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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회] 양평 황토집에서 신나게 먹고 가슴 뛰며 듣다
    2011-01-04 08: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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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어울림 마당’ 참가 후기
     

     

    벌써 작년의 일이 되어버렸다. 12월 18일.

    엄을순 선생님은 새로 지은 양평 흙집에 대한 정보를 웹진 <이프>에 올리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들이 초대 공지가 쨔잔- 하고 올라왔다.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진 맛난 음식을 같이 만들어서 나누어 먹는다는 것 자체로도 심장이 콩닥거리는 초대였는데 이 날은 현경 선생님과 김숙임 선생님,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또 다른 선생님 등 오랫동안 평화운동을 해 오신 멋진 여성운동가 분들과 탈북여성들도 함께 모여 평화를 위한 대화마당을 가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양평 흙집 밖의 통유리와(위)와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 찍은 산수화 같은 밖의 풍경(아래)
     

    ‘절대 시간엄수’라는 엄 선생님의 문자에 아침부터 후다닥 준비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중앙선 전철에 올랐다. 개인적으로 한참 시험을 준비하던 초기에 현경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많이 웃고 울다 바로 선생님의 팬이 되어버렸다. 『미래에서 온 편지』의 제안대로 자취방에 처음으로 나만의 제단을 만들 때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표지 사진을 복사해서 붙여놓았었는데 매번 문을 닫고 나갈 때마다 표지 사진 속 선생님의 눈빛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가까이서 그분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니 여러모로 설레는 마음으로 40분 가량 선로를 달리는데 하얀 눈밭 풍경이 펼쳐졌다. 그때 서울에는 눈이 거의 다 녹아 있던 터라 드넓게 펼쳐지는 하얀 눈길이 눈부시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흙집에 도착해보니 벌써 많은 분들이 와 계셨고 집은 선생님이 사진으로 보여주신 것보다 더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완벽한 주모의상으로 풀 셋팅한 엄 선생님은 연못의 버들치가 깨지 않게 조용히 말하라며 세심함을 보이셨고 가마솥에서는 밥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부실한 새끼주모 의상차림이었으나 선생님이 나눠주신 붉은 댕기를 머리에 두르고 나름의 새끼주모 표식을 갖추었다.

    돼지고기김치찌개에 들어갈 고기와 김치를 볶고 국 재료를 나르고 웹진 <이프> 필자이신 이지은씨, 혜영씨와 녹두전을 부쳐가는 와중에 모든 손님들이 도착하셨다. 반갑게 만난 사람들은 웃고 즐기며 가마솥으로 지은 밥, 찌개에 토종 흑돼지구이와 각종 나물과 김치를 곁들여 만족스런 점심을 나누었다.

     
     

                                          ▲이곳이 버들치가 산다고 하는 연못(?)... 여름에 와서 꼭 확인해 보리라^^

     

     
                                            ▲돼지 김치찌개와 가마솥에 지은 밥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꿀꺽~
     

                                              ▲이날의 바비큐 구이는 아마도 지금 먹어 본 고기 맛 중에  최고~

     

     

    정치인들에게 평화를 맡길 수 없다

      

    평화로운 점심식사 후 3시부터 평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서로를 소개하고 자유롭게 평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평화 만들기를 위해 앞으로 이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해 보는 자리였다. 참석자가 서른 분이 넘은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대단한 삶의 경력과 내공을 가지고 있어 소개만으로 30분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대화는 두 시간 정도 이어졌는데 중요한 부분들만 간단히 정리한다.

     

     

     



    현경 : 평화운동을 하면서 느끼게 된 점은 정치적인 변화로 평화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제의 혁명가가 오늘의 독재자가 될 수 있고 권력은 마약과도 같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에게 평화를 맡기는 것은 평화를 요원하게 할 뿐이다. 평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동서독의 통일을 예로 들었을 때 그들의 통일은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민간차원에서의 준비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남북 양쪽의 정부도, 제3자인 외국도 믿을 수 없고 우리의 통일은 일반인인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평화운동은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진다. 아프리카의 경우에도 남성 게릴라들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 여성들이 누드로 시위함으로써 합의촉구를 도모한다. 우리도 남북 여성들이 모여 1년에 한 번이라도 북한에 나무를 심고 함께 춤추고 놀며 맛있는 걸 나누어 먹자. 정치적인 건 다 제외하고 나무를 통해 자매결연을 맺는 거다. 우리는 돈을 내고 북한 여성은 나무를 가꾸고, 다 같이 어우러져서 놀고 즐기는 것이다.



    평화운동을 하면서 배운 것은 나 자신이 평화스럽지 않으면 평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간디는 ‘평화를 원하는가. 그러면 우선 평화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라. 두 번째로 평화를 위해 일을 하고, 세 번째로 네가 평화가 되라’ 고 말했다. 북한 여성이 어렵다면 탈북 여성과 남한 여성부터 만나 함께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시작한다면 전세계적으로 우리를 도와줄 여성그룹이 상당히 많다.



    2011년 5월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한국을 초청방문한다. 여성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와 남북한 평화문제를 주제로 강연이 있을 것이다. 그때 그녀와 함께 한국여성들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자. 조그만 개미들이 계속 구멍을 만들면 결국 둑도 무너뜨릴 수 있고 거미줄 네트워킹은 모든 것을 달라붙게 한다. 거미와 개미의 이와같은 방식을 우리가 모방하자. 나는 우주의 기운을 믿는다. 평화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매번 정치적인 차원에서 진행될 뿐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밑에서부터 물들이기 작전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숙임 : 6년 동안 남북여성 만남의 실무접촉 경험을 하면서 나무심기 등의 이야기를 해보면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고 오직 통일행사만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남북여성들 간의 만남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다. 어렵다. 그런 상황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남북관계 예측이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고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자꾸 만나고 논의하면서 앞날을 준비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여성들이 앞장 서 평화축제를 열자



    이경희 :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기타 현재 조짐이 근 10년간은 일어나지 않았던 긴박감을 조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사회가 이런 상황에 대하여 너무 무감각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놓고 있던 긴장감을 가동하는데 시차가 걸린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시점에서 작게나마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오프라인 상관없이 적대적인 긴장고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일련의 공개적인 의견표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재희 : 통일 전 동베를린에 갔었는데 평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주로 동독의 인텔리 계층이었다. 그 사회에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던 사람들, 충분히 자신의 재능을 발현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지하네트워크를 봤을 때,  북한 여성 내부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을지 궁금하다.



    전 여성평화운동 단체 대표: 먼저 남북한간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서로 사회 체제와 발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언어라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문제의 경우 외국을 왕래하는 교수들을 제외한 보통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다. 아마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공유되는 단어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80년대 영국에 있을 때 핵미사일 반대모임에 가서 여자들이 텐트를 치고 상거지 같은 모습으로 시위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철조망을 예술작품으로 변화시켜 놓았다. 그곳에 갈 때 여성 둘이 나를 데리러 왔는데 가면서 집집마다 돌면서 사람들이 미리 준비해 놓은 장작이며 담요, 샌드위치 등을 거두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네트워크 연결이 잘 되어 있던 것이었다. 엄마들이 한 달씩 평화시위를 위해 야영을 하면 남은 가족들이 생활을 꾸려가기도 했다. 그런 방식을 보면서 이런 평화운동은 한국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럽의 평화운동이 결국 소련을 무너뜨리지 않았는가. 

    꼭 북한을 가는 게 아니더라도 이 안에서 평화가 우리 생존에 아주 결정적인 요소니까 평화를 위한 모임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우리의 좋은 인터넷 문화를 이용해서 여성들이 깃발과 돈을 들고 모여서 평화의식을 높이고 일상에 평화가 스미도록 하는 축제를 연다면 호응도 크지 않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탈북여성 분들의 뜨겁고 진솔한 얘기였다. 북한에서의 생활, 탈북과정, 현재의 생활과 느낌 등등...(하지만 민감한 사안일 수 있어 여기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탈북여성 분들과의 만남의 자리가 있을 때 참석하시라!)

    어려운 걸음을 해 주시고 쉽게 듣기 힘든 기막힌 이야기들을 털어놓아 주신 그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평화에 무관심한 우리들....



    어느덧 집밖에서는 보름을 이틀 남긴 달이 둥그렇게 빛을 뿜어내고 누군가가 피운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어둠이 무르익고 하나둘씩 손님들이 떠나가면서 어딘가 쓸쓸해졌다. 젊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자꾸만 떠올랐다. 특히 20대 또래 여자애들끼리 만났을 때는 정치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정치관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고 굳이 그런 무거운 얘기를 꺼내서 만남의 흥을 떨어뜨릴 이유가 어디있냐는 것이다. 정치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몇몇을 제외하곤 친구들과 천암함 사건에 관해서도 연평도 사건에 관해서도 얘기하지 않았다.



    관심이 없으니 자꾸 잊어버리고 편향된 언론이 떠드는 얘기에만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마저 곧 잊어버린다. 극심한 생존경쟁 때문일까. 희망이 꺾이면서 많이 소심해져 버린 느낌이다. 평화고 정의고 일단 내가 잘 먹고 잘 살고 보자는 것이 국민성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을 때가 많이 있다.

    그렇지만 내 인생이 소중하다면 그것을 위해서라도 평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평화 없이 내 인생이 가능할 수 없으니. 나 같은 20대들도 평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소중한 모임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어울림 마당> 행사 동영상 바로보기▶ http://onlineif.com/main/bbs/view.php?wuser_id=new_info_event_photo&category_no=&no=18432&u_no=2&pg=1&sn=&s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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