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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회] 처음으로 에게해에 몸을 담그다
    김신명숙 / 2011-11-22 11:21:26

  • 오전 11시경 나는 일행과 함께 보트를 타고 모클로스 섬으로 향했다.

    섬은 식당들이 둘러 서 있는 작은 항구에서 150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바다수영에 자신이 있는 크리스트를 비롯한 몇은 헤엄쳐 섬으로 향했다.

    보트가 정박한 곳은 작은 하얀 교회 앞이었다. 그 곳에서 내린 우리는 왼쪽으로 꺾어져 걸어올라갔는데 곧 주거지였던 유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도 발굴이 계속되고 있다는데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수습한 토기 조각들을 모아놓은 곳들만 눈에 띄었다.

     

     

                                                                       ▲모클로스 섬에 있는 작은 하얀 교회 
     

    모클로스 섬은 미국인에 의해 발굴이 시작됐는데 여기서 미노아 문명의 멸망에 대한 기존 이론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가 나왔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지배적인 이론은 미노아 문명이 크레타 섬에서 북쪽으로 110km 정도 떨어져 있는 유명한 산토리니(Santorini, 공식명은 Thera) 섬에서 있었던 거대한 화산폭발에 의해 한 순간에 멸망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1989년 여름 모클로스 섬에서 화산재 위에 세워진 미노아 가옥이 발굴됐다. 발굴자들은 그것을 근거로 미노아 문명이 화산폭발의 거대한 피해를 견디고 살아남았으며 폭발 시기도 그동안 추정됐던 BC 1450년경(미노아 문명이 사라진 시기)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시기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에 의한 분석에 따르면 화산폭발의 시기가 BC 1627-1600년 경으로 나온다는 것. 산토리니 화산폭발 시기는 미노아 문명의 역사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두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관련 동영상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z0bdsAuTWB4&feature=related




    크리스트의 입장은 모클로스 섬 발굴자들의 입장과 같았다. 그녀는 여신문명을 연구해온 다른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미노아 문명이 북방의 호전적인 침입자들, 즉 인도 유럽인들에 의해 멸망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미노아 문명이 화산폭발이 아니라 침략으로 무너졌다는 걸 서구 학계는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지요. 그토록 예술적으로 아름답고 기술적으로도 발전했으며, 여남이 조화를 이루며 평화로웠던 문명을 자신의 선조들이- 내 선조이기도 하지만- 파괴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크노소스를 비롯한 성소들에서 발견된 선형 B 문자들이 미노아 문자인 선형 A문자와 전혀 다른 초기 그리스어 형태, 즉 인도유럽어라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지난 역사를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을 비롯해 많은 토착 종족들이 외부인의 침입에 의해 멸망한 경우들이 너무나 많기도 하구요. 미노아인들도 그런 과정을 겪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왜 문제가 되나요?”



    지중해 여행이 평생의 꿈이었다는 와니타



    화산재 위에 세워졌다는 미노아 가옥의 유적은 곧 눈에 띄었다. 그 앞에 안내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고고학 박물관에서 본 삼국시대 우리 금관과 상당히 유사한 작은 금관이 발굴된 곳도 찾았다. 그곳은 섬 북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미노아 초기 (3000-1900 BC) 공동묘지였다. 안내판에는 그곳에 있는 무덤들 중 다른 것들보다 더 크고 화려한 두 개의 무덤에서 다수의 금관들과 금장식들, 제단 등이 출토됐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화산재 위에 세워졌다는 미노아 가옥의 유적 앞에 서 있는 안내판(좌)과 작은 금관이 발굴된 곳 앞에 서 있는 안내판(우)



     

                                                                         ▲섬 곳곳에 모아놓은 토기조각들


     

    섬은 내게 뜻밖의 선물도 줬다. 발길 닿는 곳곳에 하얗고 예쁜 달팽이 껍질들이 널려 있었던 것이다. 선명한 나선형 무늬를 새긴 채. 나는 주머니가 불룩하게 그것들을 주워담았고 흩어져 있는 도기 파편 두어개와 보라색으로 빛나는 돌조각도 주워들었다. 순례의 증표들을 모으듯.



    섬 쪽에서 본 바다색은 또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청록색이 저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부터 녹아 나온 듯 신비롭게 바로 발 앞에서 일렁였다. 그 색이 내뿜는 매혹에 한 동안 빠져있고 싶었지만 일행 중 한명이 교회 옆에 달린 작은 쇠종을 울려 보트를 부르는 바람에 떠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날씨는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했고 한낮의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바다는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그 동안 해변가에서 바라만 보던 바다를 보트 위에서 가까이 느꼈기 때문일까,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충동이 불쑥 일어났다. 이곳까지 와서 여신의 품인 바다에 몸 한번 담그지 못한다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것같았다.

     
     

                                                                       ▲청록 물감을 풀어놓은 것같은 바다
     


    마침 보트에서 내려 시원하게 맥주 한 잔을 한 식당 앞에 안전하게 수영하기에 딱 좋은 곳이 있었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둥글게 밀려와 꼭 풀장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일행 중 하나가 자신의 수영복을 빌려줬고 나는 멕시코계 와니타와 함께 그곳으로 들어갔다. 나 뿐 아니라 와니타도 처음으로 수영복을 입은 것같았는데 아마도 그녀 몸 때문인 듯했다. 그녀는 엄청난 비만이었다. 체력도 안좋아 뒤처지거나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숨을 헐떡이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런 그녀가 모처럼 편안하게 물 속에서 쉬는 모습을 보니 나도 편안했다.

    물속은 기대했던 대로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태어나기 전 엄마 자궁 속 양수에서 놀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 물 속에서 모든 고민과 걱정과 아픔들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와니타와 얘기를 주고 받으며 한 동안을 에게해 바닷물 속에서, 여신의 품 안에서 그렇게 놀았다.

    와니타는 20살부터 텍사스주에서 경찰로 일하다가 지난 3월에 은퇴했다고 했다. 은퇴 기념으로 자신에게 준 선물이 이번 크레타 순례여행이라는 것. 지중해 여행이 평생의 꿈이었는데 이번에 그 꿈을 이루게 돼 너무 기쁘다는 것이었다. 40년지기 친구 캐리까지 함께 한 이번 여행에서 자신은 엄청난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여신 영성에는 잡지 <세이지 우먼Sage Woman>을 통해 입문하게 됐으며 캐롤 크리스트도 그 잡지를 통해 알게 됐다는 것. 여성적 신성(Divine Feminine)을 추구하는데 역시 인종적 배경 때문인지 레이디 과달루페(Lady Guadalupe, 멕시코에서 숭배되는 성모 마리아)가 자신의 여신이라고 했다.

     
     

                                                                    ▲유명한 여신 잡지 <세이지 우먼>
     


    이번 순례여행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자 꿈의 실현이라는 말에 흐뭇했다. 어떤 처지에서든 자신을 사랑하고 작은 것이라도 꿈을 이뤄가는 여성은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관계맺기에도 편하다. 와니타의 경우에서도 드러나듯 크레타 순례여행은 나에게만 ‘특별한 경험’이 아니었다. 참가자들 다수에게 그 여행은 평생의 꿈의 실현이거나, 나이 들어가며 삶의 전이기를 잘 넘기기 위한, 혹은 고통스런 삶에서 힘을 얻기 위한 의례거나 이미 시작한 여신의 길에서 영성을 더 고양시키기 위한 특별한 여행인 듯 보였다.

    은퇴한 후에는 드럼을 치고 승마를 배우며 제 2의 인생을 찾고 있다는 와니타. 몰라볼 정도로 한껏 꾸미고 드럼을 치는 그녀의 멋진 모습을 나는 귀국후 페이스북을 통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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