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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회] 조왕할망, 가믄장아기, 김만덕, 우리할머니
    이프 / 2012-02-21 01:57:07

  • 조왕할망



    조왕할망이 등장하는 <문전본풀이>는 인간이 몸담고 살고 있는, 집의 곳곳을 지키는 신에 대한 신화다. 조왕할망은 부엌을 관장하는 신으로 집안의 안전과 평화가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했던 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헤스티아와 비슷하다. 

    이 여신은 부엌에 좌정하여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고 끼니를 마련하며 정화(淨化)와 생명력의 상징인 물과 불을 관장한다. 제주의 여성들은 부엌을 늘 깨끗이 하고 여신에게 정화수를 올려 기원하였다. 물허벅과 조냥의 쌀독은 이 여신과의 상호작용에서 얻어진 선물인 듯도 하다.

     

     

          ▲자청비는 조왕을 지키는 조왕할망에게(좌)  조왕할망은 요망진 셋째 딸 가믄장아기에게 
     

    가믄장아기



    가믄장아기는 운명의 여신이다.

    신화를 보면, 가난한 집의 여식에다 막내인 가믄장아기는 동네사람들이 나무바가지에 밥을 해다 먹이며 키워준 ‘나무바가지 아기’다. 가믄장아기는 ‘가난’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결핍된 존재로 태어난다. 그러나 가믄장아기는 자신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가난'과 '여성'이라는, 천부적이고 사회적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경제력과 독립의 성취를 위해 매진한다.



    이 통시의 거름을 퍼다 밭에 주거나, 흙벽을 메우거나, 장롱을 옮기거나, 전구를 갈아 끼울 때도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혼자 후딱 해치우는 제주의 여성들과 닮아 있다. 그런 그녀는 남편이 옆에 있든 없든, 스스로 완전하게 존재한다. 이런 그녀의 독립심은 긍지가 되기도 하지만 미련하게 훨씬 힘들게 살아가게도 했을 것이다.



    우리는 제주의 많은 여성들에게서 여신 가믄장아기를 만날 수 있다. 여신 가믄장아기가 늠름하듯, 가믄장을 닮은 제주여성들은 늠름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애교를 부리는 귀여운 여인의 역할을 하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까마득한 바다로 자맥질하면서 바당밭을 개척해 내었던 도전적인 제주의 해녀들, 고난을 이겨내며 부를 성취하고, 많은 사람에게 되돌려 주었던 김만덕 등은 가믄장아기 원형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여성들이다.

     

     

                            ▲가믄장아기는 굶주린 사람을 살린 만덕할망에게(좌) 만덕할망은 너른 바당물질하는 우리 할머니에게


     

    김만덕 



    5만원권 지폐에 새길 인물을  선정할 때 신사임당, 유관순, 허난설헌 등과 함께 거론되기도 했던 김만덕은 조선 후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굳센 의지로 경제적 부를 성취하고, 그 부를 기꺼이 사회에 환원한 제주의 여성이다.



    1790년부터 5년간 제주에 지독한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자 김만덕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사별하고 힘든 시절을 이겨내며 일군 자신의 재산을 내놓아 곡물을 사들여 구휼미로 쓰게 했다. 당시 제주에는 계속되는 흉년과 과중한 진상, 부역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육지로 이주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자 출륙금지령이 내려진 상태였는데 이 출륙금지가 실행된 1629년부터 250여 년 동안 공식적으로 제주도 밖으로 나갔던 여성은 김만덕 한 사람뿐이었다.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아 제주도 백성을 구휼하자 왕이 소원을 말해보라 했고 그녀의 소원이 육지를 구경하는 것이어서 왕이 들어준 것이다.



    우리 할머니



    ‘좀년 애기 나

    나두엉 사을 이믄 물에 든다’라는 제주속담이 있다. ‘제주도 해녀들은 아이를 낳고 삼일 후면 몸조리할 겨를도 없이 바다로 뛰어 든다’는 뜻이다. ‘메역 짐과 애기 짐은 베어도 안 내분다’라는 속담도 있다. 미역과 애기는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다로 밭으로 집으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아이를 키워내는 삶, 몸을 치장할 여유도 없이 사는 것이 제주여성의 삶이었다.



    물질을 한 후 언 몸을 녹이는 불턱에 앉을 때, 물질을 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상군이 가장 따뜻한 곳에 앉는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가장 자리가 좋은 ‘상군덕’에 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면서 각박함만 커갔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제주의 바다에는 ‘할망바당’이라는 바다가 있다. 할망바당은 나이가 들어 노쇠해진 노인해녀를 위해 정해둔, 수심이 얕고 해산물은 다양한 바당이다.

    ‘학교바당’도 있다. 가난한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마을의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바다였다. 개인과 공동체가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윈윈의 모습을 제주할머니들은 그녀들의 집, 안팎거리에서부터 실천한다. 표현에 인색하나 아무도 그녀들이 짊어졌던 책임,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 할머니는 작지왓 검질 매는 우리 어머니에게(좌) 우리 어머니는 그림책을 그리는 나에게



                                                                ▲나는 딸에게…(좌) 이어 달리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자, 이제 네 차례야.

     

    제주신화는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보여주는 타임캡슐이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신화들은, 신화 속에 나타난 특유한 역사적 사회가 지녀온 구조를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초록 주멩기를 슬쩍 풀어보았다.

    그 안에는 제주의 많은 것들이 있었다.

    끝내주는 바람, 팽나무, 현무암, 뜬땅, 작지왓, 오름,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곶자왈, 맑은 공기, 험한 바람, 올레, 안팎거리 가옥, 똥돼지, 통시, 할망바당, 학교바당, 애기구덕, 갈중이, 겹부조, 수눌음…

    조냥, 억척, 독립심, 자유와 평등, 공동체에 대한 지향, 책임감, 의도하지 않게 주어진 지속가능 개발, 미개발의 발전, 나눔, 배려, 따로 또 같이, …



    나쁜 것도 많았다.

    무뚝뚝함, 예술에 대한 경시, 외모에 대한 무관심, 배타성, 표현의 인색함, 대화와 수다의 부족, 웃지 않음, 여유 없음, 지나친 현실성…


     

    현대는 과거처럼 이름이 정확한 신화를 만드는 데 적합한 구조는 아닌 것 같다. 이제 원초적인 의미에서의 신화를 형성하기에 우리는 너무나 영악해지고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세상은 가벼워지고 가까워졌다.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이 상황에서 누구도 가믄장아기 신화를, 바리데기 신화를 내세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무의식적인 컨텍스트로서 우리들의 일상 속에 늘 함께 하고 있다는 점 또한 거부할 수 없다.



    자신에게 숨어 있는 지배적인 원형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표준여성상의 모습을 알고, 의도적으로 제어하거나 고양시킨 각각은 자신의 내면과 세상에 대하여 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선택에 신중하지 않는다면 대대손손 사회 속에 물려져 왔거나 개인의 본능적인 것들이 자신을 정복해버릴 것이다.



    원형은 나와, 시대와 공간에 어떻게 의미가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쓸 때 비로소 생명력 있는 존재로 우리에게 살아오는 것이다. 신화든 역사든 그 의미는, 말할 것도 없이 현재에 대한 의미심장한 접목에 있다.


     

    나는, 뭘 집어넣고 뭘 빼내어 저 주멩기를 건네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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