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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회] ‘반항자로 태어난 여자’를 만나다
    김신명숙 / 2011-10-10 07:44:59

  • 교회를 출발한 버스는 남동쪽을 향해 달렸다.

    후기 미노아 시대인 기원전 1550-1400년 사이에 번성했던 마을(town) 고니아(Gournia)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곳이 크노소스나 파이스토스같은 흔히 ‘궁전’으로 불리는, 엘리트들과 연관된 지역의 중심적 성소들이었다면 고니아는 우리가 처음으로 찾게 된, 평범한 미노아인들의 일상을 느껴볼 수 있는 마을이었다. 여사제 뿐 아니라 보통 미노아 여인들이나 남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적지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뜻밖에 알게 된 사실 하나는 고니아 마을 발굴이 남자가 아닌 미국 여성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 선구적 여성 고고학자인 해리엇 보이드 호스(Harriet Boyd Hawes, 1871-1945)가 그 주인공이었다. 크리스트는 버스에서 그녀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했다.



    그리스에서 중요한 발굴작업을 지휘한 첫 번째 여성



    해리엇 보이드 호스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대학까지 진학,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스미스 대학에서 고전학을 공부하며 그리스 고대 문명에 심취했다. 대학 졸업후 교사로 잠시 일하기도 했으나 그리스에 대한 열정이 그녀를 아테네로 이끌어 그곳에서 공부를 계속하도록 했다. 그녀의 꿈은 직접 발굴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수는 여자의 몸으론 어렵다고 거절하며 사서일이나 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고 마침내 1900년 자기 돈을 써가며 독자적으로 크레타를 찾는다. 당시 그곳의 상황은 크레타를 두고 일어난 그리스와 터키 간의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매우 불안정했고 또 여자가 발굴작업에 뛰어든다는 게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반대가 극심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흰 블라우스에 긴 치마를 입고, 당나귀를 타고 다니며 유적발굴을 시작한 그녀는 얼마 안가 실력을 인정받으며 당시 크노소스를 발굴하기 위해 그 곳에 있던 에반스 경과도 친분을 맺게 된다.

     

     

                                                                           ▲해리엇 보이드 호스
     


    고니아 발굴을 권유한 것은 에반스 경이었다. 하지만 바로 시작하지는 못하고 그해 말 미국에 돌아갔다가 다음해 다시 돌아와 본격적인 발굴을 지휘했다. 고니아 발굴을 위해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고용했는데 그 중에는 이례적으로 여성들도 있었다.

    1901년 시작해 1904년 마무리된 고니아 발굴은 중요한 성과들을 거두며 고고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로써 그녀는 그리스에서 중요한 발굴작업을 지휘한 첫 번째 여성이 되었고 이후 미국 고고학연구소에서 연설한 첫 번째 여성이 되었다. 고니아 외에도 에게해 지역의 주거지들을 발굴, 그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았으며 은퇴할 때까지 모교와 웰슬리 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리엇 보이드 호스와 발굴팀



    딸이 전기를 출간



    그녀는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이었다. 1차대전을 비롯해 전쟁에서 부상당한 이들을 구호하는 일에도 앞장섰고 노동운동 등 크고 작은 사회운동들도 지원했다. 크레타에서 만난 영국인 인류학자이자 고고학자인 찰스 헨리 호스(Charles Henry Hawes)와 1906년 결혼했으며 부부가 함께 책도 저술하는 등 일찍이 협동부부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1992년에는 그녀의 딸 메리 올스브룩(Mary Allsebrook)이 그녀의 전기 『반항자로 태어나다 : 해리엇 보이드 호스의 삶 Born to Rebel: the Life of Harriet Boyd Hawes』를 출판했는데 편집은 그녀의 손녀 애니 올스브룩(Annie Allsebrook)이 맡았다.
     

                                                   ▲딸이 출판하고 손녀가 편집을 맡은 해리엇 보이드 호스의 전기 
     

    크리스트는 미노아인들의 일상생활을 알 수 있는 고니아 마을이 여성에 의해 발굴된 게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상생활이 갖는 중요성은 여성들이 더 많이 깨닫고 있으니까. 남성 고고학자들은 아무래도 왕이나 전쟁 등과 관련된 유적지들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시각도 그런 식으로 박혀 있기 쉽다는 게 그녀의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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