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하용가”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초대남 모집글이었습니다.
소라넷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창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 헬조선의 가장 잔혹한 헬이 소라넷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폐쇄시킨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페미니스트들이 거둔 귀중한 승리라 생각했고, 그 승리를 기록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소라넷은 폐쇄되었지만 여전히 불법촬영물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을 고발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컸습니다.
Q2.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했나요?
A. 두 가지 정도인 것 같습니다.
먼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그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로 소모되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남성작가의 많은 소설에서, 강간이나 성희롱이 그렇게 소모되는 것이 무척 불편했습니다.
스릴러의 장르적 효과를 위해, 혹은 플롯의 긴박감을 위해, 여성들은 끔찍하게 강간당하고 살해당합니다.
여성들의 고통과 살아남은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지요.
바로 그 이야기가 우리 여성들에게는 필요한 것인데도 말입니다.
[하용가]를 통해 철저하게 여성의 시각에서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의 경험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피해자로서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는 것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성폭력은 성과 관련된 특수한 폭력이기 때문에 다른 것에 비해 더욱 고통스러운 피해 경험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평생을 성적 수치심을 짊어진 채 살아야 하는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괴롭히는 건 피해 경험 자체보다 그 이후에 직면하는 ‘피해자다운 피해자’라는 가부장적 인식입니다.
그걸 깨뜨리는 여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걸 여성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3. 하용가 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A. 실제 소라넷 유저들이 여성을 향해 내뱉던 혐오 단어들은 여간해서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육변기, 주절먹, 봉씌먹, 좆집, 보전깨, 삼일한, 낙타충……. 소설에 등장하는 이런 단어들은 그나마 덜한 편입니다.
소라넷 유저들의 언어를 소설에 그대로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소설은 영원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거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상상이 가능할까, 어떻게 그렇게 천박하고도 잔인할 수 있을까, 지독한 염증이 밀려왔고 살의가 느껴졌습니다.
그럴 때면 며칠간 컴퓨터를 켜지 못했습니다. 강아지와 산책만 하면서 다시 글을 쓸 마음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여성 인물들의 고통을 그려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을 쓰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남성 인물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치밀었습니다. 현실의 여자들은 그리 악랄하지 못한다는 걸 애써 기억해야만 했습니다.
Q4. 제목을 하용가로 짓게 된 이유?
A. 하이 용돈 만남 가능? 기가 막힌 물음입니다.
모든 여성의 창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성의 몸을 거래하는 문화, 여성의 몸을 비하하고 조롱하고 짓밟는 문화가 하용가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화를 향유하는 자들에게 역으로 묻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좋은가.
Q5.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이대로 가다가 한국은 몰래 카메라 범죄로 망할 지도 모릅니다.
우연히 만나 말을 섞게 된 20대의 한 여성은 내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남자가 무서워서 연애를 못하겠다고, 그가 몰카를 찍을지 때릴지 죽일지 알 수 없다고, 그래서 연애를 포기했다고.
여성들은 남성들과 다른 이유로 N포 세대가 됩니다.
생존을 위해 페미니스트가 되었다는 말은 허세 떠는 선언이 아닌 것입니다.
한국사회 젊은 여성들이 왜 거리로 나서는지,
왜 지금 이 시기에 페미니즘이 필요한지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붕괴될지도 모른다.
이건 겁박이 아닙다. 레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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