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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회]땅에서 물에서 꿈에서 솟아난 미륵할미
    조승미 / 2013-02-12 01:39:35
  • 미륵할미신앙의 또 다른 특징은 이것이 불교신앙 범주 안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민중들의 마을신앙화 된 경우도 많았으며, 무속신앙 안에서도 수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럴듯한 불상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것은 소박한 민불형태로 또는 장승모습으로, 어떤 것은 얼굴형태가 전혀 없는 거의 바위돌에 지나지 않는 모습도 있다. 즉 미륵할미는 종교의 경계도 넘나들며 광범위하게 신앙되었던 대상이자 통용될 수 있었던 이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충북 음성 양덕리 마을장승 중 할머니 미륵

    사진출처http://blog.naver.com/mallarmel?Redirect=Log&logNo=10093058259
     

     

    전북 고창 건동리 미륵할머니. 둥근 갓을 쓰고 몸의 하부는 땅 속에 매몰된 형태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매몰된 하부를 복원하였다가 우환이 생겨 다시 묻었다고 한다. 이웃 마을의 미륵불(할아버지 미륵)과 한쌍의 부부미륵이라고 한다.

     

     

    거제 죽림리 미륵당의 할매미륵. 전설에는 바다에서 건져올렸다고 하며, 할아버지 미륵은 바다 속에 있다고 전한다.  

     

     

    전남 해남 남천리 미륵할머니. 자연석에 얼굴형태를 조성. 마을의 안녕을 수호하는 신상.

     

    우리 땅은 고대로부터 거석(巨石)신앙문화의 중심지

     

    그러면 미륵할미 신앙은 어떻게 이렇게 널리 수용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미륵할미를 땅에서 건져 올리고 꿈에서 건져 올렸다는 전설 속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우리 땅은 고대로부터 거석(巨石)신앙문화의 중심지였다. 서 있는 형태의 돌인 선돌(立石) 역시 거석신앙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또한 발견된 사례 중에는 고인돌과 미륵불이 나란히 놓여 신앙되거나, 고인돌 유적지 부근에 미륵할미가 조성된 경우도 여러 군데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선돌에 암수 개념이 존재하는 점이다. 암돌과 숫돌 한쌍의 신앙물을 이용한 의례와 놀이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다. 줄다리기와 쌍용놀이를 포함하는 당산제가 그것이다. (박진태, <김제 벽골제와 용설화 및 쌍룡놀이 : 벽골제 쌍룡놀이의 배경과 마당놀이로서의 가능성> 2005) 여기서 우리는 고인돌 - 벼농사 - 암수 선돌신앙을 잇는 오래된 루트를 상상해 보게 된다.

     

    한편, 암수 돌신앙은 몽골지역에서도 발견된다고 하여, 몽골과의 연계성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바위 끝이 뾰족해 남근석처럼 보이는 것도 이 지역에서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이안나, <제주와 몽골의 '돌 신앙' : 신체의 산육신적 특성을 중심으로> 2011)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암수 바위의 이름에 종종 혼동이 있어 왔다. 입석바위의 모양이 길죽하기만 하면 요즘사람들은 남근석으로 인식하는 것에 반해, 오래전부터 불러온 그 바위의 이름은 ‘암돌’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문식, <경기지역 선돌유적과 그 성격> 2008)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사물을 지나치게 남성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대에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여성형이 보다 더 다채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우리가 남근석이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아주 오래 전 암돌 즉 할미바위일 수 있다는 사실은, 남근숭배의 자리가 본래 생명의 원천 어머니여신 신앙일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홀어머니’라는 이름의 바위들


    우리의 돌신앙은 얼마나 깊은 뿌리를 갖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뿌리에는 암수 한쌍의 여성형보다 더 오래된 대모신(大母神)의 흔적 또한 포함되어 있다. ‘홀어머니’라는 이름의 바위들은 우리 산과 바다 곳곳에 오래된 신화와 함께 지금도 살아있다.

    나아가 우리의 산과 바다의 이름 속에는 무수히 많은 할미산, 할미바위, 할미섬이 존재한다. 전국의 지명을 조금이라도 조사해 본다면, 이 이름의 지역수를 헤아리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온 나라 구석구석에 이 이름이 없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할미’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땅을 상징하는 대표 이름이었던 것이다.

     

    수 차례의 전쟁이 온 나라를 폐허로 만들고, 기근과 온갖 전염병, 사람들의 흉흉한 인심이 민초들의 삶을 위협해 왔을 때, 미륵할미는 땅에서 물에서 꿈에서 솟아났다. 아니, 민중들이 미륵할미를 그곳에서 건져내었다. 삶이 더 이상은 위태롭다고 느껴질 무렵, 비로소 오래된 생명선을 복원하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일까.

    생명을 상징해 온 저 오래된 바위신앙, 그리고 생명을 관장하는 더 오래된 어머니 여신신앙, 사람들은 무의식 깊은 곳에 간직해 온 생명으로의 연결선을 찾고자 우리 땅의 여신을 미륵할미로 불러냈다. “우리를 지켜주소서, 우리를 살게 해 주소서.” 오래된 여신은 그렇게 다시 이 땅 위로 솟아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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