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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회]“발이 시려우니 아들이나 하나 보내 주시오”
    이프 / 2012-09-25 01:24:39
  • 세 형제는 각각 파 온 마를 삶고, 먹기 위해 둘러앉았다.

    큰마퉁이가 마를 삶아 가져왔다.

    “어머니 아버지는 먼저 태어나서 많이 먹었으니 마 모가지나 드십서!”

    마 모가지를 꺾어 늙으신 부모님께 드렸다. 손님격인 가믄장에게는 꼬리를 잘라 주고 자기는 살이 많은 가운데 부분을 먹었다.

    둘째마퉁이가 마를 삶고 들어 왔다.

    “어머니 아버지는 먼저 태어나 많이 먹었으니 마 꼬리나 드십서!”

    하며 꼬리를 끊어 늙으신 부모님께 주었다.

     

    막내마퉁이가 마를 삶고 들어 왔다.

    “우리들 낳아 키우려 하니 얼마나 공이 들고, 이제 살면 몇 해나 더 살 겁니까!”

    막내마퉁이는 늙으신 부모님께 살이 많은 잔등 부분을 드리고, 가믄장아기에게도 가운데를 건넸다. ‘오호라 이놈은 쓸 만한 놈이군’, 가믄장아기는 생각했다.

     

                                                         ▲극단 북새통의 가족극 '가믄장아기'의 한 장면(출처: CBS 노컷뉴스)

     

    모두 가믄장의 밥상을 물렸으나 막내마퉁이만은...

     

    조금 후에 가믄장아기는 솥을 빌려, 가지고 온 쌀로 밥을 지었다.

    “문전신 모른 제사 있으며, 주인 모른 나그네 있습니까?”

    가믄장아기는 기름이 번지르르 흐르는 밥상을 마퉁이의 아버지 어머니께 들여갔다.

    “이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고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것이어서 먹지 않겠다.”

    마퉁이의 부모님은 상을 물렸다.

    “조상 대(代)에도 안 먹어 본 것이니 나도 안 먹겠다.”

    큰마퉁이도 둘째마퉁이도 팥죽같은 화만 냈다.

     

    막내마퉁이에게 밥상을 들고 가니 그는 허우덩싹 받아먹었다. 아우가 맛있게 먹는 걸 창구멍으로 몰래 보다가 형들도 한 숟가락 얻어먹더니 뜨겁다고 소리는 지르면서도 푸푸 불며 맛있게 받아먹었다.

     


    ▲큰굿, 질치기(길닦음) 장면. 신들이 다니는 길을 닦는 장면이다. 돌을 파내고, 땅을 고르고, 흙먼지가 날리지 않게 물을 뿌리고, 숲이 있고 꽃과 나비가 날아다니는, 비단 같은 고운 길로 만들어 놓는 장면이다. 길을 제대로 닦는다는 것은 역사와 질서를 제대로 바로잡고 닦는 일이다. (2012. 9. 12. 성읍큰굿에서 찍음) 
     

    발 막아 누울 아들 하나 보내달라

     

    저녁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자 가믄장은 마퉁이의 어머니를 찾아 갔다.

    “발이 시려우니 발막아 누울 아들이나 하나 보내 주었으면 합니다.”

     

    당돌한 말에 깜짝 놀랐지만 과년한 아들 셋이나 둔 어미로서는 반가운 소리였다.

    “큰마퉁아 저 나그네가 발막아 누울 사람 하나 보내 달라는데, 가 볼 테냐?”

    “애가 빠지게 마 파다 배부르게 먹여 놓다 보니 이젠 별 소릴 다합니다. 근본도 모르는 여자한테 어찌 장가를 듭니까?”

    “길 지나가던 여자에게 날 보내서 공연히 날 죽여 먹으려고 하십니까?”

    큰마퉁이도, 둘째마퉁이도 화를 냈다.

     

    본 적도, 들은 적도, 먹어본 적도 없지만, ‘한 번 먹어봐야지’, 덥석 쌀밥을 받아먹었던 막내마퉁이는 속으로 좋아했다.

    “어머니께서 하는 말을 아니 들을 수야 있습니까?”

    막내마퉁이는 가믄장아기 방으로 냉큼 들어갔다. 둘은 백년동거 약속하고 한 방에서 잠을 잤다. 서로가 언약이 되어 곱게 목욕시키고 새 옷을 입혀 내 놓으니 절세미남이라, 꽃과 나비가 따로 없었다.

    다음날 아침, 잘 차려 입은 동생을 본 형들이 동생임을 몰라보고 넙죽 절을 했다.

    “접니다. 형님들 막냅니다.”

    “어, 이거 몰라보았구나.”

    형님들은 부러웠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이었다.

     

    가믄장아기, 마파던 데를 구경가 꼼꼼히 살피다

     

    가믄장아기는 고운 옷을 입고 마 파러 가려던, 여전히 정처 없는 남편에게 갈옷으로 입으라말했다. 그리고는 마 캐는 곳을 구경이나 하겠다면서 따라나섰다.

    큰마퉁이가 마 팠던 데는 똥만 물컹물컹 쥐어지고, 둘째마퉁이가 마를 파던 데는 지네, 뱀, 짐승들만 가득하고, 막내마퉁이가 마를 팠던 데는 흙돌만 잔뜩 버려져 있었다.

    가믄장아기가 겉에 묻은 흙을 박박 쓸어 자세히 보니 금덩이고, 또 박박 쓸어 자세히 보면 은덩이였다. 가득 주워 검은 암소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날이 밝자 막내마퉁이에게 그걸 팔아오게 하였다.

     

    마만 파봤지 생전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는 막내마퉁이는 난감했다.

    “아니 저 돌들을 팔러 가서 뭐라고 하지?”

    “그냥 가져 가면 얼마나 받을래?, 할겁니다. 그러면 줄만큼만 주라 하십시오”

    막내마퉁이는 가믄장아기가 시키는 대로 장에 나가 금은덩이를 팔아왔다.

     

    집안은 일시에 우마가 생기고 전답이 생겨 처마 높은 기와집에 풍경 달고 잘 살게 되었다. 살림살이가 늘어날수록 가믄장아기는 봉사가 된 부모님이 여기저기 동냥하며 있을 생각을 하면서 웃음이 사라졌다.

     

    거지잔치를 열다

     

    가믄장아기는 석 달 열흘 거지잔치를 열고 있으면 동냥바치가 된 부모가 틀림없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루는 가믄장아기가 막내마퉁이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천하거부로 잘 살게 되었으니 이젠 모든 거지들을 위한 잔치를 하였으면 합니다. 그러면 내가 웃을 일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큰굿 <전상놀이>장면 일부. 큰굿에서는 가믄장신화를 구술하고, 그리고 신화를 대본으로 하여 심방들이 분장을 하고 놀이(연극)를 한다.        사진은 봉사가 된 가믄장의 부모가 가믄장이 여는 거지잔치에 막대를 의지하며 들어서는 모습.(2012. 9. 13. 성읍큰굿에서 찍음) 
     

    돈을 원하는 거지에게는 돈을 주고, 밥을 원하는 거지에게는 밥을 주고, 물을 그리워 하는 거지에게는 물을 주며 거지잔치를 치르자 거지란 거지들은 모두 몰려들었다.

    석 달 열흘 백일 만에 눈이 먼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의지하며 저만치에서 들어오자 가믄장아기가 역꾼들에게 지시했다.

    “저기로 오는 거지 할망, 하르방에게는 부디 밥을 주지 말라. 밥을 먹기 위해 위로 앉으면 밑에서부터 밥을 주다가 떨어버리고, 밑에 앉으면 위로부터 밥을 주다가 떨어버리고, 가운데 앉으면 양끝으로 밥을 주다가 떨어버려라.”

    부모님은 그릇 소리는 바로 옆에서 딸깍딸깍 나는데, 도통 먹을 차례는 되질 않으니 이리 찾아 앉고, 저리 찾아 앉는 동안 날이 저물고 잔치는 끝나게 되었다.

     


    ▲큰굿 <전상놀이>중 일부. 가믄장의 부모가 잔치에 들어오자 잔치상을 이리 치우고 저리 치워버리는

     장면에서부터 가믄장아기와 만나는 장면까지의 놀이(극).(2012. 9. 13. 성읍큰굿에서 찍음)

     

    가믄장아기가 수별감 수머슴 느진덕정하님에게 지시했다.

    “저 거지들은 잡아 놓았다가 다른 거지들이 가버린 후에 안방으로 청해 들이라.”

    다른 거지들이 모두 가버린 후 안방에 청해 들이고 통영칠반에 귀한 약주 한 상 가득히 차려놓으니, 두 거지는 정신없이 먹어 갔다.

     

                                             ▲드디어 잔치상을 받고 허겁지겁 먹는 가믄장의 부모. (2012. 9. 13. 성읍큰굿에서 찍음)

     

    조금 후 가믄장아기가 옆에 와 앉으며 말을 했다.

    “어르신들, 옛말이나 말해 보십시오.”

    “들은 옛말 없습니다.”

    “그러면 봤던 말이라도 있으면 말해 보십시오.”

    “봤던 말도 없습니다.”

    “그러면 살아온 말이라도 해 주십시오.”

    “그것은 할 말이 있습니다.”

     

    가믄장의 부모님, 살아온 날을 노래하다

     

    오늘 오늘 오늘이여

    날도 좋아 오늘이여

    옛날 옛적 내려서면

    길가에서 마주 걷다

    부부지간 되옵니다

     

    딸삼형제 나옵네다

    큰딸애긴 은장아기

    셋똘아긴 놋장아기

    작은딸 가믄장아기

    솟아나니 부자되고

     

    하룻날은 비가 오니

    심심허고 복에 겨워

    세 딸아기 불러놓고

    누구 덕에 먹고사냐

    문답놀이 하옵네다

     

    은장아기 대답하길

    하느님도 덕입니다

    부모님도 덕입니다

    어 기특하다

    네 방으로 돌아가라

     

    놋장아기 대답하길

    하느님도 덕입니다

    부모님도 덕입니다

    어 기특하다

    네 방으로 돌아가라

     

    가믄장아기 대답하길

    하느님도 덕입니다

    부모님 덕입니다만

    나 배꼽아래

    선그믓 덕입니다

     

    가믄장아기 밖으로 나가라

    내쫓아 버렸구나 ……

     

    가믄장아기임을 밝히다

     

    살아온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을 들으며 가믄장아기는 잔에 촬촬 넘치게 술을 부어 권했다.

    “이 술 한 잔 드십시오. 천년주입니다, 만년주입니다. 설운 어머님, 아버님!, 가믄장아기우다.막내딸이우다”

    “이? 어느 거? 어느 거!, 우리 가믄장아기?”

    놀라서 들었던 술잔을 떨어뜨리는 순간 설운 아버님 어머님 눈이 팔롱하게 돌아와 개명천지가 되었다. 부모님은 가믄장아기 집에서 편안하게 살게 되었다.

     


    * 현용준「제주도 무속자료사전」, 문무병「제주도무속신화」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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