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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회]가믄장아기 여신원형2
    이프 / 2012-10-23 02:10:45
  • 남성지배 사회에서 여성은 ‘두문불출’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되어 왔다. ‘밖’은 여성들에게 부정적이고 위험한 공간으로 존재하는 곳이었으며,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순한 일이 되었다. 집안에서 조신하게 앉아 아버지-남편-아들에게 의존하는 삼종지도의 덕을 배우고 실천하는 일이 여성들이 갖추어야 하는 당연한 교양으로 여겨져 왔다.

     

    가믄장아기는 이 남성지배의 원칙들이 만들어 놓은 패러다임에 저항한다.

    보호만 받아왔던, 약하고 어린 여자아이가 남성지배의 ‘밖’으로 나가는 것은, 그녀가 원하는 여성성을 오히려 파괴해버릴 수도 있는 경고와 위협이었는데도 가믄장아기는 밖을 선택했다.

     

                                                    ▲페르난다 발라데스 감독. <이 세상에서>. (사진/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

                   자신을 옥죄던 공간에서 탈출하여 길을 떠난 주인공에게 호의적인 공간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불만스럽더라도 이 ‘두문불출’의 원칙을 상기하고 쫓아가려 한다. “싸돌아다니지” 않는 것은 여성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정숙과 부덕이라 여겼고 밤늦게 나돌아 다니는 것은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불량스런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학교, 가정, 사회, 남성들은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자들을 ‘안에’ 가두어 왔다.

     

    아버지 앞에 고개를 내리깔지 않았다.

     

    성차별화 된 지배구조는 세상의 모든 현상들과 모든 실제활동을 그 지배의 원칙에 맞추어 놓기 마련이다. 남성에게의 ‘바깥’과 여성에게의 ‘안’이라는 구분도 그 원칙에 의한 것이다. 여성들을 안에 가두어 바깥과의 접촉을 당초에 불가능하게 한 것은 세상의 현상들에 대한 여성들의 무지, 미인식, 비조직화를 꿈꾸며 남성지배를 실현해 왔던 강요이고 감금일 수 있다.

     

    바깥은 재미있고, 시장이 있으며, 토론과 집회를 하는 무궁무진한 생의 장소다. 환하게 열려 있는 삶의 공간이다. 울타리의 안은 닫히고 어두운 공간이다. 누워있기 위한, 좁아지기 위한 장소다. 바깥에서 술을 마시며 많은 만남을 하고, 경쟁 속에서 돈을 벌고, 로비와 협상,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점점 더 강해진 남성들에 의해 집안만큼은 졸렬하고 합법적인 지배 공간이 되어 갔다.

     

    차별화의 지배구조는 남녀의 활동, 신체나 성행위의 인식을 구조화하는 표상들, 언어 행위에도 곧바로 나타난다.

    여성들의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감추고 닫아야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성행위는 윗부분은 움직이며 땅에 고정되어 부동적인 하체를 지니는 맷돌과 비교되거나 또는 왔다갔다 하는 빗자루와 집과의 연관에 비교된다. 위의 맷돌은 부지런히 돌면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움직임, 생산성의 원초로서 에너지의 상징이고, 능동의 이미지로 인식된다. 여성, 즉 아래 맷돌은 움직이지 않으며, 비어 있고, 주는 것을 마시는, 수동적인 이미지다. 빗자루 역시 움직임의 상징이며, 집은 빗자루가 왔다 갔다 하는 고정된 공간이다.

    켈트와 게르만의 신화나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영화에서도 그 신나는 빗자루를 타는 것은 남자 아이의 몫이다. 여자가 빗자루를 타면 ‘마녀가 탄 빗자루’, 마녀가 되었다.

     

    몸가짐의 구조도 남성지배의 원칙에 따라 정해져 왔기는 마찬가지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에는 약하게 움츠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여성답다고 훈련된다. 낮추고 내려다보며 고분고분하도록 요구된다. 치마를 입는 게 여성답다 해왔고, 치마를 입는 것만으로 다소곳해졌다.

    그러나 가믄장아기는 아버지에다 대고 고개를 내리깔지 않고 치켜들었다. 조근조근 대답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으며 능동적으로 행동했다. 높음과 낮음의 일방적인 구분에서 그녀는 낮음의 자세에 머무르지 않았다. 힘이 약하고, 아직은 어린 여성의 육체 상황에도 굴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정직하게 표현하다

     

    그녀는 힘센 남자들만 드글거리는, 기득권이 지배하는 밖으로 당당히 나갔다. 어른 여성, 어머니가 ‘식은 밥이라도 물에 먹고 가라’며 그녀의 출가를 몇 번이나 방해했지만 그녀는 밖으로 나섰다. 권세를 나누고 싶지 않은 시기심으로 그녀를 해악에 빠트리고자 한 동료 여성, 언니들은 낮음의 영역(가믄장은 시기심으로 그녀를 음모하는 언니들을 청지네와 버섯, 기어 다니고, 음지에서 자라고, 치마를 입고 숨어 사는, 낮은 영역으로 변하게 한다)으로 단호하게 처단한다.

     

    힘없는 여성이라는 신체를 가졌기 때문에 무거운 것은 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그녀의 것이 아니다. 그녀는 남성 원칙들이 만들어 놓은, 시선을 내리깔고 안으로 숨어들면서, ‘난 부족해’의 자세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녀는 ‘난 잘 몰라…’, ‘잘 못하겠어…’ 포기하고 양보하거나 움츠러들기 보다는 ‘흥, 이 정도쯤이야’, ‘넌 뭔데?’하는 용감함,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가믄장아기 여신 원형은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데 있어서도, 고정된 시선에 종속되지 않고 훨씬 단순하고 직접적인 판단과 표현을 한다. 가믄장아기는 ‘이렇게 말하면 부모님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조바심과 두려움을 거두고 자신의 상태와 생각에 대한 정직한 표현을 했다.

    그녀는, 어쩌면 남성지배가 유포한 것일 수 있는 애매모호하고 단순하며 종잡을 수 없는 여성적 언어 표현보다는, 직접적이며 시원시원한 표현을 즐긴다. 내쫓김을 자초한 그녀의 언어는 여성이나 자녀들이 가져야 할 심성과 태도로서의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저항의 언어였다.

     

                                                                              ▲해녀 사진(출처/ 제주의 소리)
     

    남편이 없어도 스스로 완벽하다

     

    저항적이고 도전적인 그녀는 남편(남성)이 없어도 스스로 완벽하다. 남편의 존재여부가 그녀의 존재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 있어도 있으나마나다.

    인간으로서 그 누구에게 종속되는 것이 싫고 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열심히 키워나갔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는 남성지배의 세상이 원하는 바의 여성적 매력을 갖추려 애쓰지 않는다. 못하는 척, 모자라는 척 하면서 뒤로 물러서거나, 남성에 대해 여성적 애교를 떠는 모습은 그녀들 생전에 찾아보기 어렵다. 행동도 투박하며 부드러움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생활력 강하고 독립적인 그녀들은 점점 힘도 장사가 된 듯하고, 목소리도 크고 걸음걸이도 크다. 


    허구헌날 입에 풀칠할 정도의 생산만 겨우 해왔던 밭을 새로 일구고 부자로 만들어낸 가믄장 여신은 남성들보다 더 용감하게 쟁기로 밭을 갈고, 머리를 짜내며 살림 시간을 관리하고, 저승과도 같이 까마득한 바다로 자맥질하면서 바당밭을 개척해 내었던 도전적인 제주의 해녀들, 집안의 장롱을 옮기거나 전구를 갈아 끼우거나 하는 일을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혼자 후딱 처리해내는 투박한 제주 여성들의 원형이다.

     

    *참고 저작

    피에르 브르디외, 「남성지배」, 김용숙 주경미 옮김.

    FORESEEN 연구소, 「여성적 가치의 선택」, 문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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