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단이프
  • 이프북스
  • 대표 유숙열
  • 사업자번호 782-63-00276
  • 서울 은평구 연서로71
  • 살림이5층
  • 팩스fax : 02-3157-1508
  • E-mail :
  • ifbooks@naver.com
  • Copy Right ifbooks
  • All Right Reserved
  • HOME > IF NEWS > 여성신화
  • 선도성모1
    이프 / 2012-04-18 12:25:58

  • 신라의 고도 경주 서쪽에 선도산(仙桃山)이 있다. 높이가 380미터 쯤 되는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오악(五嶽)을 모시는 신라의 나라 제사에서 서악(西嶽)의 지위를 당당히 차지했던 산이다. 이 산은 마애삼존불로 이름이 있지만 사소(娑蘇)라는 별명을 지닌 성모(聖母)가 거주하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 ‘성스러운 어머니’는 선도산을 두른 안개만큼이나 베일에 싸여 있다. 물론 ‘삼국유사’는 선도성모를 요모조모로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연이 <감통(感通)>편에 이 ‘선도산 성모가 불교 행사를 좋아했다’는 제목으로 실어놓은  기사 자체가 우리를 오리무중으로 인도한다. 어떤 실마리를 잡아야 이 미궁(迷宮)을 빠져나가 성모의 진상을 볼 수 있을까?
     

                                                                            ▲경주 선도산(cafe.chosun.com)


     

    혁거세는 서술성모가 낳았나, 하늘에서 내려왔나



    한데 제목과는 달리 첫 실마리는 정작 엉뚱한 곳에 삐죽 나와 있다. ‘삼국유사’에서 선도성모가 등장하는 첫 장면은 불사를 좋아했다는 이야기와는 달리 불교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선도성모는 먼저 박혁거세 신화에 슬쩍 끼어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혁거세 탄생담은 신라 여섯 마을 조상들이 임금을 세우는 회의를 하던 중 하늘에서 백마가 운반해 온 큰 알에서 혁거세가 나왔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일연은 이 이야기 옆에 작은 글씨로 주석을 단다. 어떤 사람은 서술성모(西述聖母)가 혁거세를 낳았다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서술성모는 선도성모와 같은 여신이다. 선도산의 다른 이름이 서술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혁거세는 서술성모가 낳았는가, 하늘에서 내려왔는가? 모종의 충돌이 발생한다. 선도성모를 ‘뵙기’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고개다.



    선도산 첫째 고개는 난생(卵生) 문제를 해결해야 넘을 수 있다. 시조모가 될 여성이 신이한 존재와 접촉한 후 알을 낳아 버렸는데 버려진 알 속 아이가 시조나 왕이 되었다는 신화는 적지 않다. 유화가 낳은 고구려의 주몽이 그런 인물이고, 적녀국왕의 딸이 임신한지 7년 만에 낳은 석탈해도 알로 태어났기에 버려진다.

    이런 ‘알로 태어난 아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혁거세의 탄생은 뭔가 미심쩍다. 어머니도 없이 불현듯 출현한 알 곁에서 흰말이 울고 있다? ‘6촌-알-흰말-하늘’, 다소 낯선 결합이다. 신라 건국신화에는 임금추대 회의를 하는 6촌 대표들과 신이한 알의 출현을 곧바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6촌의 연합을 강조하려는 뜻이다. 이런 의도라면 특정집단의 시조모가 6촌연맹체의 첫임금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신라 건국신화의 이념에 어울리지 않는다. 바로 이 대목에서 알을 낳은 어머니, 곧 서술성모가 지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건국신화에서 배제되었다고 해서 전승되던 시조모에 대한 숭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술성모는 본래부터 혁거세 집단, 다시 말해 신라 사량부에서 시조모로 모셔지고 있었고, 아마도 그 사당이 서술산에 세워지면서 여산신의 전통에 따라 서술산의 산신으로도 추앙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1970년대에 복원된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서술산에는 성모사(聖母祠)가 서 있지 않은가. 이런 추정에는 대가야의 왕비 정견모주(正見母主)가 죽은 후 가야산의 산신으로 모셔지고, 박제상의 아내가 박제상을 기다리다 죽어 치술령의 산신이 된 사례도 유력한 방증이 된다. 그리고 이런 여산신 모시기에는 마고할미나 노고할미와 같은 창조여신이 남신에게 창조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산신으로 좌정했던 신화적 전통이 범례로 작용했을 법하다.

     

                                             ▲경북 경주 선도산의 성모당 전경. 경주박물관대학 제공.(cafe.daum.net)


     

    비구니 지혜의 꿈에 나타나다



    고구려의 유화처럼 나라 제사는 못 받아먹어도 선도산 산신으로 잘 먹고 잘 살던 성모는 신라 진평왕 무렵 돌연 지혜라는 비구니의 꿈에 나타난다. 그때 지혜는 안흥사 불당을 수리하다가 돈이 모자라 일을 접고 있었다.

    “나는 선도산 신모다. 네가 불당을 수리하려는 것이 기뻐 금 열 근을 시주하려고 한다. 내 자리 밑에서 금을 꺼내 써라.”

    신모의 현몽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 지혜는 무리를 데리고 성모를 모신 신사(神祠)로 간다. 과연 성모의 상 밑에 황금이 있어 뜻한 바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다. 전통적 무속신앙의 여신인 선도산 성모가 제 제물로 이웃 절에 시주를 하다니? 일연의 분식(粉飾)대로 정말 성모는 불사를 좋아했을까? 넘어야 할 선도산의 둘째 고개다.



    둘째 고개를 넘으려면 ‘점찰 법회(店察法會)’라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성모는 지혜 비구니에게 불당을 수리한 후에 봄 가을로 사람을 모아 점찰 법회를 베풀라는 주문을 한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듯이 점치는 일은 본래 무당의 주업에 속한다. 점찰 법회란 무속행위를 불교, 특히 밀교가 받아들여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은 것이다. 업보를 적은 대나무쪽을 뽑아 운명을 점쳐 중생을 참회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도성모의 점찰 법회에 대한 요구가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무속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 하지만 이야기의 기록자인 일연의 처지에서 보자면 무속의 산신이 기쁘게 불사에 참여할 정도로 불교가 신통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다 알듯이 불교가 전래되면서 기존의 무속과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 법흥왕 시절 이차돈의 죽음도 그 갈등에서 빚어진 사건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진홍왕 무렵에는 이미 불교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선도성모는 불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윗 글은 책『우리신화의 수수께끼』(조현설 지음. 한겨례출판(주))에서 발췌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2012/04/120418_4f8e39a241d4d.jpg|22675|jpg|경주_선도산cafe.chosun.jpg|#2012/04/120418_4f8e39abafd94.jpg|65608|jpg|1._경주_선도산_성모사cafe.daum.net.jpg|#@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덧글 작성하기 -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덧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