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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회]지리산 천왕봉의 성모천왕
    조승미 / 2012-06-18 02:43:24

  • -지리산의 여신들, 불교와 동거하다1



    수년 전 우연히 기사에서 본 지리산의 두 석상 사진은 오래도록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 같다. 깊은 산 돌 무더기 속에 그대로 방치된 듯 놓여져 있는 상황도 의아했지만, 석상 조성 방식도 다르고, 분위기도 이질적인 두 상이 나란히 놓여있는 것이 너무도 이상해 보였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 두 석상을 부부상이라고 불렀다.

    가녀리고 얌전한 왼쪽 암각석상이 아니라, 얼굴이 크고 조금은 무뚝뚝한 인상의 오른쪽이 부인 조각상이다. 그리고 그녀가 바로 성모(聖母), 성모천왕, 천왕할매, 그리고 마고(麻姑)라고 불린 우리의 여신이다.

    그러면 옆에 계신 여신의 남편분은 누구실까? 지금은 이 석상이 사라져 볼 수 없지만, 전설에 의하면 불도를 닦는 반야도사라 한다. 그러니까 마고와 반야가 부부로 살았다는 것이고 이것은 일종의 결혼사진인 셈이다. 조금 어색한 부부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1970년대까지 천왕봉에 있었다는 마고와 반야의 석상 (사진출처 : 한국산악회도서관)



    많은 수난의 흔적이 역력한 마고할미상



    한편, 사진으로 보면 반야불상은 깨끗한 데 비하여, 마고할미상은 많은 수난의 흔적이 남아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왜구에 의해 어깨가 잘렸다고 하고, 한때는 어떤 승려에 의해 석상이 던져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두 석상은 70년대까지는 천왕봉을 지키고 있었다 하는데, 그 이후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버려졌던 모양이다.

    최근에서야 성모상이 발견되어 현재 산 아래 한 절에서 모시고 있다 하는데, 소송까지 할 정도로 분쟁이 있다 하니, 마고할미의 수난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성모, 마고할미가 수난의 역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빛나는 영광의 시절도 적지 않았다. 우선, 성모(聖母) 즉 ‘성스러운 어머니’라는 칭호가 붙여졌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경주의 선도산 성모신앙이 통일신라 이후 지리산 등 여러 산신에 확대 재편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지리산은 성모천왕(天王)의 칭호를 가졌으니, 지리산 여신의 위상을 얼마나 높게 여겼는지 이름으로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노고단은 지리산 여신 노고(老姑)에 대한 현존하는 제사터이지만, 역사적으로 성모 사당이 있었고 여신신화의 무대였던 곳은 바로 가장 높은 봉우리 천왕봉이었다.)

    성모산신에 대한 제사는 조선시대까지 국가적으로 치러졌다 한다. 그리고 민중들은 이 여신을 ‘천왕할매’로 부르며, 별도로 석상을 만들고 사당을 지어 그 신앙을 지켜나갔다.

     

     

                                                           ▲현재 지리산 중산리 천왕사 절에 모셔져 있는 성모상


     

    마고와 반야의 이야기



    그런데 이 영광의 여신, 천왕 마고할미는 어느 날 불현듯 결혼을 한다. 지리산 제1봉인 천왕봉과 두 번째 봉우리 반야봉의 전설로 구성된 마고와 반야의 이야기에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견되는 할미성, 할미산 설화에서는 여신이 홀어미로 등장한다. 간혹 아들 9명을 둔 과부라고 윤색되기도 하지만, 원형은 천지창조의 대모신(大母神) 신화라고 할 수 있다. 남성과 혼인하여 자식을 낳는 방식이 아닌, 태초의 여성성으로 천지가 만들어졌다는 그 오래고 오래된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천왕봉 마고할미의 결혼은 당시 신앙문화의 시대상황과 그로 인한 여신의 위상변화를 반영한다고 하겠다. 여신이 불도를 닦던 도사 반야(般若)를 만나 부부가 된 이유는 딸을 낳기 위함이었다. 여신은 이제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것일까?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 아이를 낳는 권능의 대모신을 그리지 못한 까닭인지도 모르겠다.<계속>

     

     

                                                            ▲지리산 조망공원에 새로 조성한 천왕봉 마고할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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