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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회] “우리는 여군이다”2
    2012-02-15 11:58:28
  • -여군발전단 소령 3인방과의 좌담

     

     

    이 글은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2003년 봄호에 특집으로 다뤘던 “여자, 군대를 말하다”에 실린 글들 중 여군 인터뷰 기사를 다시 게재하는 것입니다-편집자 주

     

     

    군생활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윤미옥: 김희정 소령님도 20년정도 되었구요. 우리들은 10년이 넘어가요.

     

     

    군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김경희: 저는 법학과를 나왔어요. 남자들 중에서나 혼자만 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상황에 적응하기에 별로 문제가 없었구요. 여군이 되고 싶었던 건 영화를 보고나서였어요. <어퓨굿맨> 이런 영화요. 여군이라고 하면 남자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또 진취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속옷만 입고 땀흘리며 훈련하는 열정적인 이미지요. 저는 그런 이미지만 갖고 군에 들어왔어요. 군밖에서도 그런 이미지로 여군이 홍보되기도 하고. 그게 제 인생관에 맞았나봐요. 사실 여군에 해대 잘 몰랐어요. 후배들도 그런 것 같구요.

     

     

                                        ▲여군이라고 하면 남자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 영화<어퓨굿맨>
     
     

    군대밖에서 막연하게 봤을 때와 군대안에 들어와서 봤을 때 다른 점은 무엇이던가요.

     

     

    김경희: 여군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중 저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남녀가 동등할 것이다, 보다 진취적일 것이다, 이런 상들을 가지고 들어와요. 실제로 각군 사관학교에 지원하는 동기를 보면 여생도들은 ‘남녀가 동등할 것이다’ ‘여성의 자아실현을 위해서’, 이런 항목이 많아요. 제 생각에는 그런 부분보다 오히려 ‘군인이 되고 싶어서’ 라는 항목을 보다 잘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일반사회에 있는 여학생들이 군인의 실상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군인이라면 나라를 지키는 임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고 희생조차도 명예롭게 견디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여군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 자아실현 동기가 아주 놓아요. 내가 남자들 사회에서 남자처럼, 남자 못지않게 잘해보겠다, 이런 동길 들어오는데 어찌 보면 그런 동기는 여군조직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여군도 어차피 군인인데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이 필요하고 군생활을 견딜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해요. 자아실현에 대한 동기가 놓은 만큼 좌절이 있을 수 있죠.

    예를들면 우리 여군들은 정착하지도 못하고, 근무지를 계속 옮겨다녀야 하죠, 처음에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나이들면 힘들어져요. 많은 지원자들이 군인이 공무원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공무원과 군인은 아주 다르거든요. 사관학교 여생도들 보면 성적도 좋고 남자생도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의욕도 많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군조직에 덜 적합할 수 있죠. 의외로 여학생들이 그런 성향이 있어요. 저는 군대의 특성에 대해 이해가 너무 없었어요, 제가 군대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서 지원했다면 지금보다 더 근무를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군에 첫발을 닫는 후배들을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군대가 갖고 있는 본연의 성격은 안보를 위한 첨병이잖아요. 그것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직업이예요. 명예심을 요구하는 직업인거죠. 어떤 면에서 대한민국 여성들은 안보라는 개념에 무감각해요. 남자들은 다 한번씩 군대를 갔다오니까 그 경험을 통해 좋든 싫든 실상에 대한 이해가 있거든요. 여성들은 남자들이 하려니 일부 여군들이 하려니 여겨서 안보의식 자체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군대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고 적응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구요.

     

     

    밖에서 그리는 여군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세요?

     

     

    윤미옥: <커리지 온더 화이어>라는 영화를 보면, 맥라이언이 분대장인가, 팀장으로 나와요. 그 영화에 여군의 현실이 아주 리얼하게 나오죠. 영웅적인 캐릭터도 아니고 부하남군들한테 매도당하는데, 매도당할 수밖에 없는 게 남자들이 여군한테 안끌려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맥라이언이 팀장인데도 남군들이 말을 안들어서 다 죽어가고, 결국 맥라이언은 죽고 딸만 남아요. 군대에서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리더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데 여군이 지휘관이다 보니가 명령이 안먹히고 그래서 팀이 손상을 당해요, 마지막에는 맥라이언이 팀원들은 올려보내고 자기는 화염에 싸여서 죽는데, 거기에 여군의 현실이 들어있었어요. 영화 볼 당시 제가 중대장이었는데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어요. 야전 가보면 여군이 아무리 목소리가 커서, 김경희 선배님처럼 남자같이 말해도, 슈퍼 에이급 여군이라고 해도, 남자 중간도 안쳐주거든요.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여자다’ 그런 인식이 있어요. 내가 리더로 섰을 때 내 밑에 있는 남군들도 똑같이 그랬어요. 남자들이 들이는 공에 비해서 여군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부하직원들이 확 손안에 잡히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진짜 리더로 서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공을 들여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여군의 현실이 아주 리얼하게 나오는 영화<커리지 온더 화이어>
     
     

    여군 지휘관들이 일반 사병을 통솔할 때 남모르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윤미옥 소령님은 어떤 스타일로 지휘관의 권위를 가지려고 했나요?

     

     

    윤미옥: 지식이 풍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일단은 군에 대해 알아야만 올바른 판단을 하고, 적시적절한 명령을 해야 따르는 부하로서도 목숨바쳐 지휘관을 신뢰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부하 개개인에 대한 성향을 파악해서 개인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부하관리를 했죠. 요즘 군대는 굵고 큰 목소리만 가지고 지휘할 수 없거든요. 장교로서 가장 처음 배운 게 지휘통솔인데, 지휘관으로서 지시했을 때 부하들이 마음으로 공감해야 부대를 이끌고 나갈 수 있었어요. 남자들에 비해 떨어지는 체력은 극복할 수 없는 한계라 생각을 해서, 그 이외의 다른 부분에서 더 많이 노력을 했죠. 그리고 내 자신의 모습이 언제나 군인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여군들이 보통 제복차림으로 백조처럼 우아하게 있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밑에서는 발길질을 치열하게 하거든요. 저는 군복을 입은 그 순간부터, 벗는 순간까지 퇴근하고 목욕탕 가는 것까지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썼습니다.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뎠어요?

     

     

    윤미옥: 너무 외로웠어요. 외로워요. 그래서 여군선배나 동료를 찾아 서로 의지했죠.

     

     

    ‘여자이기 전에 군인이다’ 라고 교육받았다는데, 어쨌든 여자라는 것을 부정하면서 갈등을 느끼지 않았나요?

     

     

    윤미옥: 군인이 되려고 군에 입대했지만,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고, 여성의 성역할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체득한 저로서는, 그것이 군인의 임무와 갈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군인으로서의 의무가 중요하다고 배웠고 그것을 잘해내는 데 무엇보다 중점을 두었어요. 군복을 입은 이상 저의 여성성은 부정했죠. 대신 군복을 입지 않았을 땐, 별 무리가 없었어요.

     

     

    김경희: 그런 게 정체성의 혼란이죠 뭐. 저는 그런 고민해봤어요. 그래서 여성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중대장 같은 지휘관이나 다른 임무를 수행하면서 남자들한테 ‘ 너 여군이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그 정도밖에 못하냐’는 말을 안들으려고 남자처럼 하려고 노력했죠. 여자지만 남자처럼 한다는 말을 들어야 더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다 보면 정체성의 혼란이 오죠. 내가 아무리 남자처럼 하려고 해도 내 본성은 남자가 아니거든요. 난 여자거든요. 남자처럼 해내지만 돌아서보면 ‘나는 뭘까, 내 개인적으로는 뭔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여자로서 나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되었구요. 궁극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분명히 다르거든요. 중대장 임무를 수행할 때 남자처럼 했던 것은 결국 여성으로서의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거죠. 정체성의 혼란을 거치면서 내가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념을 정립해야 했어요.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여자로서의 나 자신을 인정해야만 내가 있고, 군인이 될 수도 있고 여군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결국 인간 김경희가 될 수 있는 거다’ , 이것이었어요.

     

     

    ‘군인다움’ 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가장 남성다운 게 가장 군인다운 건 아닌데도 말예요.

     

     

    김경희: 그렇죠. 근데 남자다운 게 군인다운 거라고 많이들 생각하죠. 저도 쉽게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저도 쉽게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여성으로서의 내 존재를 박탈당한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인생이 더 황량해지는 거죠. 그래서 내린 결론이 남성적인 것뿐 아니라 여성적인 자질도 내가 충분히 사랑해줘야만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군복입고 있는 동안에도 내안의 여성적인 자질이 나한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들 때, 아 이거였구나 싶으면서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내 여성적인 자질이 군인의 자질일 수 있구나, 스스로 인정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나니 마음이 편해요. 누가 뭐라도 해도요. 후배들도 그래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갈등을 겪다가 결론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았겠어요. 남자군인들에게 털어놓아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구요. 어떤 도움이 있었나요?

     

     

    김경희: 지금 우리 말로 하자면 멘토가 있었어요. 여군선배들이 도움을 많이 주었죠. 내가 고민하고 조언을 구했을 때 적절히 도움줄 수 있는 선배들이 있었어요.

     

     

    멘토가 있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선배가 있었다는 건 행복한 경우네요. 군대라는 조직에는 공식적으로 사적인 모임들이 금지되어있긴 하지만, 여군들이 그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는 필요한 것 같은데요.

     

     

    김경희: 그렇죠. 너무나 편하게 얻을 수 있는 답인데 많은 후배들이 야전에서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것 같고 우리들은 그걸 도와주고 싶어요.

     

     

    여군들이 군대내에서 자리잡으면서 군대 조직이나 문화가 변화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김경희: 제가 민통선 안에 있는 신병교육대 중대장을 했거든요. 거기는 화장실 안에 문고리가 없어요. 신병들이 너무 힘들면 혹시나 안에서 무슨 일을 저지를까봐 문고리를 안달아놓고 대신 노크만 하게 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황당하더라구요. 저는 혼자였기 때문에 그냥 살았어요. 근데 소대장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여군 소대장들과 많게는 3명까지 같이 있어봤는데 소대장들은 나이가 어리니까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봐요. 그래서 어느 순간 문고리가 생기기 시작하더라구요(웃음).

    옛날에는 야외 사단급 행군할 때 화장실을 들고 다니지 않았을 걸요? 요즘은 웬만한 사단급 행군할 때는 야외화장실 메고 다녀요(웃음). 화장실 메고 딱 설치하고 훈련 시작하거든요. 옛날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인데 요즘은 일반회되었어요.

    그 외에는 금녀의 지역으로 생각했던 가장 남성적인 조직인 군대에 여성이 들어오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군대내에 있는 남자들이 집에 가서도 자기 딸이 언젠가 군에 들어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자체가, 자연스럽게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는 훈련이라고 봐요. 병사들도 군대내에서 여자들을 접하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아있다면 사회에 나가서 다른 여성들을 대할 때 그 파장이 분명 있겠지요. 저희는 그걸 기대하구요.

     

     

    이프에서 여군을 만나기 위해 국방부며 육해군 본부에 하루 수십통의 전화를 걸어 취재를 요청하고 거절당하고 다시 소개받는 과정을 거치다가 만난 것이 국방부 여군발전단이었다. 문화장교 안지영 중위의 ‘여군발전단도 이프 정기구독자예요’ 라는 말 한마디에 그 힘든 전화통화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저희한테 연락 하셨다면 쉽게 취재하셨을텐데.” 라면서 일찍이 도와주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 안중위의 마음씀에 여군발전단과의 인터뷰가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만난 2시간여의 인터뷰가 짧게 느껴진 것은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인터뷰 초반, 여군발전단의 임무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갔던 분위기는 중반으로 갈수록 여군으로 십수년을 보냈던 경험을 드러내는 자리가 되었다. 그것을 감지했는지 여군발전단 3인방들은 “애초에 생각했던 공식적인 인터뷰랑 다르다.”고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이야기했다.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같아 걱정이다.”는, 전혀 걱정스럽지 않은 얼굴의 여군발전단 3인방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여군의 애환을 털어놓았다.

    인터뷰 끝나고, 여자들이 군대에 들어가면서부터 일어나 변화의 시작에는 역시 여군들이 있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여자이기 때문에 이등군인이 되고, 군인이기 때문에 여성성을 부정당해야 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페미니스트 여군들은 태어나고 경험을 나누고 변화시킨다. 여자로 군인으로 자기 삶을 당당하게 꾸리고자 하는 여군들, 여군이면 여성학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여군들, 이들이 있기에, 여군발전단이 있기에, 여군이 군대에서 주체로 설 수 있는 날이 멀지않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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