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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회] 여자가 군대가면 무엇이 변하나?
    2011-12-13 02:13:38
  • -여남군대에 대한 꿈꾸기(2)

     

     



    이 글은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2003년 봄호에 특집으로 다뤘던 “여자, 군대를 말하다”에 실린 글들 중 이김정희님의 쓰신 글의 후반부를 다시 게재하는 것입니다-편집자 주

     

     

    군대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전제 하에서 ‘여자도 군대를 가자’는 게 내 생각이다. 여자가 군대가면 무엇이 변할까? 기존의 성차별주의로 인해 가뜩이나 불리한 여성에게 짐 하나 더 얹어 놓는 것은 아닐까? 과연 양성관계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여자가 군대를 가는 것은 가부장제의 한 축을 해체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무력의 남성독점과 가부장제는 동시적으로 발생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발전해왔다. 사회의 성분리질서는 가부장제 문화의 핵심인데, 이 성분리 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들 중의 하나가 군대이다. 따라서 금녀의 영역이었던 군대에 여성이 들어간다는 것은 가부장제의 주요한 한 제도를 해체하는 일이다.

     

     

    그런데 육해공군 사관학교에 여성입학을 허용하거나 여성을 간호장교로만 묶어두는 정도, 즉 여성을 군대의 미미한 소수집단으로 허용하는 정도로는 가부장적 군대를 해체할 수 없다. 여기서도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양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할당제의 전략적 의미가 살려져야 한다. 징병제인 상태에서는 여자도 함께 징병대상이 되어야 하고 모병제가 되면 어느 한 성의 비율이 70%를 넘어서게 해서는 안된다.

     

     

    군대가 성매매 범람의 온상지이고, 무엇보다도 가부장적인 야만적 남성성을 집약적으로 체화시키는 장이 되고 있는 것은 군이 남성독점적인 장이기 때문이다. 여남부하들이 함께 있는 가운데 상사가 남성들에게 여자친구랑 잔 얘기를 하라거나 휴가 때 매매춘하고 와서 보고해야 하는 묵언의 암시적 강요를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군대가 금녀의 영역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고 재생산되고 있다.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면서 ‘하나된 남성군대’의 주체를 만들거나, 모욕을 참아내게 함으로써 가학-피학적 동일시를 이루어 ‘개인과 전체군대가 하나되는 군대’를 만드는 전략은, 상관들이 여자부하들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서라야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개인과 전체가 하나가 되게 하는 전략은 군대같은 조직의 근간이며 어느 정도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요구된다. 요컨대 그 방식이 문제인데 개인성이 고양되면서 전체와 하나가 되는 최고의 경지가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라는 장자의 예술적 호접몽(胡蝶夢)의 경지, 또는 동양의 이상사회인 대동각립(大同各立)의 사회이며 이는 현대적 어법으로는 주민자치사회인 무위(無爲)정치의 사회이다.

     

     

    개인과 전체가 하나되는 최악의 방식이 나치즘이거나 북한처럼 인민이 수령과 하나되는 수령체제이다. 지금의 군대가 개인과 군대라는 전체를 하나되게 하기 위해 택하고 있는 전략은 후자에 가깝다. 이러한 군대의 가부장성, 비인간화는 극단적인 여성배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이 비중있게 그 조직에 포함되지 않고는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출처:chosun.com
     

     

    여자에게 도움이 되는 군대

     

     

    한편 군대에서 이루어지는 강도 높은 극기훈련은 사회생활에서 요구하는 특성이기도 하다. 올해 KTF 신입사원교육은 원주 치악산 중턱에 있는 50m 높이의 기지국 철탑에 오르는 것이었다. 이 교육은 “기지국 철탑에 올라 칼바람을 맞으며 안테나를 만져봐야 진정한 이동통신회사 직원이라고 할 수 있다.”는 회사측의 방침에 따라 이루어졌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 정상에 오르기보다 더 혹독한 신입사원교육도 있다.

     

     

    여성주의 노동연구에서는 ‘남성적’ 능력으로 간주해 온 특성이나 자질들을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는 가부장적 노동구조의 일부분으로서 이를 비판하고 있다. 평가기준의 남성중심성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여성주의적이거나 성중립적인 평가기준으로 대체할 것은 대체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 대안을 제시할 수 없거나 현실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은 수용하고 오히려 여성들이 그런 자질을 지니도록 도움을 주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미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20~30% 가량 떨어지는 체력과 남성들과 달리 준비된 경험이 없는 상대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남성과 동등하게 훈련 또는 교육을 감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번 KTF 신입사원교육에 참가한 61명중 여성이 16명이다. 그 교육은 남자 신입사원들에게는 땀 좀 흘려본 정도에 불과하지만, 훈련되지 않은 여자 신입사원들에게는 사력을 다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사회진출하는 여성 새내기들에게 강도 높은 신입사원교육을 남자처럼 땀 좀 흘려보는 교육으로 임할 수 있게 사전준비시켜 주는 교육과정이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 이런 측면에서 모독적인 요소들을 걸러낸다면 군대에서의 강도 높은 극기훈련은 여성들의 사회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체험이 될 수 있다. 특히 자기 몸을 혹사하는 가부장적 날씬함의 여성성에 중독된 여성들에게 군대에서의 규칙적이고 강도 높은 극기훈련은 자기 몸을 건강하게 하면서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시켜주고 섹시함의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

     

     

    해체의 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의 군대가기가 가부장적 군대를 해체하고 사회 전반의 가부장제 문화를 약화시켜 여자, 남자가 함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략이 동시에 구사되어야 한다.

     

     

    첫째로 ‘여자 군대가기’는 남성에게 주어지는 ‘의무양육휴가제’와 병행되어야 한다. 산모에게 주어지는 출산휴가 기간의, 최소한 1/3에 해당하는 기간을 산모 배우자에게도 의무출산휴가로 주어야 한다. 현재 여성에게 주어지는 의무출산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한다. 초도로라는 여성학자는 가부장제 변화의 전략으로 ‘양육에 부모 함께 참여하기’를 드는데, 이는 실증적인 연구로도 입증되고 있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가난한 데다가 친인척의 도움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아서 남편이 부인의 산후조리와 신생아 돌보기를 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남편의 양육 참여의 양과 질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금남.금녀의 주 영역인 군대와 양육을 동시에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은 가부장제의 타당하지 않은 성분리질서를 해체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로 여자 군대가기 운동은 군축.평화운동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총부리를 동족간에 겨누고 있다 보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진 남과 북, 양쪽 군대는 축소되어야 한다. 통일전이라도 남북간에 하루빨리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상호군축도 해야 한다. 극기훈련의 유용성을 인정한다 해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화사회에서 팽팽 머리가 가장 잘 돌아가는 젊은이들을 2년여 세월 동안 사회로부터 차단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낭비이고 불행이다. 군복무기간 단축도 병행되어야 한다. 여자가 군대를 간다면 1년으로의 단축은 당장 가능하고 남과 북의 군축이 진행된다면 6개월 정도로의 단축이나 모병제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모병제가 되면 한 성이 60~70%를 넘지 않는다는 성제한할당제를 통해 양성군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군 개념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요구된다. 그 군은 민족자율을 위한 방어군으로 유지되면 된다. 고구려의 기상을 앞세우며 제국주의를 못내 흠모하거나 신제국주의 동맹군 따위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확실한 민족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로 ‘극기훈련은 모욕주고 불합리한 기합이나 학대를 동반한다’라는 등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군대의 훈련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대체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여자가 군대에 가게 될 때 비로소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여자가 절반 가까이 차지해야 비로소 군은 물리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모욕주기=강한 사나이 만들기’를 대체할 수 있는 훈련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나는 대안 극기훈련 방법의 하나로 수련이나 명상을 떠올리게 된다.

     

     

    얼마전 여자장교가 나오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그 여자장교가 기합 대신에 명상을 시키는 것이었다. 한심한 짓이라는 뉘앙스의 코멘트를 하는 자기 상관에게 그녀는 소신에 찬 답변을 하였다. 이런 것이 이심전심(以心傳心)이리라.

    그 드라마작가는 분명 여성이거나 남성이라면 여성적 감수성을 지닌 탈가부장제에 입문한 남성임이 분명하다. 나는 일년에 한두 번, 하루 또는 며칠 동안 12시간(두세 시간에 한 번씩 10분, 20분 쉬기는 한다)을 내리 가부좌 틀고 앉아있어야 하는 수련에 참가한다. 수련에 들어서면서부터 ‘이 지옥훈련이 언제 끝나나’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고 딴청 못하고 정신일도 하사불성으로 몰아대는 수련 선생님들에게는 ‘그래 날 죽여라!’하는 심정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 훈련을 좀더 자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또한 내 마음이기도 하다. 삶은 애초에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관계망이기 때문에 항복지심(降伏之心) 훈련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특히 전체로 움직이는 군대의 속성상 항복지심 훈련은 필수적이고, 모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존감을 한껏 고양시키는 효과를 내면서도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 있다.

     

     

                                                                             ▲출처:2mixiworld.tistory.com
     

     

    개인을 성숙시키는 군대조직은 불가능할까

     

     

    옛날의 화랑들 또는 무사들이 스승에게 모욕받으며 인욕의 훈련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화랑의 풍월도, 스님들의 선무도나 택견과 같은 전통무예들에서의 인욕의 훈련법과 다양한 수련들은 얼핏보면 역설적인 ‘자아 죽이기’와 ‘자기 내공 기르기’를 매우 탁월하게 통합시키고 있다고 보인다.

     

     

    지금의 야만적인 군대에서조차 어떤 남성들은 성숙을 경험한다. 학생들의 보고서를 보면, ‘이렇게 군대 속에서 성장을 하기도 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성매매의 온상지라는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어떤 학생들에게는 밤새 보초를 서는 시간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가져보지 못했던 자기와의 대화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여자와의 소통이 아니라 섹스가 목적이었던 야만스러웠던 이성교제에 대해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물론 여성학 선생으로서 이 대목에서 화가 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도대체 왜 여자가 남자의 자기성숙을 위한 소재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것이 내 짜증스러운 감정의 정체이다. 그래서 나는 여학생들에게는 이런 내용을 말해주면서 제발 남자의 내심은 파악할 정도로 영악한 연애를 하라고 말해준다). 컴퓨터 게임 중독자들은 군의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중독증을 고치기도 한다.

     

     

    우리 문화에 이미 존재하는 체계적인 인간계발의 수련법들이 군대문화와 결합한다면 군대는 ‘어둠의 자식’만이 가는 저주받은 곳이 아니라, 성인으로의 성숙을 돕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성실성, 팀워크, 책임감, 끈기 등의 자질을 다지는 기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오히려 소외되는 것이 불리할 수 있다.

     

     

    어차피 지금으로서는 군대폐지론이나 여자가 군대가서 군대를 변화시키자는 내 생각이 꿈이기는 매한가지이다. 이 중에서 나는 내 손녀 때는 부모들이 동안거나 하안거를 보내는 기분으로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고 젊은 남녀들도 흔쾌히 자기성숙과 시민으로의 의무를 조화시키는 길로 군대를 느끼게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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