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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회]월경-여성의 몸이하는 리츄얼
    이프 / 2012-12-18 11: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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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의 꿈은 평생 따라 다니나보다. 어느 덧 세월은 흐르고 흘러, 그래도 좀 더 젊은시절, 너무나 마음에 드는 빨강하이힐을 하나 샀다. 그것을 신고 검정가죽미니스커트를 입고샌프란시스코 거리를 활보 하니 오메, 남자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클락숀을 눌러대고, 혹은 트럭에 브레이크를 걸어 급히 세우고 야단이었다. 역시 빼딱구두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때는 8인치, 12인치 하이힐 몇 개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관절염으로 삐딱해진 발가락 때문에 신지 못하지만 애인과 좀 야한 놀음 할 때 침대에서만 신었다. 페미니스트와 빼딱구두페티쉬는 어떤상관이 있을까?




                                                                      ▲요새 유행하는 스파이크가 달린 kill heel.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진주에는 다방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시내에 있는 마돈나였는데 어쩌다 우리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시고 내고 가라:”의 줄임말로 통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별다방인데 변두리의 이층건물에 있었다. 나는 그때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여름에는 외할머니가 복숭아, 풍개 같은 과일을 함지에 이고 길거리에 나가 팔고 겨울에는 고구마를 삶아 팔아 간신히 먹고 사는 전후세대 실향민 신세라 이사를 자주 다녔다. 진주시내의 온 동네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다니다보니 그때도 학군제가 있었는지 금성, 중앙국민학교를 거쳐, 5학년과 6학년 때는 진주교대부속국민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 학교는 시내에서 또 한참 떨어져 있었다. 보신탕집이 몇 개 있어서 개도살장이 있는 봉원시장을 지나, 붉은벽돌 형무소가 있는 논밭을 지나 개울의 징검다리를 지나, 연꽃이 잘도 피는 연못을 지나. . . 여름에는 연잎을 따서 파라솔로 만들어 쓰고서 당시에 유행하던 이미자의‘울어라열풍’을 신나게도 부르며 친구들과 떼를 지어 학교를 다녔다. 

    그 신비한 다방의 문을 열어 보려다….

     

    그런데 그 시장을 막 빠져나와 시내 쪽으로 가는 중앙통한길가에 이층건물이 하나있었고 그 이층에 별다방이 있었다. 다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거기에는 화장을 하고 빼딱구두를 신은 여자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가? 빨리 여자가 되고 싶은 나는 너무나 별다방이 궁금하여 어느 날 친구들과 작당을 하고 한번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가파른 계단을 다 올라가 그 신비한 다방의 문을 한번 열어 보려는 순간 갑자기 어떤할배가 나타나 벼락같은 고함을 친다. “이 가수나들이요!!!! 요게 머하로왔노. ”험악한 인상이 되더니 나의 뺨을 철썩 한 대 갈겼다. 눈앞에 진짜로 만화에서 보는 이런것들이 날아다녔다. **##5%%%****

     

    무엇보다 여자들은 몸에 힘이 있어야 된다고 친구들을 꼬드겨 여자군대를 만들어 틈만 있으면 턱걸이연습을 시키며 대장노릇을 하고 있던 나는 용감무쌍함을 보이기 위하여 제일선두에 섰다가 보기 좋게 한 대 얻어맞았던 것이다. 뒤에 따라오던 친구들은 그나마도 망갈짬이있어 달아났지만 뺨을 한 대 맞은 나는 얼굴이 벌개졌다. 그래도 대장체면에 울음을 안보이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날 밤 잠을 잘수가 없었다. 어떻게 복수를 할 것인가?어떻게 이영감태기를 죽일 것 인가?망치로 머리를? 칼로 배때기를? 아, 권총이하나있다면. . .

     

    그 당시 십대의 문턱으로 들어선 나의 꿈속은 뱀천지였다. 쑥 캐다 본 청동색의 이쁜뱀, 담장밑을 슬슬기던 큰뱀. 논속의 빠알간독사. . . 이런 뱀이 내 몸을 타고 오르거나 무서워 도망가거나 날아다니거나 창을 들고 괴물이나 도깨비를 무참히 찔러죽이고 유쾌하게 웃는 꿈을 꾸거나, 동네의 미친갱이 남자가 밤에 나의 사타구니를 만져준 것 같기도 한, 그러나 그것이 무섭지 않은 것이 이상한—비몽사몽 몽정의 세월 (여성도 몽정?)속에 여자가 되고 싶은 나의 욕망은 어이없는 폭력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첫 월경, 무지하게 기분이 좋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쯤 첫 월경이 나왔을 때 나는 속으로 무지하게 기분이 좋았다. 아, 이제 나도 여자가 되는구나, 드디어. . . 그래서 살인의 충동도 다 잊어 버렸다. 그 당시에는 월경패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저귀천으로 개어서 무명으로 만든 큰 줄에다 끼어 말하자면 기저귀처럼 월경대를 차고 다녔다. 진짜로 스타일 구기는 일이지만 피를 질질 흘리고 다닐 수도 없고, 어쩌랴.

    그런데 생리통 때문에 고통당하는 여자들은 주위에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모두 숨기고 있었던 것일까? 생리통이라는 말도 들어 본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나 역시 평생 생리통으로 고생한 적이 없다. 딱28일간 확실하게 달의 주기와 맞아 떨어져 왔는데 월경직전 그저 우울했다. 우울해지는 바로 그 순간을 어떤 내 애인이 알아 챌 정도로 기분이 극과극으로 변했다. 이것 또한 이상한 일이다.

     

    월경에 대해 한사회가 가지는 태도는 두 가지다.하나는 금기이며 죄이며 치욕으로 여성비하의 잣대가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신성하여 여성우대의 토대가 된다. 월경에 대해 부정적인가부장적종교와 문화가 심화된 현대를 살아가는 서양여성이나 한국여성들은 그러므로 엄청난 생리통을 겪게 된다.

    한동안 미국원주민 전통의 영성센터에 다니며보니 월경을 신성시하는 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다. 이 전통속에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격리된 공간과시간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 격리가 월경을 터부로 보기 때문이 아니라, 아주 영험이 큰리츄얼로 보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여성들은 다른 리츄얼에 갈 필요도 없다, 왜냐면 그녀자신이, 자신의 몸자체가 리츄얼을하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이 전통이 그대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렇게 다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월경을 천시하게 되고 그러므로 여성을 천시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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