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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9회] 드디어 작별 리츄얼의 시간이...
    김신명숙 / 2012-05-07 05:42:43

  • 10월 16일 저녁 7시.

    드디어 모든 순례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모임을 갖기로 한 시간이었다.



    아침 식사 후 헤라클리온 고고학 박물관을 다시 들러 그 동안의 순례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처음 방문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재발견’하고 미처 읽지 못했던 부분을 ‘재독’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느끼는 시간을 가졌던 우리는 그 후 자유로운 시간을 누렸다. 주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쇼핑들을 했는데 저녁의 작별 리츄얼에서 교환할 선물을 고르는 사람도 있었다. 여행전부터 우리들은 작별 리츄얼에서 교환할 선물을 10 유로 내외의 선에서 하나씩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왜 그 선물을 주는지 의도를 설명하는 카드와 함께.



    룸메이트와 작별 선물을 교환



    나는 다음날 오전에 약속된 크리스트와의 인터뷰 준비를 위해 늦은 오후, 남들보다 조금 일찍 방에 들어왔다. 뜻밖에 캐시도 미리 들어와 있었다. 우리는 작별을 아쉬워하며 포옹을 나눴다.

    캐시는 여신 영성의 선구자 중 하나인 주잔나 부다페스트(Zsuzsanna Budapest) 계열에서 여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동안 많은 리츄얼들을 경험하며 헤라 여신의 여사제가 되기도 했었고, 칼리 여신을 모시는 집단에도 입문해 힌두식 여사제 코스를 거치기도 했단다. 칼리 여신 집단에 속했을 때는 리츄얼을 할 때 수백명이 모이기도 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고 한다. 현재는 그 집단에서 나와 5명이 따로 모임(coven)을 조직해 활동 중이라고 했다. 마법(magic)도 배웠다는데 그녀는 마법을 ‘자기 의도를 분명히 하고 거기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나는 그 동안 미국에서의 여신 영성 운동에 관한 여러 정보들을 알려준 그녀에게 감사하고 우리의 인연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미리 준비해 뒀던 작은 선물을 건넸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에서 사뒀던 작은 돌 보석함이었다. 그녀는 내게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목걸이를 건넸다. 흑회색 구슬 목걸이로 양날 도끼를 양 손에 들고 있는 딕티나 여신이 달려 있었다. 캐시는 그 목걸이를 앞으로 한국에서 리츄얼을 할 때 쓰라며 웃었다.
     

                                                                               ▲선물로 받은 목걸이



    “나는 온전합니다”



    작별 리츄얼은 맨 처음 순례의 시작을 알리는 리츄얼이 있었던 바로 그 장소, 그 시각에 예정돼 있었다. 캐시와 함께 옥상 테라스에 올라가니 역시 첫날처럼 간단한 와인 상차림이 한 구석에 마련돼 있었고 의자들이 둥글게 배치돼 있었다. 사람들은 들어오는 대로 준비된 큰 백에 가지고 온 선물을 집어넣었다.

    내 선물은 첫 순례지였던 팔리아니 수녀원에서 산 성모 아이콘과 수녀들이 만든 팔찌였다. 나는 선물카드에 이렇게 썼다.

    “이 선물은 첫 순례지인 팔리아니 수녀원에서 산 것입니다. 이것들은 내게 첫 출발의 기대와 설렘, 불안과 두려움을 상기시킵니다. 앞으로 언젠가 당신이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날 때 이것들을 보며 힘을 얻길 바랍니다. 내 순례는 멋지게 마무리됐으니까요”

    선물을 백에 넣고 자리에 앉으니 정말 마음이 홀가분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듣도보도 못했던 낯선 여신순례에 무작정 참가해 별 탈 없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13일전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나와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달라진 내가 앉아있는 것같았다.



     


    작별 리츄얼은 다음과 같은 안내자의 선언으로 시작됐다.

    “우리는 이 신비스런 섬 크레타에 2주전에 왔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테라스에 앉아서 서로 소개를 하고 이름과 이야기와 희망들, 꿈과 열망들을 나누었습니다. 자기를 소개하는 리츄얼을 하면서 우리 이제 함께 합시다”

    그리고 그녀는 저녁 이야기 모임 때마다 우리가 둘러 앉아 하곤 했던 소개 리츄얼을 시작했다.

    “나는 온전합니다.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000입니다” (I'm whole. I'm here. I'm 000)

    이어 모든 사람들이 차례대로 돌아가며 자기 소개 리츄얼을 이어나갔다. “나는 온전합니다”하는 말이 처음 들었을 때와는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같았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생소했다. 뭔지 알 것같으면서도 분명하지 않은 채 겉도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 크리스트에게 ‘온전하다(whole)’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무슨 뜻인 것같으냐?”고 웃으며 되묻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나 외에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각자 나름의 대답을 내놓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온전하다’는 말이 적어도 겉도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말이 무언가 부드럽게 내 내부와 공명하는 부분이 느껴진다.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우리는 그동안 변환의 기적에 참가했습니다



    자기 소개 리츄얼이 끝나자 다른 안내자가 나서서 말했다.

    “우리는 그 첫날밤으로부터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변환(transformation)의 기적에 참가했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지구 어머니의 몸에서 놀았고 경배했습니다. 지적인 탐구였던 것은 몸으로 아는 것이 되었습니다. 신성한 삼각형은(손으로 그 곳에 삼각형을 그리며) 우리의 여성적 힘입니다. 성스럽게 하는 뿔은(미노아 여사제 스타일로 양 팔을 들며) 우리의 에너지입니다. 양날도끼는(양 팔을 뻗쳐 양날도끼의 호(弧)를 그리며) 우리의 영적인 힘입니다. 나선형은(배에 나선형을 그리며) 우리 인생의 구불구불한 길이 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자신이 시범을 보인 4개의 여신 상징 몸짓을 우리 모두 함께 해보자고 했고 우리는 일어나 그녀가 하는 말과 몸짓을 따라했다.



    이어 또 다른 안내자가 나섰다.

    “우리는 아리아드네 자매들입니다. 오늘 밤 우리는 우리 서로간의, 그리고 우리에 앞서 여신을 경배해 온 여성들에 대한 친밀함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영혼을 깊이 건드렸습니다. 다음 노래를 부르며 나와 함께 합시다”

    이어진 노래는 우리가 트라페짜 동굴에서 불렀던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나요?” (How could anyone ever tell you, you are anything less than beautiful?)였다. 처음 그 노래를 할 때도 감동적이었지만 순례를 마치며 부르자니 더 힘이 느껴졌다. 내 내부의 힘, 여신의 힘이.



    도대체 당신이 뭐길래 내 아름다움에 대해 함부로 판단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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