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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회] 돼지고기 먹지 말라는 금기를 어긴 제주의 여신들
    이프 / 2011-12-20 01:45:07
  • 신화는 마치 헤파이스토스가 바람난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를 현장에서 정확히 목격하기 위해 쳐둔 보이지 않는 청동그물처럼 사회를 훨씬 더 본질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의미망이다. 신화는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회의 기본적인 맥락을 구성하는 장기지속의 역사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밀회를 목격한 헤파이스토스를 그린 그림. Paris Bordone

     

    일반적으로 신화는 어떤 의도를 가진 금기나 찬송의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해당사회의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고양이 숭배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숭배한다.

    대영박물관에 있는 꿈의 해몽에 관한 파피루스를 보면 ‘커다란 고양이’를 꿈에서 보는 것은 ‘대풍작’을 의미하며, 이 두 어구는 매우 유사한 음소와 음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집트의 자연환경, 그들의 삶과 언어체계, 그들의 집단의식이 고양이 숭배의 의미망 속에 촘촘히 녹아 있는 것이다.

     

     

                                                 ▲고양이를 미라로 만들어 숭배하고 있는 이집트 유물(영국 대영박물관).

     

    이집트는 사막과 홍해, 지중해로 둘러싸여 외부의 침입을 거의 받지 않았다. 게다가 나일 강의 주기적인 범람이 만들어내는 풍요 속에 고왕국, 중왕국, 신왕국을 이루며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희망이요, 절대 과제는 현실의 풍요로운 삶이 죽음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것, 죽어서도 사는 것이었다.

     

     

    이집트의 고온 건조한 사막바람은 그들의 염원을 상당부분 이루어주었다. 건조한 사막의 바람은 ‘사체가 썩기 전에 말라붙게’ 하여 영원히 존재하게 해주었다. 왕들은 죽어서도 자신의 육신만 보존하고 있으면 다시 영혼이 들어와 현실의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자신의 사체를 미라로 영구보존하게 했다. 무덤 속에는 영혼이 다시 깃들었을 때 필요할 음식, 의복, 화장품, 필기도구, 가구, 운송수단인 배, 심지어 액세서리까지, 현세 삶의 모든 것들을 함께 부장했다.

     

     

    반면 메소포타미아는 탁 트인 개방된 지형 때문에 수메르, 아카드, 바빌로니아의 패권시대, 아시리아, 페르시아의 침략, 헬레니즘, 아랍화를 거치며 수많은 국가들이 세워지고 사라지는 시련을 겪었다.

     

     

    이런 메소포타미아에서 현실은 늘 두려운 것이었고, 그들은 제발 현실의 삶에서만이라도 편안히 쉴 수 있기만을 바랬다. 그래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매장도시와 매장의 문화들이 거대하게 들어선 이집트와는 달리 죽음과 관련된 그런 문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출처. blog.naver.com/zooz0204)

     

    인도의 소 숭배

     

     

    힌두교에서의 소 숭배도 인도라는 사회의 맥락을 읽게 해준다. 인도의 암소는 ‘어머니 암소’로 숭앙된다. 이름도 지어주고 소와 이야기도 나눈다. 꽃과 구슬로 소를 장식하기도 한다.

     

     

     
    예쁘게 단장한 인도의 소들(출처. blog.naver.com/btgbtg)
     

     

    인도의 북부는 건조한 기후다. 데칸고원은 사바나 기후고, 남부는 열대몬순 기후다. 인도의 혹소들은 이런 인도의 이질적인 기후에 가장 잘 적응된 토종소이다. 이 소들은 유럽의 소와는 달리 조금 먹고, 낙타처럼 혹에 에너지를 저장해두면서 사료나 물이 없이도 오래 견딘다.

     

     

    이 인도의 토종 혹소는 농경에 다른 어느 동물보다 적합했다. 당나귀나 노새, 낙타는 높은 온도를 견뎌낼 수 없고 물소는 딱딱한 밭에서 발이 꺾여 맥을 못 춘다. 하지만 이 토종 소는 딱딱한 밭은 물론, 물이 흐느적거리는 수전에서도 강한 운반력을 가졌다. 고기와 가죽을 제공했고 똥까지도 비료나 건축 재료 또 훌륭한 연료가 되었다. 슬슬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동네의 지저분함도 쓸어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불규칙한 인도의 몬순의 주기가 정상화되었을 때 농경을 하려면 아무리 급해도 절대로 소를 잡아먹지 않고 남겨두어야 더 많은 사람을 아사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삶의 절실한 필요들이 소를 숭배하도록 한 것이다.

     

     

     
      ▲인도의 혹소(출처. blog.naver.com/parangus)

     

    사막의 돼지 혐오

     

     

    사막의 종교들은 돼지를 먹지 말라고 한다. 스텝이라는 덥고 건조한 사막지역에서 돼지의 사육은 위협적인 투자가 된다. 비활동적인 돼지는 초원의 풀을 무리지어 차근차근 뜯어먹지도 않고, 다섬유질을 소화할 능력이 있는 초식동물도 아니다. 물이 없으면 고온과 직사광에 열사하기 쉽다.

     

     

    이런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 그늘이 있는 집을 짓고, 기온을 조절해 주고, 사람이 마시기에도 부족한 물과 사료를 주면서 돼지를 사육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가 아니다. 또한 이렇게 고가로 키운 돼지는 강한 결속력을 요구하는 사막이라는 환경에 집단 간에 위화감과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사막의 조건은 돼지 혐오와 거부의 문화를 키워낸 것이다.

     

     

    제주신화의 돈육 금기

     

     

    제주도의 돈육금기도 마찬가지다. 제주신화에서 제주의 농경신은 여신이며 본향당신인 경우가 많다. 이 여신은 돈육금기를 지키는 맑고 고운 정결한 신으로 추앙되고 있다.

     

     

                                    ▲<자청비>, 강요배 그림. 세경(농경)본풀이에 등장하는 자청비는 농경신으로서
                                    제주신화 속에서 농사에 관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맑고 고운 미곡만을 제물로 받는다.

     

     

    신화 속의 ‘땅 가르고 물 갈라’ 살림을 분산하는 계기는 육식 금기를 어겨서이다. 신화를 보면, 주로 해안마을의 여신들이 돈육 금기를 어기는 게 ‘땅 가르고 물 갈라’ 살림 분산을 하는 계기가 된다.

     

     

    육식의 남신은 수렵문화를, 미식의 여신은 농경문화를 상징한다. 결국 이들의 살림 분산은 수렵문화와 농경문화 간의 갈등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거름을 공급하는 돼지를 먹어버리는 것은 농경문화의 본질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식성, 본성이 다르니, 그들은 싸우며 살림을 가른다.

     

     

    농경사회로 가는 제주에서 돼지는 소와 마찬가지로 잡아먹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동물이었다. 사람들의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 잡초는 ‘통시’ 속 돼지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의해 훌륭한 거름이 되어 척박한 땅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더구나 꿩이며 노루, 멧돼지가 지천에 깔린 중산간에서는 농경에 이처럼 중요한 돼지를 잡아먹을 이유가 없었다.

     
     

                                                                           ▲한라산록의 말

     

    그러나 해안 마을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다양한 생필품의 구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넓은 바다와 해산물이 중요했다. 밭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었고, 맛 좋고 질 좋은 돼지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이런 신화 속의 화소들은 중산간 마을과/해안 마을, 농경문화와/해양문화, 유교중심의 문화와/무속중심 문화 간의 갈등이다. 동시에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여성 중심적인 문화, 권위주의와/개혁주의 간의 갈등이며 양반/상민 간의 계급적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해발고도 200~600m 내에 분포하는 중산간 마을의 반농반목민들은 유교를 받아들여 양반임을 내세우며 해발고도 200m 이하의 해촌(갯마을)을 ‘포촌(浦村=民村)이라 불렀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을 ’알뜨르(아랫마을)보재기(鮑作人포작인=어부)’라 하여 천시하였다.

    반농반어민인 포촌 사람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문화 변동에 둔감한 유교문화지대인 중산간 마을 사람들을 ‘웃뜨르(윗마을) 촌놈’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중산간과 해안 마을 사이에는 ‘돼지는 먹지 말아야 할 것’과 ‘먹어도 되는 것’ 이라는 구분이 생겼고,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내적 결속력을 강화시키면서 서로 대립하게 된다. 결국 이 육식 금기라는 제주신화의 화소는 제주의 자연환경, 생산형태, 마을의 형성과 분포, 문화의 차이, 마을 사람들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복합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서운 관습을 과감히 깨뜨린 여신들

     

     

    재미있는 것은 주로 임신을 한 해안마을의 여신들이 돼지를 잡는 곳에 다녀와서 돼지고기 냄새를 풍긴다거나, 돼지고기를 먹고 와서 ‘땅 가르고 물 갈라’ 이혼하게 되는 것으로, 제주신화에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의 대표 격이 되는 신이 주로 여성신이라는 제주신화의 특징적인 면에서 알 수 있듯, 마을의 형성이나 분리 확산이라는 대대적인 일을 맡고 있는 것은 여신이다. 또한 편견이나 구속을 깨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여신들에 의해 그 계기가 나타난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임신을 한 여자의 몸이 철분과 질 좋은 단백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겨울철에 갑자기 딸기를 찾기도 하지 않는가!


     

    어업이 삶에서 중요해지면서 돼지고기는 이제 먹어도 괜찮은 것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이 기존사회의 질서였다. 

    그녀는 그 관습을 깬다. 그녀들은 임신하고서 갑자기 먹고 싶어진 돼지고기를 찾아 나섰고, 임신한 몸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섭취한다. 너무도 확고부동하게 지켜지는 관례라서 아무도 감히 저항하지 못하는 것에 그녀는 저항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따르지 않아도 되거나 오히려 거부해야 하는데도 무섭게 지켜지고 있는 관례, 비인간적이고 불합리한 관습들을 이 여신들은 과감히 깨고 나온다.

     

     

    제주신화는 시대적, 공간적으로 또 개별적, 집단적으로 사회의 맥락과 조응하면서 로고스와 접합되고 파토스로서 개성화된 체험이라 생각한다. 신화와 현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여성평등과 상식적 인간주의라는 단단한 천을 짜내었던 것이다.

     

     

    노엄 촘스키가 말했듯 모든 형태적 구조의 총체들 뒤꼍에는 서로 상이하고 도저히 알 수 없게 보일지라도 번역을 가능하게 하는 그 어떤 토대, 맥락이 존재한다면 신화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그래서, 신화는 필요에 따라 왜곡되어 기록되어 오곤 했던 역사, 그 이상의 역사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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