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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회] 이다 동굴, 그 거대한 입구의 신비
    김신명숙 / 2012-04-09 07:03:15

  • 이다 동굴을 향해 올라가는 산길은 가팔랐다. 이다 산이 크레타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하는 길이었다. 이다 동굴은 산 동쪽 경사면 높은 곳(해발 1540 미터)에 자리하고 있다. 파이스토스 성소에서 바라봤던 젖가슴을 닮은 산(카마레스 동굴이 보였던)도 이다 산이었는데 그것은 남쪽에서 본 형상이었다.

    이다 산 지역은 2차대전 때 나찌 독일군에 대항한 전투가 치열했던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당시의 학살, 방화와 관련된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들도 많다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같은 역사를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고 평화롭기만 했다. 부드러운 햇살 아래 구름 그림자를 드리운 회색의 민둥민둥한 암산(岩山)이 물결치듯 눈 앞에 이어졌다. 목적지가 가까워져 가면서 눈 아래로 누렇게 변해가고는 있어도 아직 초록이 많이 남아 있는 목가적인 평원이 나타났다. 니다(Nida) 고원이었다.

     

                                        ▲2차 대전 때 나찌에 대항해 싸웠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운 ‘평화 기념비’ 안내판



    어디선가 절세의 미청년이 나올 것같은...



    니다 고원을 둘러싼 풍경은 지금까지 크레타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특별한 것이었다. 구름을 뚫고 나와 부챗살처럼 퍼지며 계시의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햇살, 거대한 바위 덩어리에 작은 관목들이 점점이 흩뿌려져 있어 기묘하게 동물적 느낌을 풍기는 산의 형상, 여신의 품처럼 아름답고 아늑한 평원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양떼들, 그들의 목에 걸린 작은 쇠종들에서 나오는 맑은 소리들의 울림....

    딴 세상이었다. 어디선가 아프로디테를 사로잡은 절세의 미청년 안키세스가 양떼를 몰고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아프로디테와 안키세스는 이다 산에서 사랑을 나누는데 그 이다산은 터키에 있는 동명의 산인 것같다. 두 산 모두 어머니 여신 숭배와 연관돼 있다.)
     

     
                 
                                                            ▲정말 특별했던 니다 고원 산풍경(상)과 평원의 양들.


    버스는 니다 고원 한쪽 끝에 외따로 서 있는 건물 옆 주차장에서 멈췄다. 그곳에서 동굴까지는 한 20분 정도 산길을 더 걸어가야 했다. 다행히 햇볕이 강하지 않아 걷기에 괜찮았지만 길은 꽤 험한 편이었다. 바위산이라 경사진 발밑이 울퉁불퉁했고 바위 틈새에서 삐죽삐죽 솟아난 작은 나무들도 거친 모습이었다.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지쳤는지 크리스트가 잠깐 비틀 하는 게 보였다. 손을 내밀자 의외로 선선히 내 손을 잡았다.


     

    피타고라스도 순례 기록 남겨



    이다 동굴의 입구는 정말로 거대했다. 그때까지 본 모든 동굴들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첫인상이었다. 발굴을 위해 깔아놓은 좁은 레일이 입구에서부터 밖으로 이어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아래의 평평한 장소로 이어주는 나무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스코테이노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면 이다 동굴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모습이었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거대한 홀같은 공간이 둥실 떠오르듯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좌우 양쪽으로 커다란 아치 모양의 입구를 가진 방 두개가 있었다. 웅장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었다. 이다 동굴에서의 제우스 숭배는 기원후 5세기까지 이어졌고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 시인 핀다로스(Pindaros) 등도 이곳을 순례하고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또 미노스 왕이 매 9년마다 아버지 제우스로부터 새로운 법을 전수받기 위해 찾아오곤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밖에서 본 동굴 입구(상), 입구에 들어가 아래를 내려다 본 광경.


     

    우리가 이다 동굴을 찾은 건 물론 제우스 때문은 아니었다. 크레타 제우스가 등장하기 이전, 매년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젊은 남신을 거느리고 있던 여신, 산어머니가 숭배됐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딕티 동굴과 마찬가지로 이다 동굴에서도 여신에게 바쳐진 공물 등 많은 유물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다 동굴 동영상

     
    이다 산은 지구 어머니의 골격


    잠시 동굴을 둘러 본 우리는 한 곳에 모여 크리스트로부터 이다 산과 동굴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그녀는 바위로 이루어진 이다 산을 ‘지구 어머니의 골격’이라고 표현했다. 그 뼈를 만질 때 우리는 지난 45억년간 지구가 오늘날의 형태가 될 때까지 거쳐온 거대한 변환의 역사, 이 거대한 바위산이 까마득히 오랜 옛날에는 깊고 깊은 바다밑이었던 그 유구한 역사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구는 우리의 어머니라고 말할 때 그것은 은유적 표현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 어머니의 양수에서 자라서 나오지만 생명의 망-우리도 그의 일부인-은 어머니 바다의 자궁에서 시작됐습니다”

    양수의 성분이 바닷물과 거의 똑같다는 말이 또 떠올랐다. 임신한 여자의 몸 속에서는 수십억 년 전 바다에서 시작돼 진화해 온 인간의 역사가 재연된다는 이론-“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도 있다. 여자의 몸은 지구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지구 어머니의 자녀인 우리 모두의 몸들이 다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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