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밀레트가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즈의 부음기사 “신기원을 이룬 페미니스트 작가, 케이트 밀레트 82세에 별세(Kate Millet, Ground-Breaking Feminist Writer, Is Dead at 82)와 

캐롤 J. 애덤스가 밀레트의 책에 대해 쓴 글 ”우리를 페미니스트로 만든 책(The Book That Made Us Feminists)를 소개한다./ 번역 유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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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밀레트의 최초의 저서이며 또 가장 유명한 책이기도 한 ‘성의 정치학(Sexual Politics)’(1970)은 

성역할을 이해하는데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의 혁명적 전환을 유도한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에는 박사논문으로 별로 드러나지 않게 그 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저자는 새로운 페미니즘의 다소 주저하는 듯한 평범한 필자였다.

지난 9월 6일 파리에서 82세의 나이에 사망한 밀레트는 

1968년 바나드대학에서 학생시위를 조직했다는 것을 빌미로 학교에서 강사자리를 잘리고 무직자 신세가 됐다. 

분노한 그녀는 우등생으로 졸업한 그녀의 박사학위논문을 책으로 옮겼고

(비록 지도교수 중 한 명은 그녀의 논문을 읽는 것이 “당신의 고환을 호두까개 속에 넣고 앉은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불평을 하긴 했지만) 

그 책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성의 정치학’은 2주만에 1만부가 팔려나갔다. 

타임지는 밀레트를 ‘여성해방계의 모택동’이라 부르며 그녀를 앨리스 닐, 티-그레이스 앳킨슨,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등과 함께 타임지 커버인물로 소개했다. 

그녀는 제2물결 페미니즘을 규정하는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성의 정치학’은 문학비평과 함께 역사적 분석과 열정적인 논쟁들을 섞어 놓았다. 

D. H.로렌스, 헨리 밀러 등 소위 성해방의 기수로 불리우던 남성작가들에 대한 밀착 리딩을 통해

밀레트는 이들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경멸을 드러내고 밝혀냈다.

프로이트의 ‘남근선망’ 이론은 부질없는 이론이 되고 노만 메일러와 그의 허망한 남성성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목표물 중 몇은 그녀의 공격에 반응을 보였다. 

노만 메일러는 그녀를 내숭떠는 “성의 수인(The Prisoner of Sex)”이라고 비웃었다.

 밀레트는 타임지에 “성정치학 프로젝트가 점점 커져서 마침내는 정치철학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문학 속의 성행위의 묘사에서부터 여성들이 어떻게 사회속의 그들의 낮은 지위를 내면화하고 받아들이는가를 점검한다. 

그녀는 ‘성의 정치학’에서 “많은 여성들이 그들 자신이 차별받는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고 썼다. 

그녀는 어떻게 가부장제가 법률과 의료와 과학과 학교에 의해서 발전되고 방어되는지 점검했다.

“가부장제의 주요 기관은 기족이다.“라고 그녀는 썼다. 

”그것은 거울이며 동시에 더 큰 사회와의 연결고리이다. 

즉 가족은 가부장제 전체가 들어있는 하나의 가부장적 단위인 것이다.

“ 그녀는 덧붙였다. 가부장제 사회의 근본적인 기관이며 기본적인 단위로서 가족과 그 역할은 원형적이다. 

더 큰 사회의 에이전트로서 복무하면서 가족은 그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적응시킬 뿐만 아니라 

가장을 통해 시민들을 통치하는 가부장적 국가의 한 단위로서 정부로서의 역할도 한다.”

뉴욕타임즈는 이 책을 ‘여성해방의 바이블’이라고 불렀다. 

반면 이 책은 잔인한 비판도 만났는데 주목할 사람은 하퍼스매거진에 ‘시대가 만들어낸 허구’라며 신랄하게 쓴 어빙 호였다. 

밀레트는 그녀의 오랜 연인이었던 소피 키어와 함께 파리 휴가여행길에 사망했다. 

그들은 최근 결혼했다. 키어에 따르면 그들은 매년 생일을 즐기러 파리로 여행을 갔다고 한다.

우리를 페미니스트로 만든 책

The Book That Made Us Feminists

내가 1970년 ‘성의 정치학 Sexual Politics’ 초판을 샀을 때 난 19살이었다. 

케이트 밀레트의 첫 저서인 그 책은 한 해 전에 출판된 박사논문인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오늘날 내 서재에는 그녀의 ‘성의 정치학’에 이어서 출판된 페미니스트 고전들이 옆에 나란히 꽂혀있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The Dialectic of Sex’과 로빈 모건이 야심차게 편집한 ‘자매애는 강하다 Sisterhood Is Powerful’ 모두 같은 1970년에 출판되었다.

다음 해인 1971년에 저메인 그리어가 미국에서 ‘거세된 여성 The Female Eunuch’을 출판했다. 

그 다음부터 해마다 주요한 페미니스트 역작들이 발표되었다.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 Women and Madness’(1972), 매리 데일리의 ‘아버지 하나님을 넘어서 Beyond God The Father’(1973), 

안드레아 드워킨의 ‘여성혐오 Woman Hating’(1974), 수잔 브라운밀러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Against Our Will’(1975).

이들 여성들과 애드리언 리치와 안젤라 데이비스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나와 내 동년배여성들이 갖고 있던 근간을 흔들면서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를 페미니스트로 만든 것은 밀레트의 책이었다. 

나는 1970년 8월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밀레트의 확신에 찬 얼굴을 들여다보던 것을 기억한다. 

그것은 나에게도 역시 불굴의 투지를 느끼게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가을 나는 내 문학수업 시간에 페미니스트 분석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1963년 베티 프리단은 ‘여성의 신비’에서 여성문제를 이름붙일 수 없는 병이라고 불렀다. 

거기에 ‘성의 정치학'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그 원인을 가부장제 사회라고 설명한 것은 케이트 밀레트였다. 

가부장제를 정치제도라는 개념으로 설명함으로써 그녀는 독자들을 문화이론으로 무장하게끔 만들었다. 

밀레트는 그 전에는 비정치적 영역이었던 가정, 문학, 낭만적 관계를 권력구조로 파악하게끔 여성들의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우리도 그녀를 따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너무도 해방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이 근본적인 통찰력을 우리의 직업에서 우리의 학교에서 우리의 결혼에서 

그리고 우리의 정치학그 자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론이 상관이 있는 것이다. 이론이 진정한 변화를 견지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흰색 커버에 삭막한 검은 대문자로만 표지를 찍은 ‘성의 정치학’이 나온지 47년이 흘렀다. 

이제 ‘성의 정치학’을 생각하는 우리에게 밀레트의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피곤한 일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물결 페미니즘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음담패설?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헛소리들?

밀레트에게는 D.H. 로렌스, 헨리 밀러, 노만 메일러, 장 쥬네 등에서 드러난 여성혐오 문학이 남성 적대감이 표출된 주요 도구였다. 

오늘날 이들 적대감의 표출 도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밀레트의 작업이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뒤따르는 페미니스트 이론들이 평등과 불평등, 식민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다른 중요한 사상들을 추구하고 점검했다.  

그러나 나는 밀레트의 야심을 사랑했다. 그녀는 우리가 올인하기를 원했다. 

그녀는 우리가 1960년대 있었던 개스스테이션부터 1848년 세네카폴스에서 열렸던 최초의 여성권리대회, 

여성의 성적인 오르가즘에 이르는 해부학적인 토론까지 모두에 문자 그대로 ‘아버지의 지배’인 ‘가부장제’의 정치학이 적용되기를 원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소진할 것이다. 그녀는 모든 것을 소진했다. 

그녀는 인류학, 신학, 역사, 철학, 경제학, 그리고 문학까지 가용한 모든 풍부한 자료를 다 먹어치우며 

우리에게 어떻게 성의 정치학이 모든 것을 단단하게 뒷받침하는가를 인지하도록 보여주었다. 

케이트 밀레트는 

“새로운 여성운동이 스스로 흑인운동, 학생운동과 점차적으로 급진적인 연대를 이룰 것”이라는 희망적인 노트로 그녀의 책을 끝마쳤다. 

때로 “진보와 정치적 탄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밀레트는 여성들이 전국적으로 사회 혁명을 향한 열망에 휩싸이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밀레트가 파리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 밤 나는 내 서가로 가서 그 책을 다시 봤다. 

그들은 모두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바꿔준 책들. 

나는 밀레트의 책을 꺼내 후기가 쓰여있는 페이지를 열었다. 

아마도 그 모든 세월이 흘러간 지금 그것은 그저 단순히 밀레트의 확신이나 야망, 혹은 박식함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는 우리 모두를 위한 비전있는 희망으로 끝을 맺었다.

이 글을 쓴 캐롤 J. 애덤스는 ‘고기의 성의 정치학: 페미니스트 채식주의자의 비판이론 The Sexual Politics of Meat: A Feminist-Vegetarian Critical Theory’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