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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회] 세상의 중심에 여신이 있었다
    이프 / 2011-12-06 03:29:17
  • 제주신화를 여성주의적으로 해석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의 무속신화, 그 중에서도 제주도의 무속신화는 주변에 머물러 있었던 여성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어 왔고, 다른 어느 신화보다도 인간 평등한 구조와 현상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신은, 성별로 볼 때 여신의 비중이 특별히 높고(보통 70% 정도가 여신이라 추정한다) 또한 그 내용이 무척 여신 중심적이다.

    제주사람들은 당에 갈 때 “할망당에 간다”며 큰 구덕(바구니)에 제물을 담아 당으로 향한다. ‘당’은 신의 집, 신전이다. 모시는 신이 여성신이면 여자 아이이든 처녀든 아줌마든 나이와는 상관없이 할망당이라 불린다.

     

     

                                            ▲구덕을 끼고 할망당에 가는 단골(신앙민). 차롱 바구니 속의 제물은 고이
                                           장만해온  한 집안의 정성이다. 이 정성이 다 모이면 마을의 장관이 연출된다.
     
     

    할망, 힘과 지혜를 가진 여신

     

     

    ‘할망’은 사실 가장 소외되고 불쌍한 사람들일 수 있지만 제주에서는 연륜이 가지는 힘과 지혜로움, 포용력이라는 기의(記意,시니피에)를 담고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 뿐만 아니라 제주신화에서 보이는 할망당의 할망 역시 나이 든 여자라는 세속의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사실 모든 여자들 안에 품고 있는,‘높은 어른’의 의미로 신격화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제주의 최남단 마라도에도 할망당이 있다. 당의 주인은 열 살배기 여자 아이다. 어릴 때 고아가 되어 남의 집에서 애기를 돌보는 애기업개로 살았다. 하루는 물질을 나가는 주인을 따라 마라도에 갔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돌아갈 일로 골치가 아파진 주인 상군(물질을 제일 잘 하는 해녀)은 그날 밤 애기업개를 놔두고 와야 섬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꿈을 꾸었다.

     

     

    결국 주인은 아무도 없는 곳에 애기업개를 제물로 남겨놓고서 거친 물살을 빠져나왔다. 애기업개는 동산에 올라 배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발버둥 치다가 굶어 죽었다. 해가 바뀌고 다시 마라도로 물질을 가보니 뼈만 잘그랑하니 남아 있었다.

     

     

                                                                          ▲마라도 할망당(애기업개당)
     

     

    그때부터 마라도를 찾는 해녀들은 불쌍한 애기업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그 자리에 당을 짓고 제를 지냈다. 마라도 할망당은 지금도 마라도의 본향당(마을당)으로 어업과 해녀들을 수호하며, 마라도의 북쪽 바닷가 동산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를 창조한 설문대할망

     

     

    설문대할망은 제주를 창조한 여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가 제주를 만들 때 치맛자락에서 떨어진 흙부스러기가 제주의 360개 오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500명이나 되는 자손들을 먹여 살리려 죽음을 무릅쓰고 가마솥에 죽을 끓였고, 제주에서 반도부까지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여신은 한라산을 베게 삼아 누우면 다리가 제주시 관탈섬에 걸쳐졌고, 한라산 꼭대기에 팔을 짚고 관탈섬에 빨랫감을 놓고는 발로 문지르면서 바닷물에 빨래를 했다는 거대한 여신이다.

     

     

    천지를 창조한 무소불위의 영웅신이 여신이라는 것도 다른 신화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설문대할망의 경우도 많은 거대한 영웅신과는 다르게 삶의 소소한 일상 속으로 들어와 좌절과 해학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이웃, 어머니의 모습으로 늘 가까이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늘 소외되어 왔지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영웅적인 지혜와 힘을 보여줬던 제주의 어머니, 제주여성들에게서 설문대여신을 만나볼 수 있듯이 말이다.

     

     

    ▲설문대 할망, 박재동 그림. 설문대할망은 제주10경의 하나로 꼽히는, 오백장군이라는 백록담 서남쪽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이 그녀의 자손들이라거나, 흙들을 쌓아 한라산을 만들어 놓고 보니 너무 높아 봉우리를 꺾어 훅 던진 게 산방산이라거나, 조천리와 신촌리 바닷가에 있는 바위섬들이 할망이 다리를 놓던 흔적이라는 등의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는 문화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들 딸 차별 없는 제주신화

     

     

    유독 여성신들의 출생담이 많다는 것도 제주신화의 한 특징이다. 초공, 이공, 세경, 칠성 본풀이는 부유한 집안의 부부가 늙도록 자식이 없어 근심하다가 기자치성을 드리고 자식을 얻는 것으로 시작된다. 늦도록 아이를 못 낳아도 쫓겨나지 않으며, 태어난 아이가 딸아이라 하더라도 섭섭하다기보다는 예쁜 아이로 소중하게 묘사된다.

     

     

    <초공본풀이>에서 오랫동안 아이를 기다려온 임정국 대감 부부는 태어난 딸이‘앞이마는 해님이요 뒤통수는 달님이요, 두 어깨에는 샛별이 오송송 박혀진 예쁜 아이’라고 좋아한다. 때는 구시월이라 산줄기마다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아이 이름을 ‘저 산 줄이 뻗고 이 산 줄이 뻗어 왕대월석금하늘 노가단풍 자지맹왕 아기씨’라고, 예쁜 것을 다 엮느라, 길게 이름을 짓는다. 다른 지역의 신화라면 어미가 쫓겨나가거나, 아이가 버려졌을 텐데 말이다.

     

     

    또한 당신화를 보면 ‘아들 간데 18, 딸 간데 28, 손자 간데 378’이라 하여 마을의 설촌과 분리 및 확산이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아들과 딸, 심지어는 손자까지도 제주도 각 마을의 모든 사상을 관장하는 당신(당의 주인인 신)이 된다는 것이다.

    아들과 딸은 차별되지 않으며 손자 손녀라 하여 차별받지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손자들은 수평적-평등 이동을 한다. 여기에 남성지배, 장자상속, 장유유서의 질서는 없다.

     

     

                         ▲애월 상귀리 황다리궤당은 당의 중심에 여신이 좌정하고(왼쪽), 남신은 담장 밖으로 쫓겨나가 좌정해 있다(오른쪽).
     
     


    제주신화 속의 여신들

     

     

    흔히 제주도는 ‘여다(女多)의 섬’으로 불린다. 이는 실제 여성의 수와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제주가 주었던 이미지 때문에 형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척박한 뜬 땅의 제주는, 밭농사의 생산형태를 가지게 했다. 밭농사의 주요 노동은 김매기다. 그건 잡초를 없애고 땅을 부드럽게 골라주는 일이다.

     

     

    고온다우한 날씨로 쉼 없이 자라나는 잡초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한순간의 방심도, 게으름도 금물이었다. 게다가 김매기는 구부리고 앉아서 하는 손노동이고, 큰 힘을 들여 물꼬싸움을 벌여야 하는 논농사에 비해 여성에게 좀 더 알맞은 노동이다.

    해산물 채취를 위한 수중잠수도, 추위에도, 물속에서도 오래 버티는 여성들이 도맡아 했다.

     

     

                                              ▲해녀, 농부, 어머니였던 제주 여인들(제주시 50년사 - 70년대의 정경)
     
     

    그러다보니 제주여성들은 갈중이에 머릿수건을 두르고 밭으로, 집으로, 물때에 맞춰 바다로, 쉼 없이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논으로 나가 일하는 여성도 없고 해녀 역시도 거의 볼 수 없는 한반도부의 방문자들에게, 길가에서 부딪히는 제주여성들의 이런 생생한 이미지는 퍽이나 낯설고 인상 깊었을 것이다. 여신중심적인 제주신앙은 이렇게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생산에 직접 참여해 얻어진 경제력과 함께 상대적으로 높았던 여성의 지위가 신앙에 투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제주의 신화에는 많은 여신들이 중요한 직능을 가지고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총맹부인은 남편신과 함께 천지를 창조한 여신이다. 자청비는 농경생활을 시작하게 한 농경신이다. 가믄장아기는 가난한데다 여자라는 약자의 운명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행운과 부를 일군다.

    벽랑국 세 처자는 오곡과 가축을 가지고 와 탐라국을 개국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만들고 육지까지 다리를 놓으려 한 창조적인 여신이었다. 영등할망은 한 해의 바다살림을 풍요롭게 해주는 바다의 신이었다.

     

     

                                      ▲톳채취 수눌음을 하는 해녀들. 이들에게는 굳이 소라와 전복이 아니어도
                                               바다에서 나는 모든 것은 영등할망이 가져다 준 은혜다.
     
     

    당본풀이의 백주또 여신은 일만팔천 제주신화의 뿌리가 되는 송당본향당의 당신이다. 그 외에도 일뤠또, 요드레또, 서물한집, 객세전부인, 송씨아미 등 많은 여신들이 등장한다.

     

     

    ▲송당본향당 입구 표석. 제주신당의 원조라고 적혀있듯이 마을 주민들의 당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송당본향당은 제주신화에서 일만팔천 신들의 뿌리가 되는 곳으로 표현되는 당이다. 여신 백주또가 좌정한다. 본성과 습속이 달라 남편과 ‘땅가르고 물갈라 이혼하고 남편 소로소천국은 알송당으로 가서(아래 사진) 좌정한다.
     
     
                                        ▲2009년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신당조사 과정에서 발굴한 소로소천국신당.

                                        알손당의 본향당이었으나, 현재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여신들은 타 지역의 여신들이 보여주는 부차적이고 종속적이며 소극적인 여신들의 모습과는 달리 천지창조에의 참여부터 마을의 형성, 기능분화에 따르는 마을의 분리 및 확산, 산육(産育), 농경, 치병, 수복, 자손과 집안의 보호, 마을과 바다의 수호, 원혼에 대한 치원 등 모든 삶의 부문에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존재였으며, 오히려 더욱 중요한 존재로 표상된다.

     

     

    제주신화에서 이들 여신들이 보여주는 창조성과 평등주의, 미지에 대한 모험심, 좌절을 극복하는 도전과 용기는 제주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의지, 지혜, 가치이자 철학으로서의 제주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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