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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회]하늘에서 내려오는 미륵불, 땅에서 솟아오른 미륵할미
    조승미 / 2012-10-08 11:33:06
  • 모진 태풍 다 이겨내고 이 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부지런히 낟알을 익히고 있는 벼를 바라보면, 그저 보기도 황송하게 신성하고 아름다워 경건해지곤 한다. 그런데 가을들판의 황홀함은 뭐니뭐니 해도 황금색을 띠는 그 빛깔에서 오지 않나 싶다.

    ‘저게 다 금이라면’ 하는 불순한(?) 생각을 한번쯤 다 해보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넓은 들판의 이름에는 금(金)자가 들어가 있다.

    바로, 지평선 노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김제(金堤)평야다. ‘금빛 둑’이라는 뜻의 김제는 본래 고대 지명이 ‘벽골((碧骨)’이었다 한다. 지금은 최고(最古)의 농업저수지 벽골제로 그 이름이 남겨져 있는데, 벽골의 이름이 본시 ‘벼골’에서 왔다고 하니, 바로 이 ‘벼’가 곧 ‘금’인 것을 알 수 있다.

     

    최고의 미륵성지 금산사

     

    금쪽같은 이 벼를 가장 많이 키워내는 이 김제의 산은 산이름 자체가 어머니인 모악(母岳)산이다. 원래 ‘엄뫼’라고 불렸다 한다. (출처 『금산사지』) 그리고 이 어머니 산이 품고 있는 절이 금산사(金山寺)다. 또 ‘금’이다.

    금산사는 벼농사의 본고장 김제를 대표하는 사찰이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미륵성지이기도 하다.

     

    금산사가 미륵의 본산이 된 배경에는 통일신라시대 고승 진표(眞表)율사가 있었다. 진표율사는 귀족출신도 아니었고, 사냥꾼의 아들로서 고승이 된 민초들의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는 처절한 고행을 닦은 끝에 미륵불을 친견하는 강렬한 종교 체험을 했다. 이 경험의 권위는 미륵으로부터 전해 받았다는 점찰경과 간자 189개로 증명되었다. 진표의 미륵사상은 본래 미륵신앙이 강했던 백제농민들과 변방이 된 옛 고구려땅 유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한다.

     

    미륵신앙은 종교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면과도 깊은 관련을 맺어왔다. 미륵은 불교교리적으로도 도솔천 하늘에 있다가 이 세상에 내려와서 단 세 번의 법회로 모든 사람들을 남김없이 교화한다는 강력한 힘과 비전을 보이는 미래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구한말 동학의 녹두장군 전봉준이 태어난 곳도 이곳이고, 증산도를 비롯한 근대 신종교들도 이곳의 미륵신앙에 뿌리를 두고 일어났다.

     

    이와 같이 미륵신앙의 본산답게 금산사에는 거대한 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미륵불이 거대하여 미륵을 모신 건물 미륵전 역시 거대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례가 없는 3층 전각이 바로 이 금산사 미륵전이다.

     

                                                                             ▲금산사 미륵전 국보 제62호
     
                                                                        ▲금산사 미륵전의 미륵삼존불

    미륵할미 몸에 남은 수난의 흔적
     

    가운데 미륵주존의 높이는 옥내 불상으로는 세계 최대인 11.8m가 넘는다. 물론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화재가 있어서 최근세에 다시 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진표율사가 조성했던 당시에도 거대한 크기의 불상이었음이 추측되고 있다.

    석가모니불이 주로 명상과 설법의 좌상 형태가 많다면, 미륵불은 주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없애주고 소원을 들어주는 손모양을 취하며 서있는 입불(入佛)이 많다. 금산사 미륵불의 거대한 몸 크기는 어쩌면 이 세상 고통을 중지시킬 막강한 능력의 지도자에 대한 염원이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금산사 미륵불 아래 놓여져 있다는 무쇠솥은 고대 왕권의 상징이었다는 해석이 있으니, 미륵불은 곧 미래의 왕으로 신앙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영광스런 왕, 미륵불 외에 금산사에는 또 다른 형태의 미륵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미륵할미 여신이다. 미륵할미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금산사 내부에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사찰의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문 바로 바깥쪽 누추한 전각에 홀로 모셔져 있다.

     

                                                                  ▲금산사 앞 미륵할미가 모셔진 미륵당 
     

    사찰 안의 미륵불이 웅장하고 화려한 것에 비하면 미륵할미의 모습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상 앞에 켜진 촛불의 개수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소원을 빌러 온 사람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미륵할미 신앙은 과거 유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었다.

     

                                                                                ▲금산사 미륵할미
     

    미륵할미는 민중의 사랑도 받았지만 수난도 적지 않게 받았던 것 같다. 목이 잘려나갔었는지 시멘트로 보수한 흔적도 얼룩덜룩 남아있다. 마을에서는 미륵할미를 ‘돌할머니’라고도 불렀다. 미륵을 돌과 동일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고대 거석신앙과 돌미륵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미륵신앙에 관한 글에서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설명이 있는데, ‘미륵(彌勒)’은 우리말 ‘미르’에서 연원하였으며, 이것은 다시 물, 용(龍)신앙과 연관된다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미륵을 단순히 용, 즉 물신앙으로만 귀결시켜서는 이와 같은 민속의 미륵 돌 신앙을 설명하기 어렵다. 미륵신앙에는 분명 또 다른 전승의 맥이 이어져 왔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돌 미륵이 석기시대부터 이어져 온 고대 거석신앙에 연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주목된다. (김용덕, <미륵불신앙의 현장연구> 한국언어문화 43, 2010)

    더군다나 한반도는 거석, 고인돌 유적의 중심지가 아니던가. 고인돌을 흔히 무덤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발굴조사에 의하면 신앙대상의 의미가 더 컸다고 보고되고 있다. 거석을 신앙해 온 이 땅의 전통이 여신 할미신앙과 결부된 것이 미륵할미인 것이다.

     

    미륵할미에게는 아픈 사람의 병을 고쳐달라는 소원이 빌어지기도 하고, 자식을 점지해 달라는 기도가 바쳐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민중의 고단한 삶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의 애환이 미륵할미 앞에 놓여져 왔던 것이다.

    미륵할미가 특별히 여성의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기 때문에 혹자는 승려의 상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너무나 명백하게도 오랫동안 ‘할미’의 명칭으로 불려져 왔음을 본다. 여신의 이름 ‘할미’ 말이다.

     

    한편,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 미륵할미가 땅에서 솟아나온다는 점이다. 금산사 미륵할미의 경우, 하반신이 이상하리만치 짧은데, 나머지 부분이 땅속에 묻혀 있거나 혹은 땅에서 솟아난 것을 표상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예전에 살펴본 지리산 여원치 마애불도 불상의 아랫 부분이 땅속에 묻혀 있었다. 덜 발굴된 것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미륵불 전래설화를 보면 땅에서 직접 솟아오르거나, 우연히 혹은 선몽을 받고 캐내는 경우가 있었으며, 인위적으로 솟아오른 바위에 불상을 새기는 경우들도 많았다. 혹 억지로 불상을 발굴하거나 훼손하기 위해 캐내는 경우, 무서운 재앙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믿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돌미륵 할미가 땅에서 캐내어져서는 안된다는 믿음이 얼마나 강했던가 터부신앙을 통해 알 수 있다. 돌로 만들어진 미륵할미는 땅에서 솟아나서 땅속에 다리를 묻은 채 몸을 드러내어 인간의 소망을 들어준다 한다. 금으로 만들어진 미륵불은 왕처럼 강력한 권능을 가지고 도솔천에서 내려와 인간 세계를 교화할 것이라 한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미륵불, 그리고 땅에서 솟아오른 미륵할미, 이 두 개의 미륵이 금빛 가득한 가을 김제평야를 오랫동안 지켜왔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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