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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믄장아기1
    이프 / 2012-03-21 01:31:40
  • ‘신화’ 하면 우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관념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 신에 관한 이야기, 신성시되는 이야기, 이런 것들이다. 신화가 신에 관한, 그리고 신성시되는 이야기인 것은 틀림없지만 아주 오래 되었다는 통념은 반드시 정당한 게 아니다. 구전되거나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신화들 대부분이 원시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겠지만 후대에 만들어진 신화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건국신화는 고대 국가 성립기나 역사가 기록될 때 만들어지지만 그보다 더 나중에 만들어진 신화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제주도 무속신화 가운데 하나인 <삼공본풀이>다.

     

     

    <삼공본풀이>, 삼공신의 근본을 풀어내는 이야기

     

     

    제목도 요상한 <삼공본풀이>는 말하자면 ‘삼공신(三公神)의 근본을 풀어내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세 번째 신이 있으니 그 앞에 신들이 있을 것 같은데, 과연 그렇다. 무당의 조상신인 삼멩두(젯부기 삼형제)의 근본을 이야기하는 <초공(初公)본풀이>, 인간의 생명을 관장하는 서천꽃밭 꽃감관인 할락궁이의 근본을 풀이하는 <이공(二公)본풀이>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삼공신은? 삼공신은 인간 한평생의 운명을 관장하는 ‘운명의 신’이다. 제주 심방들 말로는 ‘전상신(前生神)’인데 이 전상신의 내력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하나가 이 무속신화의 형성 과정이라면 다른 하나는 ‘하필 그녀가 왜 운명의 신이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삼공본풀이를 근거로 한 굿 삼공맞이(출처: daum3.culturecontent)
     

     

    <삼공본풀이>는 제주도 굿에 본래부터 있었던 본풀이가 아니다. 본래 구전되던 설화를 심방들이 수용하여 무가로 부른 것이다. 설화가 먼저냐 무가가 먼저냐 하는 논란이 있는 <이공분풀이>와 달리 <삼공본풀이>에는 그런 논란이 없다. 우선 그 점을 확인하기 위해 줄거리를 더듬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민담처럼 시작된다. 옛날 옛적에 강이영성이서불은 윗마을에 살고, 홍운소천궁에궁전궁납은 아랫마을에 살았다. 둘 다 너무 가난하여 남의 마을에 얻어먹으러 가다가 만났는데 연분이 있는지 부부가 되었다. 남의 품팔이를 하며 그럭저럭 사는 동안 여자아이를 낳는다. 동네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은그릇에 가루를 타 먹여 살려 이름은 은장아기로 지었다. 제주도에서는 신생아에게 메밀가루를 물에 타 먹이는 풍습이 있는데 바로 그 얘기다. 그 후 둘째 딸이 태어났는데 놋그릇에 가루를 타 먹여 놋장아기, 셋째 딸은 또 딸이라서 그랬는지 나무바가지에 가루를 타 먹여 가믄장아기라고 이름을 지었다.

     

     

    “내 배꼽 밑에 ‘선 그믓’ 덕에 먹고 입고 잘 삽니다.”

     

     

    세 딸이 태어난 후 부부는 복을 받아 점점 재산이 늘어 천하 거부가 된다. 세월이 흘러 딸들의 나이가 열다섯이 지나던 어느 날 부부는 심심하던 차에 딸들을 불러 문답놀이를 했다.

    “은장아기야,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입고 잘 사느냐?”

    “하느님도 덕이고 지하님도 덕이고, 아버님도 덕이고 어머님도 덕입니다.”

    “놋장아기야,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입고 잘 사느냐?”

    “하느님도 덕이고 지하님도 덕이고, 아버님도 덕이고 어머님도 덕입니다.”

    “막내딸 가믄장아기야,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입고 잘 사느냐?”

    “하느님도 지하님도 아버님도 어머님도 덕이지만 내 배꼽 밑에 ‘선 그믓’ 덕에 먹고 입고 잘 삽니다.”

     

     


                                                                           ▲출처:jejumall.com
     

     

    가믄장아기는 ‘배꼽 밑에 세로 금이 뚜렷한 여자는 잘 산다’는 속설을 들어 대답한다. 말하자면 ‘나는 내 덕에 산다’는 과감한 독립선언이다. 첫째, 둘째를 기특하다고 칭찬했던 강이영성은 불효막심한 자식이라며 셋째를 쫓아낸다. 가믄장아기가 검은 암소 등에 입던 옷을 챙겨 싣고 정처없이 떠나는데 어머니가 섭섭하여 두 딸을 보내 식은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부른다. 그런데 은장아기도, 놋장아기도 아버지 어머니 때리러 오니 빨리 가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 때문에 노둣돌에 올라가 거짓말을 한 은장아기는 청지네로, 거름 위에 올라가 거짓말을 한 놋장아기는 용달버섯으로 변해 버린다. 두 딸이 소식이 없자 궁금해서 나오다가 부부는 문지방에 눈이 걸려 장님이 된다. 눈이 멀자 재산을 탕진하게 되고, 결국은 다시 비렁뱅이 신세가 된다.

     

     

    **윗 글은 책『우리신화의 수수께끼』(조현설 지음. 한겨례출판(주))에서 발췌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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