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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회] 아, 이 죽여주는 길이여!
    2010-11-09 08:07:20

  • 11월 6일 드디어 두 번째 이프 초토올레 날이 다가왔다. 10월 말에 미리 공지된 대로 이번 코스는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출발해서 삼청동, 북악산을 거쳐 부암동으로 이어지는 기가 막히는 길이었다. 개인적으로 10월 말에 중요한 분기점이 있어서 이 죽여주는 길을 걷지 못하면 어쩌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터였다.

    다행스럽게도 ‘여신님’의 기운에 힘입어 좋은 결과가 났고 ‘아, 이번에도 걸을 수 있겠구나. 다시금 에너지 넘치는 그 분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두 배로 기뻐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만나는 장소도 내가 가장 흠모해 마지 않는 교보문고라니! (그러나 결국 저번에 이어 또 지각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다시는 늦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광화문) 시작~~~초토회 걷기


     

    이번엔 저번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나를 포함하여 여섯 명. 원래 참여하기로 하셨던 많은 분들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셨다고 한다. (다음 달에 만나요~) 11월 초라 가을 단풍이 울긋불긋 하늘하고 힘을 모아 무지개 빛을 쏘아대는데 아쉽게도 안개가 자욱하여 먼 산의 무지개까지는 보기 힘들었다. 이경희 대장님은 먼 곳의 산세까지 다 보이는 절경이 안개에 가려진 것을  아쉬워하셨다. 그래도 코에 바람 넣으며 보는 눈앞의 가을 오색빛이 어딘가!

    그날따라 나들이 나온 사람도 꽤나 많았고 광화문 안쪽만이 아니라 삼청동 뒷길까지 외국인 여행객을 볼 수 있었다. 삼청동 길은 한창 데이트 하던 때부터 최근까지 사랑해 마지 않는 길이고, 부암동 길은 매번 가보고만 싶어 하다가 올 추석 마음 뒤숭숭할 때 혼자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부득부득 기어나갔던 길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완전 환상적인 가을 산책이 되겠구나 싶어 마음도 몸도 가볍게, 그러니까 체력완비도 없이 길을 나섰다.


     

     

     

    앗! 지금 내가 산행을 하고 있네

     

    삼청동 카페 골목과 한옥마을 뒷길을 천천히 둘러보고 성대 후문에서 시작되는 와룡공원까지 슬슬 올라갈 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공원을 지나 서서히 북악산 길이 시작되었고 이번 올레공지를 제대로 읽지 않은 나는 계단을 세 번째 접하고서야 지금 내가 산행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단 그 전에 역시 간식타임이 있었다. (소위 오병이어 기적타임! 임나혜숙선생님 쾌차하셔요!!) 직접 뜯은 쑥으로 만든 쑥떡, 무화과며 견과류가 쏙쏙 박혀있던 호밀빵, 오미자 보리빵에 자꾸 손이가요, 손이가~는 시간이었다.
     

                     ▲삼청동 


     

    유숙렬 선생님은 친히 막걸리 두병을 종이컵과 함께 가져오셨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종이컵의 디테일함이다!) 간식을 먹고 힘을 내서 슬슬 오르막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사실 학교생활 7년 중 학교 뒷산도 올라가 본 적이 없어서 이번 가을에는 단풍구경도 할 겸 산행을 하자고 생각만 하고 마음만 먹고 있던 터였다.

    중학생 때까지 산행에 대한 나름의 트라우마가 있었다. 올라갈수록 평지와는 너무 다른 느낌과 평발에 가해져오는 통증,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는 숨 가쁨이 그때는 싫기만 했던 것 같다. 수련회를 갈 때마다 산행걱정부터 하곤 했는데 그러면서도 정작 소심해서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지는 못하고 오만상을 쓰며 따라 올라가곤 했었다. 무서워서 궁둥이로 앉아서 내려오다가 나뭇가지에 엉덩이를 찔리기도 하고.
     

     

     

    그 기억에 과연 오늘은 제대로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먼저 고개를 쳐들었다. 나이와 관계없는 저질 체력이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여 ‘쟤 도대체 누구니’ 싶을 정도로 헉헉거리며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들었던 생각은 공기가 점점 산뜻해지고 나뭇잎 하나하나가 고우며 길이 정말 편하게 닦여있다는 것이었다. 동네 뒷산 오르듯 성큼성큼 앞서가시던 대장님의 조언에 따라 힘들 때 잠깐 서서 5분 정도 쉬었다 오르고, 또 쉬었다 오르니 점점 내 몸은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묵묵히 걷기


     

    오랜만의 첫 산행에 저질체력이 정상에 오르다니! 연말 시상식 수상보다 더한 감격이 요동치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가을 단풍은 어떤 카메라 렌즈로도, 어떤 화폭으로도 담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 청쾌하게 부는 바람과 맑은 공기 그리고 사라락 거리는 나뭇잎사귀의 소리까지 실시간으로 기억폴더에 내려앉았다. 하늘공원(이름도 예쁘다)이라고 쓰여 있는 지점까지 올라 드디어 막걸리 개봉식을 시작했다.
     

     



    산 위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평소에 막걸리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청량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가쁜 숨을 고르고 송송 맺힌 땀방울을 말리며 우리는 모두 대장님께 감사를 전했다. 이토록 멋지고 ‘성취감 있는’ 코스를 선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 자애로운 카리스마 대장님 킹왕짱!!
     

                                                                                         ▲안개가 자욱히~~


     

    올 한해 마무리, 12월 초토에서 함께 해요~~



    정상에서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을 룰루랄라 내려오는데 서서히 하늘에 바닷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공기는 서서히 차가워지고 바닷 빛이 점점 고흐의 코발트 블루로 변해가는 시점에 가로등이 하나 둘 켜졌다. 성곽에 주홍 불빛이 밝혀지면서 거대한 형광뱀이 산을 휘감아 올라가는 형세가 연출되었다.

    신기한 것은 초토올레를 참가할 때마다 ‘아니 서울에 이런 곳이!’ 싶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서울이 낯설어지면 그 순간 이곳의 현실감이 옅어지고 머리가 가벼워진다. (한 달의 시작을 서울 같지 않은 서울에서 보내고 싶거나, 시간이 가는 것이 싫어 잠시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분들, 정말 추천합니다~.)

    부암동으로 주욱 걸어가는데 드디어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았다. 오늘의 뒷풀이 메뉴는 치맥! (치킨+맥주)

     
     

     

     

    예정되었던 ‘cheers!’의 자리가 만석이라 바로 옆의 ‘사이’에 들어갔는데 집에 가자마자 동생한테 데려가 주겠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로 맛있었다. 비록 골뱅이소면은 없었지만 (개발 중이래요) 레몬 한 조각을 넣은 무에 간장 소스 숙주나물에 과일 소스 샐러드까지. 겉이 바삭바삭한 치킨은 깔끔한 맛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과 더불어 기대했던 수다타임이 돌아왔다. 역시나 박수를 치며 웃고 또 웃고,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 또 동감하는 사이에 우리의 두 볼에도 단풍 빛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진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김신명숙 선생님의 여신기운 선물도 잊지 못할 거예요!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고민하던 중 배도 부르니 걷기로 의기투합, 경복궁 역까지 밤 단풍을 즐기며 걸어 내려왔다. 도중에 은행열매로 장난치시던 유쾌상쾌명쾌 엄을순 선생님은 은행을 들고 우리 모두를 한 번씩 안아주셨다.(기보다는 기습포옹해 주셨다. 우욱~냄새 ㅠ.ㅠ...ㅎㅎ)



    경복궁 역 앞에서 초토올레는 마무리 되었다.

    걸을 때는 ‘따로 또 같이’의 정신을 구현하며 혼자 풍경을 즐기고 묵묵히 걸음을 내딛다가 어느 순간 옆 사람과의 이야기에 빠지기도 하고, 뒷풀이 때는 음식과 수다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초토올레가 정말이지 좋다. 훈훈한 첫 달의 시작이다. 날씨가 추워져 12월의 올레를 끝으로 1,2월에는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한다. 12월 올레는 아마도 올 한해를 마무리 하는 기념적인 걷기가 될 것 같으니 그럼 12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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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후기도 지난 번에 이어 독자 문여정 님이 써주셨습니다. 기쁜 소식 하나! 여정님이  사법시험 2차에 합격했답니다. 우리 모두 함께 축하해 주어요~~(이프 여신, 초토올레 여신의 영빨~~ 믿을 수 있겠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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