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1997년 페미니스트저널 이프를 창간했던 유숙열입니다. 당시 저는 신문기자(문화일보)로 일하면서 언론에 페미니즘을 반영시키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성계에서 언론계에 침투시킨 프락치’라는 별명까지 들어가며 여성이슈를 신문에 반영하고자 몸부림쳤습니다. 그렇지만 주류언론에서 한 명의 페미니스트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을 위한 페미니즘 매체가 절실히 필요하던 중 뜻을 같이 하는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페미니스트저널 If>를 창간했습니다.
당시 창간특집을 ‘지식인남성의 성희롱’으로 정하고 제가 느꼈던 두려움을 생각해 봅니다. 소설, 영화, 미술, 평론 등 대중들로부터 사랑받는 당대의 지식인 남성들의 예술활동들을 성희롱이라고 고발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어두운 바다에서 항해를 앞둔 배가 느낄 법한 막막한 두려움이었습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가 주고 있는 권위에 짓눌려 있는 상황에서 바로 그 중심인물들을 고발하는 것은 ‘특별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요즘 또 다시 두려움에 대해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특별한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지난해 말 벌어진 웹진 <이프>와 편집인 김신명숙에 대한 막무가내식 공격은 사실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프를 처음 시작했던 1997년과 새천년이 바뀐 지금 2012년은 15년이라는 세월의 변화만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여성들이 느끼는 사회변화는 이리도 더딘가요? 더딘 것은 둘째 치고 어쩌자고 요즘은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내가 흘린 눈물을 모으면 바다가 될 거”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내 어머니가 자주 하셨던 얘기입니다. 엄마처럼 살기 싫어서, 더 이상 엄마처럼 눈물 흘리기 싫어서 저는 페미니즘을 공부했고 여성운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여 안녕’을 선언하고 ‘웃자 놀자 뒤집자’라는 이프 스피릿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종이 잡지 이프를 발행하던 10년간 많은 분들이 이프를 사랑해 주셨고 그 덕분에 저희도 저출산문제, 낙태문제, 간통죄문제, 군대문제 등등 여성의 입장에서 많은 사회이슈들을 다룰 수 있었습니다.
또한 1999년부터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지상파에서 미스코리아 중계방송을 사라지게 만드는 쾌거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 소설 『미스코리아대회를 폭파하라』 를 필두로 『나는 제사가 싫다』, 『아주 작은 차이』, 『엄마 없어서 슬펐니』 등 30여권의 단행본을 출판하는 등 출판사업도 병행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사단법인 ‘문화미래 이프’로 옷을 바꿔 입고 웹진 <이프>를 내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페미니스트 저널의 전통이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독자 여러분들의 후원을 청하고자 편지를 드립니다. <이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지금 독자 여러분들의 격려와 후원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옷을 바꿔 입은 것은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입니다. 그 동안은 기업체의 사회공헌기금과 정부 지원금 등에 힘입어 페스티벌 개최, 출판학교, 놀토사업 등 여러 사업들을 해 왔으나 이제 웹진 <이프>에만 전념하면서 수입이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페미니스트 저널 <미즈>가 있고 독일에 <엠마>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프>가 있습니다. 양성평등의 정도가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한참 뒤에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프>는 아직도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페미니즘이 죽었다”는 소리를 듣는 요즘은 더욱 절실하게 페미니스트 비평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광고를 게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프>가 15년의 소중한 역사를 앞으로도 지속하려면 독자 여러분의 후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프>가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이프>를 후원해 주십시오. 후원해 주시는 분들께는 <이프>도 최대한 네트워킹을 해 소중한 만남의 기회들을 만들고 후원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후원회원 특전 참조)
앞으로 언젠가 누군가와 한국의 성평등에 대해 얘기할 때 “아, 내가 <이프>를 후원해왔어”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실 수 있도록 이프는 한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매체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작은 후원의 손길이 <이프>를 살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프 공동대표 유숙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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