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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회] 아프로디테,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김신명숙 / 2012-02-27 06:48:08
  • 푸르누 코리피를 떠난 버스는 카토 시미(Kato Symi)라는 산골 마을을 향해 산길을 올라갔다. 그 마을에 도착한 후 가파른 산길을 한참 더 올라가면 신성한 샘물이 있는 미노아 시대 산속 신전이 있다는데 그곳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특이한 것은 이 신전이 후일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의 신전으로 변했다는 점이었다. 미노아 시대 신전이 그리스 신들의 신전으로 계속 쓰인 거의 유일한 경우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건 왜일까?

    아프로디테는 흔히 사랑과 아름다움, 특히 육욕적 사랑과 관련된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신화전문가 이윤기는 아프로디테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화끈한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 앞에서 수컷들은 저항할 수가 없다. 혹 저항하는 수컷이 있으면 아프로디테는 ‘케스토스히마스’라고 불리는 마법의 허리띠를 들이댄다. 아프로디테 포르네(음탕한 아프로디테)의 이 허리띠에는 춘화도(春畵圖)가 질펀하게 그려져 있다. 그 춘화도 앞에서는 견딜 장사가 없다. 마음은 원이로되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여신이 있으면 아프로디테는 춘화도가 그려진 허리띠를 빌려주기도 한다. 그러면 백발백중이다. 따라서 사랑에 관한 한 아프로디테는 전능한 여신이다.”-‘새 천년을 여는 신화에세이’(문화일보, 1999.12.17)

     

     

    아프로디테의 다른 이름, 키프리언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기원을 찾다 보면 그녀가 단지 ‘수컷들의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섹시하기 이를 데 없는 여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녀의 탄생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호메로스(호머)는 그녀가 제우스와 여신 디오네 사이에서 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헤시오도스는 아프로디테가 하늘의 신이자,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이면서 남편인 우라노스로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우라노스가 가이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망나니 아들들을 대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의 지옥에 가두자 가이아는 아들인 크로노스를 시켜 그의 성기를 자르게 한다.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낫으로 잘라 바다에 던졌는데 그것이 바다를 오래 떠돌면서 그 주위에 하얀 거품이 생겨났고 그로부터 아름다운 아프로디테가 처녀의 모습으로 솟아올랐다는 것이다. 아프로디테라는 이름은 아프로스(Aphros, 거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생겨난 아프로디테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에게 떠밀려 키테라 섬에 표착했다가 다시 키프로스(사이프러스) 섬에 상륙한다. 키프로스 섬이 아프로디테의 신화적 고향이기 때문에 이 섬의 파포스(Paphos)라는 곳에는 유명한 그녀의 신전이 있고 아프로디테의 다른 이름들 중의 하나가 키프리언(Cyprian)이다. 특히 전설적인 여성시인 사포는 아프로디테를 키프리언이라고 즐겨 불렀다.

     

    ▲파포스의 아프로디테 신전 유적

     

     

    호메로스가 전하는 아프로디테의 이야기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녀의 이미지에 가깝다면 헤시오도스가 전하는 이야기는 그와 많이 다르다. 우선 그녀는 시기상으로 제우스에 앞서는 오래된 여신이고(크로노스는 제우스의 아버지다), 우라노스, 가이아 등 천지창조 관련 신들과 연관돼 있다. 헤시오도스 버전의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의 지배 아래 있는 올림푸스 여러 신들 중의 하나로서 ‘수컷의 욕정을 불러 일으키는 아름답고 섹시한 여신’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오래된 시간과 거대한 스케일을 배경에 담고 있다.

     

    플라톤은『향연(饗宴)』에서 두 종류의 아프로디테, 즉 아프로디테 우라니아(Aphrodite Ourania)와 아프로디테 판데모스(Aphrodite Pandemos)를 얘기하고 있는데 전자는 헤시오도스 버전과 연관된 천상의 영적인 아프로디테, 후자는 호메로스 버전과 연관된 지상의 욕정적 아프로디테라고 한다.

     

     

    아프로디테 우라니아. 누드가 아니라 옷을 걸쳐입고 있으며 거북 위에 서 있다.

     

     

    근동 지역에서 그리스로 건너온 여신

     

    아프로디테는 원래 그리스 인들의 여신이 아니라 근동 지역의 강력한 여신이 키프로스를 거쳐 그리스로 흘러들어온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찍이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도 주장했듯 수메르의 사랑과 풍요, 전쟁의 여신 이난나(Inanna), 그녀와 같은 신이지만 이름만 다른 셈족의 이슈타르(Ishtar), 아스타르테(Astarte)가 그리스로 들어와 아프로디테가 됐다는 것이다. 가부장제 시작 이전 ‘위대한 어머니 여신’으로서의 아프로디테의 본래적 측면을 떠올리게 하는 역사적 기원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두 여신간에는 유사점이 많다. 아스타르테가 하늘의 여왕으로 칭송됐던 것처럼 아프로디테도 ‘아프로디테 우라니아’(천상의 아프로디테)라고 불렸다. 아스타르테에게 바치는 공물인 향과 비둘기는 아프로디테 숭배에서도 나타난다. 신전에서의 매춘현상도 같다고 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슈타르와, 그의 연인으로 해마다 죽었다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는 식물신으로서의 젊은 남신 탐무즈(Tammuz)의 관계가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관계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 아도니스 역시 탐무즈의 그리스 버전이라고 한다.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450-400 BC

     

     

    또 이슈타르와 이난나처럼 아프로디테도 금성의 여신으로 여겨졌다.

    아프로디테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장소는 키프로스지만 크레타 역시, 우리가 찾아간 그녀의신전이 말해주듯, 아프로디테 숭배의 중요한 장소였다. 아프로디테가 근동 지역에서 그리스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여신문명이 가장 찬란하게 개화했던 크레타를 거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스 게오르그 분덜리히(Hans Georg Wunderlich)같은 학자는 아프로디테를 미노아 뱀여신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크레타의 아프로디테 숭배는 사포의 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녀는 아래의 시에서 아프로디테를 키프리언(Cyprian)이라고 부르며 크레타로부터 자신이 있는 레스보스 섬의 아프로디테 신전으로 오라고 청하고 있다.

     

    당신은 어딘지 아시지요. 그러니

    크레타를 떠나 우리에게로 오세요.

    덤불숲 그지없이 상쾌한

    이 신성한 신전으로.

    유향은 제단 위에서 피어오르고

    찬 시냇물 사과나무 가지 사이로

    졸졸 흐르고

    어린 장미 덤불 땅에 그늘 드리우네.

    흔들리는 잎들은 깊은 잠을 쏟아내고

    봄꽃들 가운데 말들이 잘 자란

    초원에선

    시라(蒔蘿) 잎들이 향기를 내뿜네.

    여왕이여! 키프리언이여!

    맑은 신주(神酒)에 녹아든

    사랑으로

    우리의 황금잔들을 채우소서.

     

     

    아프로디테의 열렬한 숭배자, 사포

     

    위 시는 사포가 다른 많은 그리스 작가들처럼 그리스 종교의 기원이 크레타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만개한 레스보스 신전으로 아프로디테를 부르고 있는 사포는 아프로디테의 열렬한 숭배자였다. 그녀의 시 중 유일하게 온전히 남아있는 시의 제목은 <아프로디테 찬가>다.

     

    당시 서정시는 독립된 장르가 아니라 종교의례나 공적 모임 등에서 리라연주에 맞춰 불려진 노래였고, 사포 자신이 리라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또 그녀가 소녀들을 모아 의례에 쓰이는 노래와 춤을 가르쳤고, 남아 있는 그녀 시의 많은 부분이 의례의 맥락에서 읽힌다는 점, 아프로디테의 연인인 아도니스 제전과 관련된 시들이 있다는 점 등에서 그녀를 아프로디테의 여사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 고전학자인 모리스 바우라 경(Sir Maurice Bowra). 그는 사포가 소녀들을 모아 가르친 것이 무엇보다 아프로디테 숭배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에 반대되는 입장도 있어 이 문제는 아직도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그 때문에 분명히 말하지는 않아도, 크리스트는 사포와 아프로디테 여사제를 관련시켜 생각하는, 혹은 생각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레스보스 섬의 주민이기도 한 크리스트의 사포에 대한 애정은 대단해 보였다. 지금은 아니라고 하지만 크리스트는 그리스로 건너온 후 한동안 아프로디테의 여사제라고 자처했었는데 사포의 영향도 있었던 것같았다. 그녀는 카토 시미의 신전에 대해 버스에서 설명하면서 사포에 대한 소개도 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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