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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회]가믄장아기 여신원형1
    이프 / 2012-10-16 02:05:53
  • <삼공신화>의 주인공은 전상신인 가믄장아기이다. 전상이란 전생인연, 운명을 말한다.

    ‘이프’ 화요수다방에 모여 쑥덕쑥덕 수다를 떨고, 김기덕의 <피에타>에 짜증도 내보고, 여신·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대접과 여신·여성들의 위대한 영성에 감탄하면서, 살려내고자 돈 들이고 시간 들이는 이 모든 일이, 을쑤니와 유숙렬의, 제미란의, 그녀들 모두의 ‘전상’때문이라는 거다.

    전상, 운명은 하늘에서 준 것이지만 세상사는 것이야, 하늘 이후 내가 선택하며 사는 일이니 전상이란 결국은 개별의 몫일 것이다.

     

    나무 바가지 아기 -'가난'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결핍된 존재

     

    그녀는 ‘나무바가지 아기’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가난’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결핍된 존재로 태어난다. 가난한 집의 여식에다, 가장 나이 어린 막내인 그녀는 동네 사람들이 나무바가지에 밥을 해다 키워준 ‘나무바가지 아기’이며, 이 이름이 동네 사람들의 행위와 관련하여 부여된 것임을 생각할 때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가장 폄하되고 낮게 대우받는 열등한 존재다.

     

    또한 이 나무바가지 아기는 첫째언니인 은장아기와 둘째언니인 놋장아기로 이어지면서, 가난은 계속 가난을 낳고 대물림되는, 극복하기 어려운 운명이라는 것을 중층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연극 <가믄장아기> (출처/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프로)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저항

     

    운명의 여신이 천부적이고 사회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있는 점은 시사적이다. 그리고 이 점은 가믄장아기 원형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여성과 가난이 천부적인 운명이라지만, 여성비하의 가부장적인 관습이 천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가난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개인적 결과라는 것 역시도 지배적 체제의 엄폐논리와 일정하게 맞닿아 있다.

    결국 가믄장아기는 자신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가난과 여성이라는 굴레, 사회적으로 굳어져 온 그녀의 차별적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경제력과 독립의 성취에 매진하며, 여성, 가난, 효, 인간관계 등에 관습적으로 굳어져온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 나간다. 


    그녀는 지금껏 물려 내려온 모진(나쁜) 전상, 즉 여성과 가난에 대한 차별이나, 효도나 장유유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묻지마’ 관습 같은 ‘나쁜’ 전상을 극복해내고, 그것과는 다른 인식과 실천의 길을 보여주는 여성성의 여신 원형이다.

     

                                                ▲이수정 감독, 다큐멘터리. <깔깔깔 희망버스>.(사진/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

                     희망버스, 트위터라는 공간, 그간 나누며 이룩해온 축적물들, 여배우, 시인 등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연대 속에서의 저항.

     

    배꼽 아래 선그믓(陰部) 덕으로 먹고 입고 행동합니다

     

    두 언니와 부모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지만, 그녀는 ‘자녀는 부모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예속되어 있다’는 사회의 문화에 저항한다.

    세상의 자연적 질서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늘도 인정했고, 땅도, 부모님도 인정했다. 여성임도 인정했다. 다만 그녀는, 그녀도 나름의 몫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간에 한 인간 개체로 존중받기를 희망했으며 그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특성과 장점을 발휘하면서 세상에서 살기를 원했을 뿐이다.

     

    그녀는 누구 덕으로 먹고 사느냐, 묻는 부모에게 하늘과 땅 덕이요, 아버님 어머님 덕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배꼽 아래 선그믓(陰部)(배꼽 아래에서부터 음부까지 나있는 선, 자궁선, 임신선) 덕으로 먹고 입고 행동한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자식이기도 하지만 독립적 개체로서의 여성이라는 점을 당돌하게 앞서서 내세운 것이다.

     

    정체성은 내가 ‘타자’들과 다르다는 불안에서 시작되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인간관계를 구성해 내면서 역동성을 가지게 된다. 부모님,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적이었던 언니들에게 주어진 보상은 ‘네 방으로 가라’는 것이었지만, 자신의 의견, 정체성을 주장한 가믄장아기에게 내려진 형벌은 네 방으로 갈 수 없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밖은 물론 그녀에게 위협적이고 고생스러웠지만 경제적인 능력의 성취, 그리고 독립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가믄장아기는 가정이 공공연한 남성지배나 장유유서 지배의 폭력적 장소라면, 가족이 개인의 개체성과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친숙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접고, 불안한 길을 떠나기로 작정하는 많은 독립적인 여성들의 원형이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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