은 그녀들”이라며, 고통과 슬픔과 기쁨과 희망을 노래하는 그녀들이 타인이 아니라 모두 ‘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안에 무수한 그녀들을 보는 것은 나를 확장하는 것이며, 나와 타인의 실질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연결의 체험이다.

     

    가족사, 성폭행의 경험, 그림자의 경험 등에서 서로 깊게 공감하는 경험을 가지게 되었죠. 집단에서 공감은 굉장히 중요한 에너지인 것 같아요. 한 분이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를 통해 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 때의 상처를 같이 쓰다듬게 되죠. 그러면서 함께 치유되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집단 여성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그림자를 제가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더 극명하게 내가 쓰고 있는 그림자의 여러 유형을 보았어요(참가자E).

     

    제 그림자는 그녀들 모두입니다. 다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같은 그녀들에게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혼자 외따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을 때, "왜 나만 이렇게 늘 힘들고, 피곤한거지? 왜 나는 남들처럼 그저 조용히 살지 못하나? 기준 이하잖아!" 했었는데 이 작업을 통해 나만 특별히 힘든 게 아니고, 나만 별 다른 게 아니고, 결국 다 비슷하게 아프고 힘들었구나... 힘을 얻었어요(참가자C).

     

                                                                             ▲무한의 그림자(출처:네이버)

     

    3) “괜찮아, 괜찮아”하며 동굴 속의 나를 꺼내 아름다움을 깨워주는 존재들

     

    여성이면서 여성에 대해서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는 어렵다. 자기가 자기를 부정하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참가자O는 “사실 여성들에 대해서 약간에 불신이 있었거든요. 고정관념이랄까? 여성들은 잘 삐지고 말 많아서 남의 뒷얘기를 놀이삼아 하는 사람으로 분류”했다고 말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며 여성은 보잘 것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로부터 무력감을 학습하게 된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을 좋아하거나 신뢰하기 어렵다.

     

    사실 저는 여성들에 대해서 약간에 불신이 있었거든요. 고정관념이랄까? 여성들은 잘 삐지고 말 많아서 남의 뒷얘기를 놀이삼아 하는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안전함을 경험했고 여성들의 솔직한 마음들을 들을 수 있었고 여러분들께서 함께 공감해주며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눠주셔서 예전의 고정관념이 거의 없어졌고 다른 모임에 가서도 나를 보호하던 방패막을 거둔 채 사람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집단상담경험이 나에게 있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어 주리라 믿고 있어요(참가자O).

     

    여자친구들 사이나 여성들 간에 정서적 교감이 풍부한 관계를 경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참가자K는 이번 집단과정에서 자기가 여성들이 표출하는 분노의 희생양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참가자Q는 사춘기 시절 여성적 특질로 인해 또래 여성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감정을 억압해온 K도, 감정적이고 예민하고 수용적인 Q도 여성들 사이에서 공감 받거나 인정받거나 수용된 경험이 없다. 양극에 놓여 있는 K와 Q는 집단에서 서로의 그림자를 보았고, 그것은 이 사회에서 여성집단이 배척하면서도 가지고 싶은 양극단의 그림자였다. K는 이번 경험을 통해 자신을, 여성을, 인간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Q는 여성들에게 수용 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바라보면서 여성들이 경계가 아닌 관계로 공명하고 있음을 느낀다.

    참가자L이 말하듯이 이 과정은 동굴 속에 숨어 있는 내 안의 아마테라스 여신을 꺼내주며 “괜찮아, 괜찮아”하며 서로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집단 상담 과정에서 한 순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여성적인 힘들의 분노가 갑자기 표출되면서 그것이 내게로 향해져 올 것 같은, 내가 이 집단의 희생양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대체로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약간의 두려움이 있어왔던 것 같다...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내게 공감의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마음을 드러내야하고 자기를 내보여야 하고 서로 내보인 감정들끼리 공감이 오가야하는 여성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오롯이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집단 경험 자체가 나에게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긴장감이 있었고 두려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번 경험 덕분에 나는 나를, 여성을, 인간을 예전보다는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참가자K).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여성들에게 지지받거나 수용 받은 기억이 없거든요. 오히려 사춘기 시절에 또래 친구들로부터 당했던 왕따 경험 등은 여성들에 대한 불신을 키운 사건으로 작용했어요... 그러다보니 저는 여성들에게 수용 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있었어요... 근데 이번 집단을 통해서 저는 이 집단이라는 안에 내가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경계가 아닌 관계로서, 그 안에서 공명한다라는 그런 느낌...(참가자Q).

     

    서로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보기도 하는 거울 역할도 하구요. 집단상담 중에 항상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다른 집단원을 통해 내 모습이 보인다라는... 일본의 신화처럼 동굴 속에 숨어있는 나를 동굴 밖으로 꺼내 주고 “괜찮아, 괜찮아”하며 나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존재들이었지요!!(참가자L).

     

    참가자M은 동성끼리 관계가 서로 적대시 하며 질투의 감정으로 발현될 때도 있지만 다른 여성을 자신으로 받아들이고 동일시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참가자J의 경우에도 여성들보다는 남성들과의 관계가 편했다. 여성들 간에는 미묘한 심리적 파장이 일어서 피곤했기 때문이다. 여성주의 집단상담에서 협력적이고 공감적이며 평등한 관계를 구축하는 경험은 여성을 재평가 하게 하는 힘이 된다.

     

    여성들보다는 남성들과의 관계가 훨씬 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여성들끼리 모이면 미묘한 심리적 파장들이 일고 불편하고 피곤하게 느껴지는 적이 많았다. 그리고 남성들과는 거의 부딪친 경험이 없는데 항상 여성 중 누군가와는 갈등이 발생하곤 했다. 그래서 여성들끼리 모이는 이 집단이 어떨지 약간은 신경 쓰이기도 했다... 즐거움과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진행자로서의 권위라든가, 거리감을 느낄 수 없이 일체화되어 같이 고민하고 울고 웃을 수 있어서 더욱 편했던 것 같다(참가자J).

     

    동성의 감정이 서로를 적대시 하며 시기 질투로 발현될 때도 있겠지만 이번처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드리고 동일시하는 그런 느낌도 나에겐 감동이었고 위로의 자리였던 것 같다(참가자M).

     

    “여성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와 세상을 들여다보니 명료하게 다가오는 깨달음들이 있었어요. 여성성을 부정하고 탄압해온 역사,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 있는 남성 위주의 관습, 사회 구조를 알지 못하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참가자B는 집단에 참여하기 전에 여성주의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여성이라는 조건을 부각해서 생각하면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집단상담을 통해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 맺음은 자기 자신만의 시각을 넘어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자기와 여성에 대한 혐오는 여성적인 가능성에 대한 신뢰와 부드러움에 대한 매혹으로 변화한다.

    집단원들은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의 약함을 드러냄으로써 여성으로서 자기를 포기하지도 않고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체험한다. 무의식에 있는 여성적인 표상과 감정들이 긍정되면서 여성존재의 다양한 차원들이 빛을 발하고 여성간의 연대감이 꽃피운다.

     

    여성이라는 조건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 한쪽으로 치우치고, 남자들과 함께 살아야하는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거라는 불안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성주의 상담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요. 그런데 이 모임에서 나는 여성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와 세상을 들여다보니 명료하게 다가오는 깨달음들이 있었어요. 여성성을 부정하고 탄압해온 역사,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 있는 남성 위주의 관습, 사회 구조를 알지 못하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었어요... 내가 살아온 방식, 가치관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 않았어요... 어느 날인가부터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면서 참 이상하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참가자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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