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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회]웅녀, 이브, 판도라 II
    2012-10-15 12:55:18
  • -모호한 신: 환웅 (Ambivalent God: Hwan Ung)

     

    아직까지 이 신화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남성인물들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조건을 감안한다면 그리 이상한 현상도 아니다. 이 신화에는 3명의 남성인물들이 등장한다; 환인, 하늘에 있는 최고의 신, 환웅, 지상으로 내려오는 환인의 아들, 그리고 단군, 한민족 최초의 통치자가 되는 환웅의 아들. 이 신화는 국가의 건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한국의 건국신화로 불리우고 있다.

     

    여기서 우선 지적되어야 할 점은 이 신화에는 보편적인 창조신화의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한민족의 기원을 이야기하지만 세상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상은 이미 거기 존재하고 있었고 이제 시작되는 것은 국가의 건설이다. 중국도 우리와 같이 우주생성론의 부재를 공유하고 있다(absence of cosmogony).⑯ 한국문화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잘 알려져 있으며 중국은 한민족에게 불교와 도교 그리고 유교를 전파한 주요 원천이었다. 유사한 방법으로 일본은 한국을 통해 다른 문화, 특히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였다.

     

    알타이 언어 사용 민족의 신화


    그렇지만 중국과 달리 일본은 풍부한 신화적 전통을 만들어내고 보존하였다. 그들의 신화는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시작된다. 일본 신화의 두가지 주요한 원천은 ‘고지기(고대의 기록 712 A.D.)’와 '니혼기(일본의 연대기 720 A.D.)'이다.⑰ 제목이 말해주듯이 그것들은 구전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일본 고유의 전통 설화들을 기록한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기원신화들을 검토한 끝에 나는 중국과 일본 모두 한국의 웅녀신화와 상응하는 신화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로 몇 명의 한국 학자들은 이 신화가 한국 고유의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삼국유사에 나타난 삼국시조들의 난생신화는 중국 왕들의 탄생신화와 매우 유사하다.

     

    저명한 세계적 신화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는 알타이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신화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 하늘신에 대한 믿음(the belief in a celestial god); 인간의 통치(sovereign of mankind); 특정한 형태의 우주생성론(a specific type of cosmogony); 동물과의 신령스러운 연대(mystical solidarity with animals); 그리고 샤마니즘(shamanism).⑱

     

    한국의 웅녀신화에는 엘리아데가 관찰한 다섯가지 특성이 모두 존재한다 - 하늘신 환인과 환웅, 단군의 통치, 우주생성의 부재, 신과 동물의 신령스러운 결혼, 세상의 중심으로서의 성스러운 장소에 대한 샤마니즘적인 믿음 - 따라서 이 신화는 한국에 정착한 알타이 언어 사용민족에 의해 유래된 것 같다. 알타이 언어 사용 인구는 시베리아, 볼가지역, 중앙아시아, 중국 북부와 북서부, 몽골, 터키 등 방대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알타이 언어의 세가지 주요한 뿌리는 터키어, 몽골어, 만주퉁구스어이며⑲ 한국어는 알타이 언어 그룹 퉁구스어에 속한다.

     

    한국의 고고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한민족의 선사시대에 관해 다음의 점들에 동의한다: 1) B.C. 4000년경 신석기시대의 인류가 한반도에 살았고 고시베리아인 혹은 고아시아인으로 일려진 이들이 신석기시대 초기의 유적들을 남겼다; 2) B.C. 2000년경 만주 남서부에서 옮겨온 퉁구스족(북부 몽골)이 한반도에 정착해 갈이농업을 발전시켰다; 3)퉁구스족과 고시베리아인들의 오랜 통합과정에서 한민족이 유래하고 한민족의 문화가 형성되었다.⑳

     

    ‘단군’이란 단어의 의미와 기원


    엘리아데에 따르면 알타이언어 사용인구의 신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이 알려진 신은 ‘탱그리(Tangri)'이다. ’탱그리‘라는 말은 ’신(god)‘과 ’천국(heaven)‘을 의미하며 투르크어와 몽골어에 속하고 ’탱그리‘라는 단어는 성스러운 것을 표현할 때 사용되었다. 세상과 사회의 구성과 인간의 운명은 ’탱그리‘에 달렸다. 따라서 모든 왕은 반드시 하늘로 부터 통치권을 수여받아야 하기 때문에 ’탱그리‘ 숭배는 통치자들에 의해 최강의 형태로 온전하게 유지되었다. ’탱그리‘의 경우 그는 하늘에 있는 유일한 신이 아니다. 다른 신들과 동화하거나다른 신으로 증식되는 것은 그의 존재의 또 다른 특성이다. 몽골족은 99명의 ’탱그리‘신을 갖고 있는데 그들 모두 각자의 고유한 이름과 엄밀한 기능을 갖고 있다.

     

    최남선은 ‘단군급기연구(檀君及其硏究)’에서 언어학적 분석과 민속학의 도움을 받아 이 신화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였다. 그는 몽골족의 ‘탱그리’ 개념에 가장 주목하였고 그것을 단군 신화에 적용하였다. 최남선에 따르면 단군신화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는 ‘단군’이라는 단어에 있다. 그는 단군이라는 용어가 고대 한국어의 ‘태가리’ 또는 ‘타갈’에서 유래했다고 믿었다. 한국어가 속한 알타이언어 사용그룹 중 몽골족과 흉노(匈奴)족 말에서 ‘탱그리’나 ‘통골’은 천국이나 샤만을 뜻했다. 또한 ‘당골’ 또는 “당골래‘는 한국의 지방들에서 1900년대까지 여전히 샤만(무당)을 의미했다. 현대 한국어에서 ’대가리‘라는 말은 머리를 의미한다. 단군이 고대 한국의 무당-통치자의 직함이라고 확신한 최남선은 단군신화가 샤마니즘이 공동체를 이끄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고대 한국 사회의 유산이라고 주장하였다.

     

                                                                                   ▲최남선
     

    신화 속 단군의 할아버지이면서 동시에 하늘에서 가장 높은 신의 이름은 환인이다. ‘환(桓)’은 ‘빛’ 또는 ‘밝음’을 뜻하고 ‘인(因)’은 ‘시초’, ‘기원’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의 이름의 의미는 모든 것이 그를 통해, 그로부터 기인한다는 뜻이다. 환인의 아들, 환웅(桓雄)이 성스러운 그의 성 ‘환’을 아버지와 공유하지만 그의 이름 ‘웅(雄)’은 단순히 수컷, 남성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상에 내려온 최초의 신은 남성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화 텍스트에는 환웅이 첩의 아들을 의미하는 ‘서자(庶子)’라고 기록되어 있다. 아들로서의 그의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쓰여진 ‘서자’라는 말은 본부인이나 또는 첫째 부인의 소생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로 인해 혼란을 느낀 한국의 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논란을 벌였다. 이 문제에 대해 논란을 벌인 학자들은 대체로 ‘서자’라는 단어가 ‘첫째 아들’이 아니라는 아들의 순서를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데 동의했다. 그들의 주장은 지상의 인간관계를 천상의 신들의 관계에 적용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 학자들이 이 논쟁을 통해 이뤄내는 것은 환웅의 지위를 첩의 아들인 ‘서자’의 신분에서 본부인의 아들로 격상시킨 것이었다.

     

    환웅과 프로메테우스

     

    가문의 첫째 아들이 누리는 특권적 지위는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아주 오랜 전통이다. 첫째 아들은 가문의 재산 중 가장 많은 분량을 물려받으며 가문의 가계를 이어간다. 1990년까지도 가문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특별한 법적 제도인 ‘호주제’가 존재했고 오직 첫째 아들만이 ‘호주’가 되는 권리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아들의 지위는 그가 태어난 순서만이 아니라 어머니가 누구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본부인과 첩실의 구분은 다양한 첩의 아들들의 사회적 신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마지막 왕조인 이조시대에는 모든 첩의 자손들과 재혼한 여성들의 자손들은 과거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금지되었으며 그 결과 정치적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권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했다.

     

    현대의 학자, 황도광은, 아직까지 내가 알고 있는 한, 본부인의 자식이 아닌 서자로서 환웅의 지위를 공공연하게 인정한 최초의 학자이다. 황도광은 환웅을 인간을 위하여 하늘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준 그리스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비교한다. 황도광의 견해에 따르면 농업을 관장하는 ‘풍백(風伯)’과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지상에 내려온 환웅은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영웅적 신이다. 황도강은 또한 환웅의 하강을 낙원에서 추방된 히브리신화의 아담과 이브에 비교한다. 그러므로 황도강의 견해에 의하면 ‘서자’로서의 환웅의 지위는 영웅으로서 그의 반항적인 특성을 설명해준다.

     

    나는 ‘서자’에 대한 해석을 놓고, 환웅의 탄생 순서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국 학자들의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환웅의 하강은 첩의 자식인 ‘서자’로서의 그의 지위와 더불어 하늘과 땅의 위계질서를 분명하게 한다. 환웅은 하늘의 가장 높은 신인 그의 아버지 환인과 인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동물들, 곰과 호랑이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의 지상으로의 하강은 어떤 종류의 정당화라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가 본부인의 아들 중의 하나이던지 아니면 첩의 아들이던지 간에, 그는 반드시 하늘에 남아 있는 다른 아들들보다 열등한 지위를 가져야만 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모든 인간사를 관장하고 개입하는 전지전능한 신으로 그를 다른 인간들과 구별시키는 절대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다. 그는 ‘풍백’과 ‘우사’ 그리고 ‘운사’를 거느리고 내려 왔는데 그들은 모두 날씨와 관련돼 있는 농사에 아주 중요한 것들이다. 한국사람들에게 바람과 물은 가장 중요한 자연 환경이었다. 한국사람들은 ‘풍수지리’라는 독특한 신념체계를 발전시켰다. 조상숭배와 함께 녹아들어 ‘풍수지리’는 고려시절(918-1392) 거의 종교적인 믿음에 가까웠고 ‘풍수지리’에 대한 믿음은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아주 강하게 남아 있다.

     

                                                                ▲'태왕사신기'에서 환웅 역할을 맡은 배용준
     

    남성 3대의 이야기

     

    단군신화는 원시인류의 생존방식인 수렵채취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오직 농사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따라서 우리는 단군신화가 최초로 형성되었던 고대 한국 사회의 시대는 농경시대였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으며 또한 후대 한민족에 의해 발달된 기본적 사상체계의 요소들이 단군신화에 이미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오기 전 받은 3개의 천부인(天符印-부적)이 무엇인지 텍스트에는 나타나 있지 않다. 그렇지만 어떤 학자들은 샤마니즘적 도구들인 ‘검’과 ‘거울’ 그리고 ‘종’일 것이라고 유추했다. 어떤 이들은 ‘종’ 대신에 ‘왕관’이나 ‘북’을 유추하기도 했다. 환웅이 다스리던 주요한 일들은 곡식(농업), 수명(인간사의 규제), 질병, 형벌, 선악(善惡)의 판단 등 5가지이다. 그러나 텍스트는 그 외에도 부가적으로 환웅의 일을 “무릇 인간의 삼백예순여 가지 일”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360일은 음력으로 1년에 들어있는 날들의 총합이므로, 결과적으로는 환웅이 “인간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간에 매일매일 일어나는 모든 일의 총책임자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군신화의 구조는 환인(하늘), 환웅(신), 단군(인간) 등 하늘의 남성 3대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또 다른 현대의 학자 김무조는 이들 3대의 하늘신들이 서로 이름은 다르지만 하나의 존재인 삼위일체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김무조는 더 나아가 ‘삼신(三神)’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믿음을 거론하며 환인, 환웅, 단군의 3신을 한국 민담에 나타나는 출산신 ‘삼신할머니’와 동일시한다.

     

    현대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영사전에 따르면 ‘삼신’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한국을 건국한 신화속의 환인, 환웅, 단군의 삼신을 의미하고; 또 하나는 출산을 관장하는 삼신을 의미한다. 한국사람들은 흔히 출산신을 ‘삼신할머니’라고 부른다. 그러나 김무조는 건국신화속의 ‘삼신’을 한국의 출산신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삼신’이 동음(homophony)이기 때문이 아니라 창조신으로서의 ‘삼신’의 정체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삼신과 삼신할머니

     

    한국에서 출산신은 그녀의 이름(삼신할머니)이 말하듯이 여성이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환인, 환웅, 단군의 삼신을 출산신으로 받아들인다면 ‘삼신할머니’의 여성성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무조는 신화속에 웅녀의 아들 단군이 죽은 다음에 산신(山神)이 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신화에 따르면 단군은 1908년을 통치하고 살았다가 산으로 들어가 산신이 되었다.

     

    (단군은 요(堯) 임금이 즉위한 지 50년인 경인년--요 임금이 즉위한 해는 무진년이니 50년은 경인년이 아니라 정사년이다. 아마 틀린 듯하다--에 평양성--지금의 서경(西京)--에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조선(朝鮮)이라 일컬었다. 또 도읍을 백악산(白岳山) 아사달(阿斯達)에 옮겼는데, 그곳을 또 궁(弓)--혹은 방(方)자로 돼 있다--홀산(忽山), 또는 금미달(今彌達)이라고도 한다. 나라를 다스린 것이 일천 오백년이었다. 주(周)의 무왕(武王)이 즉위한 기묘년(己卯年)에 기자(箕子)를 조선에 봉하니 단군은 곧 장당경(藏唐京)으로 옮겼다가 뒤에 돌아와 아사달에 숨어 산신(山神)이 되었다. 수(壽)는 1,908세 였다.)

     

    한국의 민담이나 설화에서 가장 보편적인 산신의 이미지는 호랑이를 동반한 백발의 긴 수염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산신 이미지의 이러한 가부장적 형상의 변모는 중국사상의 유입 이후에 일어났다. 많은 역사적 자료들이 과거 산들의 이름이 여성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대모산(大母山), 모악산(母嶽山), 선녀산(善女山), 자모산(慈母山), 모후산(母后山), 모호산(母護山) 등. 또한 한국의 가장 오래된 종교인 무속에서도 산신의 성은 여성이다. 따라서 김무조의 주장은 단군이 죽은 후에 여성신인 산신이 되었다는 이유로 환인, 환웅, 단군의 삼신이 ‘삼신할머니’라고 불리우는 출산신이라는 것이다.

     

    단군신화에서 읽는 출산신 숭배

     

    나는 단군신화와 출산신을 연결시킨 김무조의 연구가 매우 통찰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3대의 남성 신들을 아무런 의문없이 무조건적으로 여성인 출산신과 합병시킨 김무조의 결론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역사학자 거다 러너는 이러한 여성신에서 남성신으로의 전이 현상이 갈이농업의 발달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내 논지는 이렇다, 갈이농업의 발달과 동시에 일어난 군사주의의 발달로 인해 친족관계와 남녀관계에도 주요한 변화가 생겼다. 그래서 강력한 왕권과 고대국가가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 종교적 신념과 상징체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관측이 가능한 패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머니여신(Mother-Goddess)이 강등되고 대신 그녀의 남성배우자/아들의 상승에 이은 지배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의 ‘폭풍의 신’(storm-god)으로의 합병과 신전의 모든 남신과 여신들을 이끄는 남성창조신(male Creator-God)으로의 합병이 일어난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곳은 어디라도 창조와 출산의 권력이 여신에서 남신에게로 옮겨갔다.”

     

    이 논문을 쓰기 위해 단군신화를 공부하는 동안 나는 이 신화가 한국의 출산신 숭배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거다 러너가 추정하듯이 웅녀의 경우에도 여신이 남신으로 합병되는 가부장적인 전이가 발생했고 이 신화가 기록되어진 형태는 고대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지배를 반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신화의 텍스트가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신화의 원래 내용이 어떠했는지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의 중심, 신단수

     

    샤마니즘에서는 우주의 구조가 하나의 중심 축으로 연결되어 있는 3개의 세상 - 하늘, 땅, 지옥(지하세계) - 으로 이루어졌다고 이해한다. 이 중심축은 ‘문’ 또는 ‘구멍’을 관통하고 신들이 이곳을 통해 지상으로 내려온다. 이 믿음의 기저를 이루는 생각은 하늘과의 직접적 소통의 가능성이다. ‘세상의 중심(Center of the World)'에 대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신화적 이미지는 ’우주산(the Cosmic Mountain)‘과 ’세계수(the World Tree)‘이다.

     

    한국의 경우, ‘세상의 중심’은 환웅이 내려온 ‘태백산(太白山)꼭대기’에 ‘신단수(神壇樹)’가 될 것이다.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빈 곳도 이 나무 아래였으며 웅녀가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빈 곳도 이 나무 아래였다. ‘신단수(神壇樹)’는 하늘과 땅, 그리고 지하세계를 연결하고 ‘태백산(太白山)꼭대기’는 ‘신시(神市)’라고 불렸다. 웅녀의 인간으로의 변신과 단군의 출산 모두 이 장소의 신성(神性)이 직접 작용한 결과다. 하늘의 신과 지상의 짐승이 결합하여, 마치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여 아기를 탄생시키듯이, 최초의 인간을 창조한다.

     

    아버지 환인으로부터 ‘신성(神性)’을, 어머니 웅녀로부터 ‘지상성(地上性)’을 물려받은 단군은 인간의 통치시대를 상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모습을 한 신(神), 단군은 또한 남녀관계의 위계질서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는 검은 대지, 어머니를 딛고 서서 밝은 하늘, 아버지를 떠받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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