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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회] 신라의 미소는 외래 여신의 미소?
    조승미 / 2012-02-20 06:54:01
  • 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영묘사 얼굴무늬 기와를 실제로 만든 사람을 한번 생각해 보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사찰 건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 인물은 양지(良志)라는 승려였다. 학계 많은 학자들은 이 얼굴무늬 기와도 그가 만든 작품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선덕여왕 대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독보적이고 매우 이색적인 불교예술 작품들을 마구 쏟아내고 사라진 양지는 과연 누구이며 어디에서 온 사람일까?

    몇 년 전 KBS 역사다큐물에서 양지스님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제목을 ‘신라의 미켈란젤로, 양지’라고 하였다. 그는 동양종교 예술계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왜냐면 그는 영묘사 장육삼존상을 비롯하여, 사천왕사 녹유천왕상, 전탑 기와, 탑신 신장 조각, 금강신, 나아가 사찰 편액 글씨까지 다 그의 손으로 제작하여 불교미술의 거의 모든 영역에 능한 천재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동시대의 다른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두드러지게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양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사천왕사지 출토 녹유신장상
     

     

    그의 작품은 매우 사실적이며, 인물의 표정들은 모두 생생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가 여러 예술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지만 그의 기술이 본래 와공(瓦工)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한 것에 의거해 보자면, 영묘사 얼굴무늬 기와 역시 그의 이런 예술적 특성에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기록에는 그의 조상과 고향을 알 수 없다고만 전하고 있다. 그가 신라인인지, 외국에서 건너온 승려인지도 여전히 논란 중에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의 특징을 세밀하게 분석한 일부 학자들은 그가 서역 즉 중앙아시아 출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출신지와 더불어 그의 작품 세계 역시 여전히 미완성 퍼즐의 상태이다. 특히 선덕여왕 사후에 건립된 사천왕사지의 녹유신장상은 미스터리의 가장 중심에 있다. 불교미술 일반적으로 4개의 신장을 조성한 것에 반해 이 발굴터에서는 3개의 신장 유물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 일이지만, 그와 그의 작품은 우리의 선입견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퍼즐조각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중심의 문화교류 루트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지역문제와 더불어 또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왜 ‘얼굴’인가 하는 점이다. 종교 건물 기와에 사람 얼굴이 들어간 것을 단순히 장식의 의미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영묘사 얼굴무늬 수막새, 누구의 얼굴인가

     

    영묘사 얼굴무늬 기와는 정확하게는 수막새라고 하는 부분의 조각이다. 보통 연꽃무늬로 많이 만들어 지는 수막새를 여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얼굴로 제작한 것이다. 왜 여자의 얼굴이 특별히 영묘사 건축물에 사용되었을까?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식은 매우 드문 것이었다. 황룡사에는 치미라고 하는 엄숙한 기와 부분에 사람의 웃는 얼굴이 장난스럽게 표현되어 있었다. 마치 신라 토우에서 보았던 자연스러운 표정을 연상시킨다.

     

     

                                                                         ▲신라 황룡사 치미의 얼굴무늬
     

     

    한편, 백제의 경우에는 선덕여왕 보다 조금 이전 시기에 미륵사에서 얼굴무늬 수막새를 사용했다. 선덕여왕이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립할 때 백제에서 장인 아비지를 데려왔던 것처럼, 사찰 지붕의 수막새에 사람 얼굴무늬를 넣는 것은 백제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백제가 어떤 문화의 영향에서 얼굴무늬를 넣었는지는 더 연구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영묘사의 수막새가 여자의 얼굴인 점이다. 백제 미륵사 수막새는 여자의 얼굴로 보이지는 않는다.

     

     

                                                                    ▲백제 미륵사지 얼굴무늬 수막새
     

     

    신라시대 특히 통일신라 이전에 사람의 얼굴이 들어간 유물들을 주목해 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최근 신년 다큐물로 ‘신라유리구슬의 항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는데, 미추왕릉지구에서 발견된 이 얼굴무늬 유리구슬이 로마의 문명을 반영하는 것이면서도 그 생산지는 뜻밖에도 인도네시아 자바임을 밝히는 과정이었다. 퍼즐조각이 결코 선입견으로 맞춰지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신라 인면 유리구슬의 얼굴확대모습(미추왕릉지구 출토)

     

     

    인도네시아 동자바에서부터 신라 울산항으로의 문화교류. 뜬금없는 말이 아니다. 선덕여왕 할아버지 진흥왕도 황룡사 불상을 조성할 외국의 금과 철을 울산항에서 인수받았다고 했다. 선덕여왕 보다 한참 후대이긴 하지만, 헌강왕도 이 울산 개운포에서 용의 아들 처용을 만났다. 그렇다면 영묘사 수막새의 여자얼굴도 이런 루트로 전해진 문화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물론 그것은 중앙아시아 출신 승려로 추정되는 양지가 건너온 루트문제와도 연결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신라 유리구슬의 얼굴무늬는 붓다 혹은 힌두교의 브라만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 원형은 로마의 인면 유리구슬인 점은 의심할 수 없는데, 유라시아 서쪽 끝 지중해 연안에서 발견되는 이 얼굴 유물은 거의 여자의 얼굴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부분 귀신을 쫓는 메두사 여신이라고 한다.

     

     

                                                          ▲지중해 연안에서 출토되는 로마의 인면 유리구슬

     

     

    중앙아시아 투르크가 지중해 문명과 깊은 연관을 가져왔음을 상기한다면 이 퍼즐의 그림은 대략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가? 다만 그 그림을 이해할 수 없거나 믿을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이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신은 땅과 지역의 자연을 지키면서도 우리의 생각처럼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라의 미소는 세계를 움직이며 다니던 여신의 미소였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여신으로 추정되는 여자얼굴의 유물은 기원전 7세기 스키타이 문화에서도 발견된다고 하니, 우리는 공간과 더불어 시간적으로도 인식의 틀을 더 확대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여신의 퍼즐그림은 우리가 분절된 인식을 바꾸었을 때 비로소 그 모습이 드러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영묘사 얼굴무늬 수막새, 나의 이 퍼즐 조각은 억지를 부리며 아무 자리나 놓을 수 없어 그대로 내 손에 놓여있다. 그녀의 진짜 자리는 어딜까? 그리고 그녀가 자리를 찾는 날 어떤 그림을 보여줄까? 무지 궁금하다.

     

     

     

                                                         ▲스키타이 유물 속의 여자얼굴 (기원전 7,6세기 금제방패장식판)

     

     

                                                                 ▲스키타이 유물 (기원전 4세기)좌, 금제옷장식의 여자얼굴

                           출처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1261731105&code=900306&s_code=at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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