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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이아
    이프 / 2011-10-26 11:56:51

  • 대지가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고 하는 생각은 인간이 대지에서 나왔다고 하는 출현 신화보다 먼저 형성되었던 것 같다. 이런 상정을 하는 이유는 대지가 모든 생명체들의 어머니라는 대지모신 사상이 아주 일찍부터 존재했었다는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대지모신 사상이 언제 형성되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신석기 시대에 접어들어 농경의 시작과 함께 여성의 지위가 상승되면서 이런 사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고학자나 인류학자들은 지모신 사상의 성립 시기를 이보다 더 앞섰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농경이 시작되기 이전, 즉 구석기 시대부터 이미 지모신 사상은 존재했을 것이란 추정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의 어머니, 가이아



    그렇다고 하여 200만 년 전에 시작된 전기 구석기 시대는 아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물들은 대개 4만 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후기 구석기 시대의 것들이다.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대지모신 사상이 성립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지모 신화들이 반드시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단절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신화들이 후기 구석기 시대의 전통을 이어받았을 개연성은 인정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선 잘 알려진 그리스의 가이아 신화부터 소개하기로 한다.



    옛날에 이 세상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흐르는 무한한 혼돈밖에 없었다. 긴 시간이 흐른 다음에, 이 혼돈 속에서 “모든 것의 어머니”인 가이아Gaia가 탄생했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지상과 땅 밑에 두 신을 창조했다.

    지상에 태어난 것은 탄생의 힘을 지닌 아름다운 신 에로스Eros(사랑)였고, 땅 밑에 태어난 것은 타르타로스Tartaros라는 신이었다. 그 후 세계에는 차례로 신들이 탄생하였다. 우선 혼돈에서 에레보스Erebos(지하의 어둠)와 닉스Nyx(지상의 밤)가 태어났다. 에로스는 이 둘을 맺어주어 하늘의 빛 아이테르Aither(정기)와 지상의 빛 헤메라Hemera(낮)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에로스는 가이아와 결합하여 거대한 산과 폰토스Pontos(거친바다)와 우라노스Ouranos(별과하늘)를 낳았다.

    가이아는 자신의 자식인 우라노스를 남편으로 삼아, 이들 둘이 이미 창조된 세계를 다스렸다. 가이아는 에로스와 결합을 통해서 사랑이란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뒤에 우라노스와의 사이에 많은 자식을 낳았다. 아들은 오케아노스, 코이오스, 크리오스, 히페리온, 이아페토스, 크로노스이며, 딸은 테아, 레아, 테미스, 므네모시네, 포이베, 테디스였다. 이런 가이아의 자식들 중에서 남신을 <티탄>이라고 하였고, 여신을 <티티니아스>라고 하였으며, 이들을 총칭할 때는 티탄(거신족)이라고 불렀다. 이들 티탄은 천지를 지배하고 영화를 누렸다.

     
     

                                                         ▲그리스인들이 조각한 가이아여신(출처:maicar.com) 
                     

                                                   

     

    손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의 서막을 장식하는 <천지 창조 신화>의 한 부분이다. 여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은 가이아이다.

    이 신화에서 서술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가이아는 혼돈 속에서 태어난 자생의 신에 해당된다. 이렇게 자생한 그녀는 지상의 신 에로스와 지하의 신 타르타로스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른 몇몇의 신들을 창조한 다음, 자신이 만들었던 에로스와 결합하여 폰토스와 우라노스를 낳게 된다. 이와 같은 신화적 문맥은 가이아가 최초의 존재로서 신들을 낳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그녀는 다시 우라노스를 자기의 남편으로 삼아서 많은 자식들을 얻는다. 엄격하게 말한다면, 우라노스는 가이아에게 손자뻘이 되는 신화적 인물이다. 즉 그녀는 자신이 먼저 창조한 사랑의 신 에로스와 결합을 하여 우라노스를 낳았다. 그러니 우라노스는 손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가이아는 손자에 해당되는 이 우라노스를 남편으로 맞이하여 이미 만들어져 있는 천지를 다스린다,



    이곳에서 근친상간의 문제가 제기된다. 인간이 배우자를 구하는 데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곧 다른 집단에서 배우자를 구하는 것과, 같은 집단에서 배우자를 구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전자의 경우는 족외혼族外婚이 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족내혼이 되어, 근친상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가이아는 모권제 사회의 여신

     

     

    근친상간, 이것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들 중의 하나였다. 실제로 한국의 역사에도 족내혼族內婚이 존재했었다. 고려 왕실의 혼인이 그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고려는 역사 시대로 접어들어 세워진 나라였다. 그러면서도 그들 역시 통치 이데올로기를 확립하기 위하여 건국 신화를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건국 신화에서 자기 조상들의 출자를 용녀龍女에서 구했다. 환언하면 왕족들은 용녀의 후손이므로 자기들의 몸에 비늘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거짓이었다. 그런데도 고려 왕실은 신화의 이런 허구적인 내용을 감추기 위해서 족내혼을 장려하는, 이상한 혼인 정책을 폈다. 주지하다시피 족내혼은 유전적 열성화를 초래한다. 어쩌면 이것이 고려 왕조가 쇠퇴하는 이유의 하나가 되지는 않았을까?



    이 문제는 어찌 되었든, 위의 가이아 신화에서는 그녀가 낳은 티탄족들이 천지를 지배하고 영화를 누린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가이아는 지배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졌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특성을 파울 프리샤우어 Paul Frischauer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아버지가 없는 사회에서 어머니가 자식들에 대해 차지하는 지위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그 성원들에게 갖는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여자들이 낳고 기른 자식들은 그들이 자력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게 되기까지 어머니에게 구속되었다. 자식에게 자신의 젖과 풀과 식물들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남자들이 잡아온 사냥감 중에서 분배된 몫을 먹였다. 이러한 어머니와 함께 하는 안락한 보금자리 속에서 최초의 가족이 탄생되었다. 남자가 그 안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어머니와 자식이 만든 집단에 순응하는 경우에 한해서였다. 어머니의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잡혼의 자유는 제한되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근친 관계-어머니와 아들, 형제와 자매-조차 성적 하나됨을 막는 이유는 되지 못했다.



    이상과 같은 그의 설명으로부터 제우스를 숭상하던 집단이 들어오기 이전에 그리스에 살고 있던 집단, 즉 가이아와 같은 대지모신을 받들며 살아가던 집단의 사회적 특성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집단에서는 어머니가 중심이 된 모권제를 취하고 있었을 것이다.


     

     

     

     

     

     **윗 글은 책『신화에 그려진 여신들』(김화경지음, 열린시선)에서 발췌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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