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단이프
  • 이프북스
  • 대표 유숙열
  • 사업자번호 782-63-00276
  • 서울 은평구 연서로71
  • 살림이5층
  • 팩스fax : 02-3157-1508
  • E-mail :
  • ifbooks@naver.com
  • Copy Right ifbooks
  • All Right Reserved
  • HOME > IF NEWS > 여성신화
  • [25회] 관음이시여! 결혼하지 않게 해 주소서
    조승미 / 2012-05-14 12:11:52

  • 중국 전설의 주인공 이름은 마랑부(馬郞婦). 민간전승 버전의 33 관음응신에 속하여 마랑부 관음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랑부는 사실 엄밀하게는 이름이 아니고, ‘마씨 남자의 부인’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주인공이지만 성과 이름은 알려져 있지도 않은 것이다.

    13세기 송나라 시대에 간행된 문헌 <불조통기(佛祖統紀)>에 이 전설의 유래가 등장하는데, 암튼, 이 여인도 천하의 미인이었다고 한다. 불교가 별로 홍포되지 않은 지역, 협우(陜右)라고 하는 지방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 동네 남자들이 그녀에게 모두 반해 결혼하기를 원하였다. 이때 그녀가 남자들에게 주문한 미션은 불교경전을 하루 밤 사이에 다 읽고 외울 것! 그리하여 그 우승자와 결혼하겠다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비교적 짧은 경전을 제시했다가 점차 분량이 긴 경전을 시험과목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후보자를 줄여갔다. 그리고 마침내 마씨네 아들이 최종우승자가 되고, 둘은 혼례식을 치른다.

     

    그런데 그 날 저녁, 하객들이 채 다 돌아가기도 전에 마랑부는 죽고 만다. 장례를 지내고  며칠이 지났다. 한 노승이 찾아와 그녀의 무덤을 찾는다. 노승이 그녀의 무덤을 헤치니 시신은 없고 금빛 쇄골뼈만 남아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녀는 성인이다. 당신들을 위해 방편을 써서 교화한 것이다.”

    이 기이한 일을 계기로 그 지역에는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마랑부관음도


     

    결혼기피는 관음의 중요한 특징



    마랑부가 결혼식 날 죽은 것은 수덕각시가 신랑감을 따라 가지 않기 위해 바위 속으로 사라진 것과 비슷한 서사구조이다. 자의든 타의든 둘 다 혼인을 완성하지 못하였으며, 이런 모습을 보인 이들이 관음의 화신으로 해석되었던 것이다. 이들이 불교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점에서 단순히 관음으로 불렸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결혼기피는 관음에 있어서 중요한 특징으로 간주되었던 것 같다.

    중국 관음설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묘선(妙善)공주 이야기였는데 (본 연재 17회 <선묘의 저 깊은 뿌리는 무엇인가?> 참조), 이 묘선공주가 바로 다른 언니들과 달리 아버지 장왕의 말을 듣지 않고 시집을 가지 않아 부모의 버림을 받았다가, 훗날 관음이 되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바리데기처럼 여신신화의 원형적 요소를 갖고 있는 묘선공주는 이후 관음과 결혼기피를 연결시켜 온 중요한 모델이었다고 추정된다.

    (우리의 경우 바리데기는 결혼을 했다. 한국 여신들의 결혼문제는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해서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관음이 결혼 성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신 설화나 일본 불교설화집에는 관음보살에게 빌어 결혼을 하게 된 사례가 발견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남자주인공이 많으며, 결혼을 기피한 주인공에게 ‘관음’의 이름이 부여된 경우는 여성에게 한정된다. 이것은 묘선과 같은 여신신화의 스토리가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청나라 여성들의 결사체 금란회와 관음



    그런데 관음과 여성의 결혼기피가 신화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실제 여성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흥미로운 역사가 있다. 바로 중국 근대기의 금란회(金蘭會) 여성들 이야기이다.

    청말기 중국 광동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금란회는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이 결혼을 해도 실제 부부생활을 하지 않고 독자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여성결사체 조직이었다. 부모가 억지로 시집을 가게 하면 금란회 자매들이 몰려와 시위를 해서 결혼을 막아 주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했고, 나아가 나이든 독신 여성의 노후 복지시설도 잘 구비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도 만들어 갔던 것 같다. 광동지방의 여성은 전통적으로 양잠업 등을 근거로 경제적 독립기반을 확보해 왔다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금란회와 같은 상호부조 조직을 구성하여 여성의 힘을 보다 강하게 확대시켜 갔던 것이다. 이런 조건 하에서 그녀들은 결혼과 성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처럼 금란회 활동과 그 역사는 그 자체가 흥미로운 점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이들이 금화부인(金花夫人), 무생노모(無生老母)와 같은 전통 여신을 신앙하였던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그리고 이들 여신은 관음과 동일시되곤 했다. 관음은 이 조직의 입회의식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졌고, 이후 이 조직 회원들에게 광범위하게 신앙되어 왔다고 전한다.

    (유장근, <청말 민초 광동사회의 금란회>, 1995년 ; 김정연, <청말민초 광동 금란회의 기원과 금란회원의 생활 연구> 2008년 참조)

     

      
    ▲금화부인(金花夫人좌). 무생노모(無生老母) 여신(그림출처 : http://bbs.artron.net/thread-1449510-1-1.html)



    중국의 금란회 외에도, 일본 중세시대에는 이혼을 원하는 여성들이 절에 들어와 일정기간 머물면 이혼이 성립되었던 문화가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역사이지만, 여성들의 결혼문제에 불교의 사찰과 신앙문화가 관여해 온 역사적 사례를 확인할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이번 주말, 청첩장을 들고 결혼식에 가야 한다. 이 시대, 이 어려운 결혼을 하겠다고 용기를 낸 사람들이 아닌가. 가서 많이 축하해 주려고 한다. 하지만 기도한다.

    “관음이시여! 결혼하지 않게 해 주소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길이 없는지 찾고 있다. 아무래도 관음의 여신들이 다시 한 번 이 문제에 관여해야 될 때인 것 같다.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2012/05/120514_4fb077362303a.jpg|29349|jpg|사진1.jpg|#2012/05/120514_4fb07739618e8.jpg|22693|jpg|사진2.jpg|#2012/05/120514_4fb0773c6aa79.jpg|24545|jpg|사진3.jpg|#@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덧글 작성하기 -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덧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