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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회] 여자가 군대를 간다면....
    2011-12-06 04:30:51
  • -여남군대에 대한 꿈꾸기(1) 

     




    최근 <이프>에는 편집인 김신명숙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사이버 테러를 계기로 군가산점제, 군대와 관련된 글들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프>는 양성평등의 맥락에서 군대문제를 공론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군가산점제는 폐지됐지만 군대문제는 여전히 여남간의 핫 이슈로 살아 있고 국방부와 정치권에서 군가산점제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큽니다. 이제 정말 군대문제를 제대로 된 공론장에서 합리적으로 토론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이프>는 우선 과거 2003년 봄호에 특집으로 다뤘던 “여자, 군대를 말하다”에 실린 글들을 다시 소개합니다. 8년전 글이지만 군대와 관련된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줄 것입니다. 이번주는 첫 번째로 이김정희님이 쓰신 글의 전반부를 다시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평소 여성학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의 질문에 여성주의 감수성과 상식으로 토론하고 답변하는데 별다른 궁색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양심적 병역거부 지지’로 표현되고 있는 군대문제만은 달랐다. 대부분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군가산점제는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위헌이라는 입장을 취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웠다. 여성학 선생으로 피해갈 수 없는 매우 어려운 난제에 부딪친 것이다. 그러면서 젊은 페미니스트들과 남성 평화주의자들이 벌이는 ‘양심적 병역거부 지지’와 이에 대한 반대주장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생명여성주의자로서의 나는 그들의 주장에 설득되지 않았고 여자가 군대가면서 군대를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에서는 나는 여남이 함께 군대가자는 생각을 풀어내 보고자 하는데, 이러한 작업이 군대에 대한 다양한 페미니스트 담론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사유는 ‘양심적 병역거부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평화를 궁극의 가치로 생각하는 생명여성주의자로서 딸과 아들을 둔 어머니라는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밝힌다.

     

     

    비만한 군대의 살빼기, 그러나 군대는 필요하다

     

     

    21세기는 정보화사회 혹은 지식기반사회라고 한다. 그리고 정보화사회의 생산성, 부가가치는 그 어느 역사적 시대보다도 지식, 보다 엄밀히는 정보/지식을 창조해내는 능력에 달렸다고 한다. 창의력이 생존력인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한창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가는 젊은 남자들을 거의 빠짐없이 징집하여 2년 2개월 동안 체계적으로 머리죽이기를 시도한다. 또한 군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비를 갈취하는 주범이며 그 어떤 사회제도보다도 야만적인 남성성을 주입시키는 온상지이다.

     

     

                                                                              ▲출처:blog.ohmynews.com
     
     


    “....또 빠질 수 없는 얘기는 여자 얘기인데, 근무를 나가면 고참이랑 보초를 설 때 여자 얘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나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할 말이 없으면, 바로 ‘병신’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내 대부분의 지식은 군대에서 얻은 것 같다. 별의별 얘기를 다 들었다. 문제는 나중에 그러한 경험을 겪을 기회가 몇 번이나 온다는 것이다. 외박을 나가게 될 때, 모여서 여자와 하러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뿐이었지만 군대에서 간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상하진 않았다. 여자가 없는 세계,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감추어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거친 단어들도 많이 듣게 되고, 별 기이한 표현도 다 알게 되고,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 튀는 행동을 하면 바로 ‘따’ 당하기 때문에 같이 웃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자에 대한 다른 지식을 습득하여 집단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98학번 복학 남학생)

     

     

    군대는 이와 같이 윤리적 방어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에게 야만적 남성을 체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군대가 지금 모습대로는 안된다는 절대적 사유가 된다.

     

     

    군의 이러한 부정적인 모습은 여남 무정부주의 평화주의자들과 일부 페미니스트들에게 군대 폐지론,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과 운동은 나같은 또 다른 페미니스트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몇 가지 논리적, 현실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첫째로 군대폐지론은 비현실적인 유토피아 이념에 근거한다.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며 어린이가 함께 춤추는 참사랑과 평등의 그 나라가 이제 속히 오리라.’ 대학시절 운동권에서 즐겨 부르던 데모 가요이다. 생명여성주의자에게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 이루어지이다’ 라는 기도문구나 부처님의 극락정토에 대한 믿음이 궁극의 가치관이다. 동시에 현실은 반(反) 생명적인, 푸코의 말로는 권력 효과가 편재하는 일상이라는 것 또한 참임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폐지론과 양심적 병역거부는 당면한 현실이 요구하는 해체와 새로운 만듦의 절차들을 뛰어넘은,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 무책임한 작위(作爲)로 비친다.

     

     

                                              ▲군대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는 강의석씨.(출처:hitmedia.tistory.com)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면 어느 공부가 재미있었겠는가?

    역사라는 과목은 다시 쳐다보기도 싫다는 느낌이 꽤 오래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가 잘못된 역사교육 방식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보다 지겨웠던 것은 끊임없이 외침을 당해온 민족사였다. 변변한 방어력을 준비하지 못한 채 늘 당해온 민족의 고통, 침략을 당하면 그때서야 여자들이 치마폭에 돌을 져 나르고 불살생(不殺生)이라는 금과옥조(金科玉條)의 계율을 저버리면서까지 혹은 그 계율을 적극적으로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던 승병들의 모습, 그리고 침략당하면 아들은 전쟁터에서 죽고 딸은 끌려가 강간당하고, 여성으로서 장렬한 최후란 것이 적장을 끌어안고 자기도 죽어야 하는 모습이었던 것은 우리 역사에서 낯선 모습이 아니다. 이러한 민족사의 굴곡에 민감하게 형성된 나의 정서는 군대폐지론을 참으로 철없는 주장으로 느끼게 한다. 침략하는 군대에는 반대하나 스스로를 방어하는 군대는 필요하고 여기에 여성이 배제될 필요가 없다.

     

     

    남자를 괴롭히는 군대, 함께 고민하자

     

     

    그런데, 군가산점제 논란부터 군문제가 남성들과 여성들 사이에 핫이슈이고 안티 페미니즘의 온상지가 되고 있는 것에 비해 ‘여성도 군대에 가자’라는 담론이,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왜 이제껏 하위담론으로라도 선보이지 않았을까? 거기에는 내심 ‘그 끔찍한, 비인간화의 온상지인 군대에, 그것말고도 받는 차별이 얼마나 많은데 여성이 왜 가?’ 라는 여성들의 집단무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면 남자들의 비인간화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여자들만 발담그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페미니즘인가? 군대에 대한 우리 여자들의 근원적이지 못한 이런 편의적 발상이 ’한국 남성으로 태어나 억울하다. 성차별이다. 여자도 군역을 해라‘ 라는 남성들의 철학 없는 반발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여‘ 하는 의구심에서 해보는 소리이다. 아마 노골적인 얄팍한 이기심보다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군사정권을 오랫동안 겪으면서 군문제에 대한 담론화의 부재가 타성화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른바 신의 아들이 못되는 ’어둠의 아들‘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그들이 당하는 무의미한 고통과 모욕에 대한 대안을 함께 모색할 때가 된 듯하다.

     

     

    “처음에 간부들은 나를 소개시켜 줬고 잘 해주라고 했다. 고참들은 간부가 나가자 여러 가지 물어보고 장난을 쳤다. 나보고 비리비리하다고, 사내새끼가 힘이나 쓰겠냐며 놀리기도 하고 여자랑 자봤냐는 둥... 그들에겐 이성이란 없어보였다. 하나같이 느낀대로 내뱉고 거친 욕을 하기 일쑤였고 사람을 교묘하게 괴롭혔다.....

    제일 처음 본 어이없던 장면은 휴가 복귀한 병사가 샤워장에서 고참들의 오줌을 맞고 있는 모습이었다. 샤워장이라고 해봤자 수돗가에 불과했지만, 그 구석에서 오줌을 맞고 있는 모습은 정말 사람 미치게 했다. 고참들은 사회물을 씻기 위해서라고 했다. 진짜 어이없었다. 고참들은 웃지도 못하게 하고, 물도 못먹게 하면서 교묘하게 괴롭혔다.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나는 여러 가지 행동을 완전히 제약당했고 그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여기서 정붙이고 살아갈 수 있을까가 의심스러웠다...

    간부들은 친구들이나 형들에게 들은 얘기로 알텐데도, 집요하게 병장인 고참들에게 군기가 빠졌다, 요새 애들 너무 빠졌다, 애들 교육은 시키냐 등으로 괴롭히거나 기합을 줌으로써 고참들이 후임병들을 모아놓고 구타할 동기를 제공했다. 사적으로도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병사가 잘못을 하면 엄청나게 혼내주곤 했다. 훈련때가 오면 그것은 더욱 심해졌다. 가장 악질적인 고참은 얼차려를 준 상태에서 바벨(역기에 3kg, 5kg 단위로 끼는 것)을 던져 한 녀석 머리가 터졌었다. 하지만 비밀로 쉬쉬 넘어갔다. 이유는 훈련 때 후임병들이 너무 느리다는 이유로 자신이 뺨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내 3개월 고참은 이등병 때 뺨을 잘못 맞는 바람에 전역할 때까지 귀에서 고름이 나왔다.

    '고발하면 되지‘.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고발하면 누가 했는지는 뻔히 안다. 사방에 깔려 있는 게 병사들이고 행정병 조금 갈구면 금방 나온다. 그래도 안나오면 전부 모아놓고 나올 때까지 괴롭힌다. 고발자가 나오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부대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사소한 것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왜 이렇게 되냐구? 구타자가 나오면 그 부대는 3개월간 휴가나 외출, 외박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말년휴가가 아닌 이상 병사를 내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간부들도 눈에 불을 켜고 병사들을 감시하기 때문에 서로 힘들어진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냥 꾹 참는 것이 나나 다른 병사들을 위한 길이다(98학번 복학 남학생).“----<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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