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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회]나는 강간당했고 그것이 날 나쁜 페미니스트로 만들 줄 알았다
    유숙렬 / 2014-12-25 05:01:59
  • 강간피해자의 고백글이 인터넷매체 BuzzFeed Ideas에 실렸다. 제시카 크룩의 고백글 “나는 내 강간 피해가 나를 나쁜 페미니스트로 만들 걸로 생각했었다(I thought My Rape Made Me a Bad Feminist)"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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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강간당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생각한 것은 그것이 나를 나쁜 페미니스트로 만드리 라는 것이었다. 나는 10대 소녀시절부터 강경파 여권론자였고 강간통계에 대해 앞뒤로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슬프게도, 나 역시 어느 날 그런 성적 공격의 피해자가 되리라는 것이 그렇게 미친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 또한 언제나 야밤에 치한이 숲속에서 불쑥 뛰쳐나와 나를 덮치고 강간 후에는 내가 경찰에 전화하고 증언하고 나쁜 놈을 치우는 것을 도우리라고 생각했다. 대신, 나는 4년을 사귄 내 남자친구한테 강간을 당했다. 그는 나를 체계적으로 무너뜨렸고 나를 내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고립시켰으며 약물로 유인했다. 나는 한때 전도양양하던 내 커리어에서 떨어졌으며 페미니즘과 정치활동을 포함한 나의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되었다.

     

    그리고 그중 무엇보다 나쁜 것은 내가 어떻게 거기까지 갔느냐였다. 나는 중3때 수잔 팔루디의 책을 리뷰하고 캐스린 한나의 이론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똑똑한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중산층 부모 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편안하게 자랐다. 나는 학대받지도 않고 모욕 받지도 않았다. 나는 고교시절을 엘리트 페미니스트 조직들에서 인턴쉽을 쌓으며 보냈고 또 시위와 자선공연 등으로 분주하게 보냈다. 나는 엘리트 대학인 뉴잉글랜드 리버럴아트 대학에서 장래의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될 거라는 예측에서 보냈다.

     

    그런 와중에 나는 상당히 괜찮아보이던 내 전 남자친구를 만났다. 처음에는 약간 방향감각이 없어 보이긴 했다. 그는 나에게 갈색 분말가루를 주면서 그것이 엑스터시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마약”이라고 말했다. 점차적으로 그는 나에게 그것이 순전한 마약이라고 말했지만 그때는 내가 이미 끊을 수 없이 깊이 물들어 있었다. 그 다음 대학 3년간을 나는 완전한 마약 중독자였다.

     

    그러나 내가 비밀한 마약 중독자이던 시절에도 나는 근사한 대학의 전국적인 페미니스트 조직 지부의 이사회 멤버였으며 아이비리그 대학 페미니스트 싱크 탱크의 인턴이었다. 나는 여성상원으로 일하는 명예로운 장학금도 받았는데 실상 나는 그 어느 것도 즐기질 못했다. 그 이유는 내 남자친구가 그 모든 것을 어리석고 의미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그와 함께 마약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여기게끔 만들었다.

     

    졸업을 준비하며 나는 페미니스트 기관에 직장을 구하기 위해 구직을 하기 시작했고 그들로부터 모두 거절을 당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나는 당시 누구라도 나에게 직업을 주지 못할 만큼 마약으로 인해 쇠잔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너무도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내 남자친구가 맞다는 생각을 했고 나는 실패자이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사를 갔고 직업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내 남자친구는 나를 따라와서 내 시간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을 하고 결국에는 내가 그 직업마저 그만둘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나는 임시직으로 내려안게 되고 내 시간의 대부분을 다시 마약에 기대게 되어 결국 바라는 거라곤 차라리 버스에 치어 죽어 버리는 것뿐이게 되었다. 내 남자친구는 내 돈을 그의 마약 사는데 써버리고(그는 직업을 구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를 누가 알겠는가?) 내가 사는 어디라도 따라다녔다.

     

     

    그가 나를 강간한 다음날 아침 나는 어떻게 그를 내 아파트에서 몰아낼 수 있는 접근금지령이라도 받아 볼까하고 핫라인에 전화를 걸었다. 핫라인의 전화를 받은 상대는 아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의가 없었고 도움이 안 되어 나는 전화를 그냥 끊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기적의 페미니스트소녀였다. 인턴시절 언젠가 상원의원이 될 거라고 누군가 말했던 적도 있었다. 상원의원은 커녕 나는 현실에서 어떤 되먹지 않은 놈에게 남자친구를 어떻게 하면 내 아파트에서 쫓아낼 수 있는지를 구걸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깨달음은 지난 4년간 내게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모든 것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그것은 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던 배너들로 장식됐던 엘리트 학교들에 다녔던 똑똑한 여자였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것에 위에 있었기 때문에 등 등 이유는 많았다. 나는 위험과 막상막하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중독성있는 마약과 놀이를 즐기다가 언제라도 내가 원하면 거기에서 걸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난 특별했으니까.

     

    나는 모든 것이 정반대인 남자와 데이트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자살행위라기 보다는 전복적이고 매력적인 행위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나는 그냥 진실한 페미니스트이건 아니건 간에 학대받는 관계에 사로잡힌 마약쓰레기에 불과했다. 내 신념과 활동들은 진실했지만 나는 그것들을 모두 지워버리도록 허용하고 말았다.

     

    나는 나 자신을 탓한다. 나는 더 잘 알았어야 했다. 나는 나 자신을 탓한다. 왜냐하면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폭력적이고 학대받는 인간관계는 교육받지 않은 빈곤층 여성에게만 일어난다는 얘기는 옳지 않다. 나 같은 여성에게도 그것은 결코 끝나지 않는 일이며 모든 여성에게 해로운 일이다. 그것은 오히려 일찍 도움을 청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강간을 당한 후 나는 집을 옮겼다. 나는 아파트를 포기하고 침대에서 마약을 끊고 일주일을 보내며 사람들에게는 내가 심한 독감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남자친구한테 전화하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부터 매순간을 나의 과거로부터 도망 나와 새로운 미래, 존경할만한 커리어를 쌓고 대학원을 진학하고 업적을 이루고 상을 받고 좋은 남자랑 결혼하고 등등을 생각하기에 전념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강간은 결코 내 마음에서 없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 완전히 무력하게 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는 수년간의 구호와 외침 조직하기 등이 완전히 무력해져 다 소용없어지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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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덧글(6)

  • hjh1984 [2015-09-22]
  • 혹자는 윗글을 읽고 글쓴이를 동정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윗글에는 인생이 망가진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비뚤어진 피해의식이 담겨 있으며, 이로 인해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 hjh1984 [2015-09-22]
  • 글쓴이는 남자친구에게 강간당했다는 사실만 밝혔을 뿐, 강간당하게 된 경위는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설령 그 경위가 어떻든 간에, 남자친구가 글쓴이의 자유의지를 무시한 채 그녀를 강간했다면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글쓴이가 남자친구에게 강간당한 것은 남자친구와의 동거 및 마약 복용으로 이미 인생이 망가진 뒤였습니다. 따라서 그녀의 인생이 망가진 주된 원인으로 강간을 꼽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그렇다면 글쓴이의 인생이 망가진 이유가 과연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이를 소위 ‘여성문제’로 간주하는 게 과연 합당한 처사일까요?
  • hjh1984 [2015-09-22]
  • 페미니즘이 비판하는 전통적인 성별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글쓴이의 행동을 옹호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역사학자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Natalie Zemon Davis)의 유명한 저서 『마르탱 게르의 귀향』에서 드러나듯이, ‘남자의 교활함과 간교함에 의해 쉽게 속아 넘어가는 여성의 연약함’은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천성으로 간주됐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성별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여성은 ‘미성년자’처럼 미숙하고 어리석은 존재이며, 따라서 남성에게 속아 넘어간 여성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즉 윗글에서 글쓴이의 남자친구는 ‘미성년자’처럼 판단력이 부족한 글쓴이를 속여 나쁜 길로 끌어들인 일방적인 가해자가 되는 것이지요.
  • hjh1984 [2015-09-22]
  • 하지만 글쓴이는 전통적인 성별 이데올로기를 거부한 인물이며, 자연히 그녀의 행동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그녀 자신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느 남녀와 마찬가지로, 글쓴이는 자발적인 의지(意志)에 따라 마약중독자이자 무직자인 남자친구와의 동거를 결정했습니다. 또한 마약에 손을 댄 것도 그녀의 자발적인 선택에 따른 것입니다. 글쓴이가 어엿한 성인(成人)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남자친구가 자신을 마약으로 ‘유인’했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즉 글쓴이의 행동을 변명하는 데에 페미니즘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그녀를 비판하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hjh1984 [2015-09-22]
  • 아울러 페미니스트들은 전통사회에서 남성은 여성에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예부터 남성 개인이 그가 속한 성(性)에 걸맞은 대접을 받는 것은 거기에 따른 책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경제적 측면에서 여성을 부양함은 물론, 도덕적 측면에서 여성의 교사(敎師)가 되어 그녀를 올바른 길로 이끌었을 때에야 남성으로서 대접받기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철저히 무능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타락한 글쓴이의 남자친구는 전통적인 성별 이데올로기에 비춰 봐도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더욱이 여성에게 남성으로서 대접받기를 기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정조(貞操)를 빼앗은 것은 전통적인 성별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重罪)이지요. 즉 글쓴이가 페미니즘을 내세워 그녀의 행동을 변명할 수 없듯이, 남자친구의 행동을 비난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끌어들이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 hjh1984 [2015-09-22]
  • 요컨대 글쓴이의 인생이 망가진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끌어들이는 것은 글쓴이의 아전인수(我田引水)일 뿐입니다. 글쓴이는 부도덕한 사람을 곁에 둠으로써 스스로 인생을 망가뜨린 것이며, 이는 그녀의 성별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자연히 이는 ‘여성문제’와도 무관합니다. 글쓴이의 태도는 마치 ‘꽃뱀’의 농간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뒤, 자신이 ‘남성’이기 때문에 이런 피해를 입었노라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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