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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회] 여성의 치마 속을 따라 다니는 뱀
    이프 / 2012-01-31 04:12:40
  • 제주에서는 곡물의 신, 재복의 신으로서 뱀신앙이 흔하다. 제주도의 일반신, 당신, 조상신에 고루 뱀신이 결합되어 있고 그것은 뱀신앙이 그만큼 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1만8천 신이라는 모든 신들을 청하여 두 이레 열나흘 동안 이루어졌다는 제주의 큰굿은 제주사람들의 우주관, 자연관, 삶의 지혜가 그대로 담겨있는 사료이다.

     

     

    큰 굿은 관혼상제에 대한 절차와 방법들을 알려주는 생활지침이며, 노동과 기원이 어우러지는 노래, 놀이와 춤을 배워주는 문화예술이다. 대구법 의인법 환유와 은유 등을 통한 의사소통의 절묘한 방법을 배워주고, 슬픔과 기쁨 등 인간감정을 나누고 다스리는 지혜와, 무엇을 선택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철학 등이 굿을 하는 중에 술술 풀려 나온다. 현란한 몸놀림과 무구의 소리들 중에 자연, 사물 사람들, 모든 대상들에 항상 조심하고 정성을 다하자는, 근본적인 청유도 멋있다. 더군다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뒤떨어지지 않는 가치들을 제시해 준다.

     

     


    집안의 부를 이루게 해주는 뱀신 이야기

     

     

    이 큰굿을 할 때 제차에 따라 예외 없이 집안의 부를 이루게 해주는 뱀신의 이야기인, 칠성본풀이를 구연한다. 하나의 신을 청해서 하는 작은굿에서도 칠성본풀이가 청해지는 경우가 많다.

     

     

                                 ▲제주큰굿의 칠성본풀이 때 쓰이는 칠성(좌,현용준 사진), 집밖에 모셔진 밧칠성(우,강정효 사진)
     
     

    본(本)을 푼다는 뜻의 ‘본풀이’는 신의 내력담, 즉 신화를 말한다. 곡물을 지키고, 부자가 되게 해주는 이 칠성본풀이의 뱀신은,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집안의 고팡에는 안칠성을, 뒷뜰에는 밧(밖)칠성을 곡신과 부신으로 너도나도 모시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뱀신은 마을의 당과도 밀접하다.

    토산여드렛당은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의 마을당으로 뱀신을 당의 신으로 모시고 있다. 제일이 매 월 매 여드렛날(8일, 18일, 28일)에 이루어지다 보니 여드렛당이라 불려진다.

     

     

                                                 ▲토산리 여드렛당. 제일이 8일, 18일, 28일이어서 여드렛당이라 한다.
                                                 제주도의 전 지역에 전승되고 있어 여드렛당계로 구분되기도 한다.
     
     

    산신이나, 농경․치병신, 해신이 중산간이나 해안에, 각각 적합한 공간적 분포를 이루고 있음에 반하여 이 여드렛당은 제주에 전도적으로 분포하는 특징을 보인다. 치마 속을 따라 다닌다는 이 뱀신은 딸에서 딸로, 즉 모계계승의 형식으로 모셔져 가는 신이라는 뚜렷한 특징이 있고, 잘 모시지 않았을 경우 벌을 준다고 여겨, 재앙신적 성격이 짙다.

     

     

    이런 뱀신앙은 현대에 와서 생김새의 흉물스러움과 함께 미신으로 폄하되거나, 이브를 유혹한 악의 이미지로 바꿔지면서 그 다양한 의미들이 상실되고 왜곡되었다. 뱀이 여자들의 치마폭을 따라다닌다 하면서 이 신앙이 각별했던 표선이나 토산, 김녕의 여성들이 결혼을 할 때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고, 심지어는 마을 어린 학생들이 제주시로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하숙집을 구할 때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매우 특별한 제주도의 뱀신앙

     

     

    한반도부에서 산신으로서의 호랑이신앙이 강한데 비하여 제주에는 호랑이에 대한 신앙이 전연 없다. 민속학자인 진성기는 제주도처럼 뱀 자체를 신앙 대상화하고 인격화하여 민간신앙의 체계를 갖추고 있는 지방은 그 예를 달리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현상이라 한다.

     

     

                         ▲선운사의 산신각 전경과 산신각의 산신과 호랑이. 산신과 호랑이는 한반도의 가장 보편적인 신상대상이다.
     

     

    이렇게 제주에 뱀신앙이 성행한 것은 제주의 기후가 고온다습하여 뱀이 많은 조건인데다가 땅 속에 사는 두려움의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지역적인 동물분포상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제주도의 자연환경의 척박함이 절약정신(조냥정신)의 필요성을 만들어 내었고, 곡식을 축내는 쥐의 천적인 뱀을, 재복을 가져다주는 가신으로 삼는 것은, 농경문화권의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 역시도 생태전략적인 구체성이 신앙에 투영된 것으로서 이집트의 고양이 숭배, 인도의 소 숭배, 나아가 건조 지역에서의 돼지 금기에서와 같이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사항들이다.

     

     

    사실 뱀은 세계의 많은 신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담과 이브 이야기에도 등장하며 이집트의 저승신인 오시리스의 모습에도 뱀이 있다. 인도 여신의 허리를 휘감고 있는 동물도 뱀이다. 중국 최고의 신인 여와는 사람 얼굴에 몸은 뱀이고 그의 남편 복희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신화에도 메두사는 물론 의신醫神인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에도 뱀이 감겨져 있고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들고다니는 마술의 지팡이에도 두 마리의 뱀이 감겨져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아담과 이브(출처. http://blog.daum.net/atoo2000)

     

     

    뱀은 여성성과 관련돼

     

     

    조셉 헨더슨은 그의 ‘고대신화와 현대인’이라는 글에서 초월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꿈 상징은 뱀인데, 의신 아스클레피우스를 상징하는 동물 역시 뱀이라면서 뱀은 의신의 지팡이를 감고 올라감으로써 하늘과 땅의 중재를 상징한다고 한다. 지하세계적인 뱀의 의식에서 출발한 하급초월성은 바로 이러한 초월적인 힘을 통하여 마침내 날개를 달고 비행하는 초인이나 초인간적 현실에의 초월성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신 헤르메스는 연금술을 발명했다고 하여 고체이기도 하고 액체이기도 하며 물질이지만 기운이기도 하고, 차가운 것이지만 불길 같은 것이기도 하며, 독이지만 치료제이기도 한 현상들을 말하기도 한다. 지상이기도 하고 지하이기도 한, 힘이기도 하고 독이기도 한 뱀이 그의 지팡이를 휘감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참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와 아스클레피우스상(좌).

    헤르메스의 지팡이 커듀셔스(caduceus)(우)(출처. 위키백과)

     

     

    지팡이의 뱀은 쌍둥이 같은 두 마리이고, 남성과 여성, 죽음과 재생을 상징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헤르메스의 의사소통 방법은 남성과 여성을 넘나들고, 죽음과 삶을 넘나들고,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나들면서 만들어지는 방법, 늘 변화할 수 있는 변증법적인 결과물일 것이다.

     

     

    인도에서도 뱀은 여성의 힘으로 상징된다. 최고의 신인 남신 시바의 생명에너지의 원천은 뱀이 똬리를 튼 모양의 신령스러운 힘(샥티)에 의해 깨어난다. 여신은 샥티(신성한 힘, 에너지)의 본질이다. 인도의 어디를 가든 시바 신의 아내인 두르가 여신숭배를 느낄 수 있다. 여자들의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빨간 타라카 역시 여성 에너지의 표시다.

     

     

    이렇게 많은 신앙에서 뱀은 생명에 대한 숭배와 창조 생산 영원 초월 신비의 단어들과 함께 여성과 긴밀하게 관련되고 여신이 지녔던 위력을 상징하는 회상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지혜와 조화로움, 부드러움과 차가움, 감성,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변덕, 양면성, 예기치 않은 면의 부상이나 새로운 힘 등의 여성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인다.

     

     


    제주 지역 역시 뱀신앙이 성행한 것은 여성, 앞서 살핀 것과 같이 뱀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 쥐를 도망가게 하고 고팡을 지켜줄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인다. 또 일반적인 뱀숭배에서처럼 풍요의 부신을 상징하는 동물이라는 점, 모성의 원리 및 기능에 맞닿아 있는 영원한 순환이나 불멸의 상징이라는 점에도 이유가 있다.

    제주 지역만의 독특한 것으로서는 집안의 고팡이나 뒤뜰 등 주로 여성들의 전유공간에 모시는 점, 치마를 따라 모계계승으로 분포한다는 점, 제주도에서 여성들의 직접적인 노동 참여와 그녀들에 의한 부의 생산이 크고 사실상 여성이 중심이 되는 경제, 문화, 생활 현상들이 많았다는 점, 여성들을 중심으로 무속신앙이 성행했다는 점, 잘 모시지 않으면 큰 재앙을 불러온다고 여겨지게 했던 점 등으로 비추어 제주여성의 위력과 고유한 존재성에 대한 강조가 뱀신앙과 지극히 맞물리면서 구체화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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