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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회]“내 배꼽 밑 쭉 내려그어진 선그믓 덕에 먹고 삽니다”
    이프 / 2012-09-11 03:26:19

  • -가믄장아기 신화1

     

    ▲2012년 <제주 큰굿>이 열리고 있는 서귀포시 성읍마을 마방가옥 앞. 제주 큰굿은 굿하는 날짜를 정하여 14일(‘두 이레 열나흘 굿’) 동안 행해지는 굿이다. 굿이 행해지는 동안 제주의 여러 신화들이 심방의 입을 통하여 구술된다. (2012. 9. 6. 촬영)
     

    옛날 윗마을에는 강이영성이라는 거지가, 아랫마을에는 홍은소천이라는 거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7년 만에, 9년 만에 큰 흉년이 들었다. 그러자 아랫마을에는 윗마을에서는 풍년이 들어 시절이 좋다 하고 윗마을에는 아랫마을은 풍년이 들어 시절이 좋다 하는 소문이 들었다.

    들은 바가 있는 터라 윗마을 강이영성은 시절 좋다는 아랫마을로 가고, 아랫마을 홍은소천도 들은 바가 있는 터라 윗마을로 얻어먹으러 길을 떠났다. 강이영성과 홍은소천은 마을 어귀 먼 올레에서 마주쳤다.
     


    ▲위 자료는 2012년 9월 8일 제주 성읍에서 큰굿이 열리고 삼일 째 되던 날, 강대원 심방에 의해 구술된 삼공본, 가믄장신화의 첫 부분입니다. 두 거지가 만나 서로 길을 떠나다 마주쳐 부부의 연을 맺고, 첫째 딸 은장아기를 낳기 직전까지 필자가 핸드폰으로 녹화한 자료입니다.                                             

     

    가난한 부부에게 첫째 딸이 태어나다

     

    구르는 돌도 연분이 있듯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서로는 통성명하고 부부살림을 하게 되었다. 배필을 만난 둘은 동냥하여 얻어먹는 일을 그만두고 서로 의지하며 열심히 일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애써도 겨우 근근이 먹고 살아갈 뿐이었다.

    그런 즈음 홍은소천에게 태기가 생겨 점점 둥둥배가 되어갔다. 아버지 몸에 흰 피 석 달, 어머니 몸에 검은 피 석 달, 살 만들고 뼈 만들고, 아홉 달 열 달 준삭을 채워 여자 아기가 태어났다.

    일가친척도 없고 쌀도 옷도 없는데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막막하던 차에 마을 사람들이 죽을 쒀 은그릇에 담아다 먹여주고 돌봐주었다. 은그릇의 죽을 먹여주며 키웠다 해서 은장아기라 이름 지었다.

     

    어머니에게 기어가면 아버지가 웃고 아버지에게 기어가면 어머니가 웃고,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은장아기가 재롱을 해갈 때 홍은소천이 또 아기를 가졌다. 또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이번에도 동네 사람들은, 처음만큼 정성은 못했으나 놋그릇에 밥을 해다 키워 주며 살펴 주었다. 둘째 딸은 놋장아기라 이름지었다.

     

    다시 또 여자아기가 태어나니, 가난한 집에 운이 트이고 부자가 되다

     

    그리고 또 다시 딸이 태어났다. 이제 동네 사람들의 반가움과 정성은 많이 식어, 검은 나무바가지에 밥을 해다 먹여 키워 주었다. 아기의 이름을 가믄장아기라 지었다.

    그런데 가믄장아기가 한두 살이 되어 가니 점점 발복하여 가난했던 집에 유기전답이 생기고 우마가 생기고 처마 높은 기와집 네 귀에 풍경 달아 천하거부가 되어 갔다.

     

     

    ▲신이 오는 길 ‘큰대’(좌),신이 굿을 하는 곳에 와서 좌정하는 ‘당클’을 마루의 벽에 매단 모습(2012. 9. 6.~8.) 

    부자가 된 부모, 폼 재고 싶어 하다

    비가 촉촉히 내리는 어느 날 너무나도 풍요롭고 평화로워서 지루해진 강이영성과 홍은소천은 딸아기들을 불러 문답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큰딸아기 이리 오라.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입고 잘 사느냐?”

    “하늘님도 덕입니다. 지하님 덕입니다. 아버님도 덕입니다. 어머님도 덕입니다.”

    “ 내 자식이 분명하다. 네 방으로 가라”

    “둘째딸아기 이리 오라.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입고 사느냐?”

    “하늘님도 덕입니다. 지하님 덕입니다. 아버님도 덕입니다. 어머님도 덕입니다.”

    “오, 기특하다. 어서 네 방으로 가라!.”

     

    ‘내 운명으로 먹고 산다’고 말하다

    “막내딸 가믄장아기 이리 오라.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입고 행위발신하느냐?”

    “하늘님도 덕입니다. 지하님도 덕입니다. 아버님도 덕입니다. 어머님도 덕입니다마는, 배꼽 밑으로 쭉 내려 그어진 선그믓 덕에 먹고 입고 행위발신합니다.”

    “이런 부모 은공도 모르고 자기 덕에 먹고산다니, 이런 불효막심한 딸이 어디 있느냐? 당장 집을 나가라!”

    자기 스스로 타고난 운명에 의해 먹고 산다고 당돌하게 말한 가믄장아기는 어머니 눈에 거슬리고 아버지 눈에 밉게 보여 집에서 내쫓겼다. 가믄장아기는 열다섯 될 때까지 입었던 옷가지들과 양식을 챙겨 검은 암소에 싣고 다음 뵐 때까지 건강하시라고 부모에게 하직인사를 드렸다.

     

    가믄장아기 내쫓으니 집은 거덜나고 다시 동냥바치가 되다

    막상 내쫓으려 하니 어머니는 부모의 정 때문에 섭섭하여, 큰딸애기에게

    “저기 나가 보라. 네 동생 아직 보이거들랑 식은 밥에 물이라도 말아먹고 가라고 해라.”

    똑똑한 동생을 시기해서 떠나버리길 바랬던 은장아기는 노둣돌 위에 올라서서 소리쳤다.

    “설운 아우야, 빨리 가라. 아버지 어머니가 곧 너 때리러 나온다.”

    “설운 큰형님, 노둣돌 아래로 내려서면 청지네 몸으로나 환생하십서!”

    큰언니의 뻔한 속셈을 아는 가믄장아기가 저주하니 큰언니가 청지네로 변해서 노둣돌 밑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첫째 은장아기가 도통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이번엔 둘째 놋장아기 불러 놓고

    “너라도 저기 나가 보라. 네 동생 아직 보이걸랑 식은 밥에 물이라도 말아먹고 가라고 해라.”

    놋장아기 마음에도 부모님 사랑을 받는 막내에게 시기심이 일었다.

    “아이고 설운 아우야. 빨리 가라. 아버지 어머니가 곧 널 때리러 나온다.”

    “설운 둘째언니, 거름 아래로 내려서면 용달버섯 몸으로나 환생하십서!”

    가믄장아기가 둘째언니의 뻔한 속셈에 저주하니 둘째언니도 버섯으로 변해 거름에 박혀 서버렸다.

     

    강이영성과 홍은소천은 큰딸아기 소식도 없고 둘째딸아기 소식도 없어 무슨 일인지 하여 문 밖으로 내닫다가 문 위 지방에 눈이 걸려 둘 모두 한날한시에 장님이 되어 버렸다. 강이영성과 홍은소천은 앉은 채로 먹고 입고 써 가니 그 많던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예전처럼 동냥바치가 되어 갔다.

     

    집을 나선 가믄장, 모진 고생을 겪다

    한편 검은 암소에 옷가지와 쌀을 싣고 집을 나선 가믄장아기는 이 재 넘고 저 재 넘고 신산만산 굴미굴산을 넘고, 달빛도 없이 미여지벵뒤 만여지벵뒤 허허벌판을 고달프도록 걸었다. 해는 일락서산에 다 지어가고 월출동령에 달은 안 솟는데 산중 산 앞에 있는 머물 곳을 찾다 보니 쓰러져 가는 초막이 보였다.

    “넘어가는 행인인데 하룻밤 머물렀다 갈 수 있습니까?”

    “우리는 마 파는 아들이 삼형제 있어 누울 수 있는 빈 방이 없습니다. 함부로 여자 아이 들였다고 욕합니다”

    “부엌이라도 좋으니 제발 하룻밤만 머물게 해 주십시오.”

    할망이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말했다.

    “그건 그리 하십시오.”

     

    가믄장아기, 이 집의 아들 삼형제를 만나다

    들어가 앉아 있는데, 와르릉탕 와르릉탕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아니 이건 무슨 요란한 소리입니까?”

    “우리 집 아들 마 파서 둥글어오는 소리입니다.”

    조금 있어, 큰마퉁이 들어오고 휘 둘러보더니 대뜸 화를 냈다.

    “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우리가 애쓰게 마를 파다가 배 불게 먹이다 보니 꿈에만 꾸어도 흉물인데, 외간 계집아이를 데려다 놀 틈이 어디 있습니까?” 

    와릉탕 와릉탕 소리와 함께 둘째 마퉁이 들어오더니, 큰마퉁이처럼 화를 냈다.

    “어머니 아버지, 우리가 땀내며 마를 파다 잘 먹이다 보니 길 넘어가는 계집아이를 머물게 했습니까? 우리 집 마당엔 전혀 소도 안 매었었는데 어인 풍운조화가 들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소르릉 소르릉 소리가 났다. 막내마퉁이가 마를 파서 돌아와서는 어머니에게 인사부터 하고 집을 죽 둘러보았다.

    “아이고 이거, 우리 집에 난 데 없이 검은 암소도 매여지고 사람도 들어와 있으니 필시 하늘에서 돕는가 봅니다.”며 온 이가 다 떨어질 것 같이 보이도록 허우덩싹 웃으며 먼 올레로 들어왔다.

     

    현용준<제주도무속자료사전>, 문무병<제주도 무속신화>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계속/ 김정숙)               

      

     

     

    ▲굿을 하려면 신이 내려오는 길인 '큰대'를 세우고(큰대세움), 상방(마루)의 벽면에'당클'을 매어(당클매기) 신의 좌정처로 삼는다. 동영상은 큰대, 당클, 젯상의 모습 등 큰굿 주변의 모습이다. 큰대와 당클은 이 글의 중간부분에 사진자료로도 올라와 있다.(2012. 9. 8. 성읍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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