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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회]팽목항에 갔다
    조윤주, 김우 / 2014-07-08 12:58:57
  • 방파제에 가족과 친구들이 올려놓은 물건들이 있다. 희생자가 좋아했던 혹은 좋아할 거라 여기는 과자와 음료다. 평소에 즐겨 쳤을 기타도 있다. 아디다스 검은색 위아래 운동복 위에 검은색 운동화 한 짝. ‘이젠 집에 가자.’ 아들의 시신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이 읽힌다.

    생전에 아이가 신고 싶어 했고, 입고 싶어 했나 보다. 가난한 부모는 적지 않은 금액에 쉬 사줄 수 없었나 보다. 8만 5천 원이라는 금액이 붙어있는 윗도리는 110호. 살아있다면 그 옷을 입을 아이는 그쯤 되는 체구인가 보다.

     

                                                                                   ▲기다림의 운동화
     

    “가난해서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한 아빠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물에 잠기기 전 한 아이가 남긴 마지막 음성메시지는 “엄마, 아빠 미안해. 엄마, 아빠 사랑해. 엄마, 아빠 진짜 진짜 미안해.”였다.

    얼마나 죄를 지었다고… 아이는 죽기 직전 미안하다며 운다. 얼마나 잘못 살았다고… 부모는 죽은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운다. 나도 눈물 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정작 미안해해야 할 사람만 미안해하지 않는다. 담화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되 줌 기법을 사용해 클로즈업의 장면으로 감정이입을 강요한다. 누군가는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담화문 발표 바로 다음날 유가족들에게 사전 동의 없이 사복경찰을 뒤따르게 한 게 발각되었다. 정말 미안한 걸까. 정말 미안하다면 ‘우리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펼침막 내건 밀양의 할매와 할배에게 커터기를 들이대며 끌어내 패대기치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 때는 16명의 수중 구조대를 투입한 정부가 밀양의 어르신들이 지키는 움막을 허는 때는 경찰 2,500여 명을 동원하는 군사작전을 불사했다.

    운이 좋아 객실 밖에 있던 사람과 제힘으로 탈출한 사람 외 세월호에서 구조는 단 한 명도 하지 않았던 정부가 밀양에선 재빠르게 폭력으로 수십 명을 들어내 병원으로 후송시켰다.

    국민은 생명을 잃었다. 정부는 무엇을 잃었을까. 지방선거를 거치면서도 그 건재함을 인정받았다.

    부모는 세월호 사건으로 죽은 아이를 가슴에 묻었고, 정부는 세월호 사건에 간첩조작 사건을 묻었다. 공판에 직접 참여한 검사 두 명은 정직 1개월을 받았다. 직속상관인 부장검사는 감봉 3개월을 받았고, 지휘 선상에 있는 차장검사는 징계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세월호를 거치며 우리의 놀라운 안전 수준을 보았다. 헌데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인 30년을 넘겨 7년째 가동 중이다. 역시 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는 비공개로 수명연장 심사가 시행 중이란다. 의료 민영화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고 철도 민영화도 차질 없이 순서를 밟고 있다.

    생명보다 돈이 먼저인 세상은 끄떡없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은 바람 앞의 등불로 흔들리고 있다.

     

                                                                         ▲안개에 싸여있는 진도 VTS
     

    한밤중에 팽목항에서 진도 VTS까지 걸어갔다. 안개속에 서 있는 건물은 바로 진상이 밝혀진 게 하나 없는 오리무중 세월호 사건과 닮았다. 밝혀진 건 하나도 없는데, 해결된 건 하나도 없는데, 대책을 마련한 건 하나도 없는데, 이제 시작일 뿐인데, 정부는 잊으라 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라고 한다.

    이제 그 명령을 되새기며 내 일상에서 내 몫을 하려 한다. 지역에서 광장에서 내 할 일을 찾아서 하려 한다. 온몸으로 구해달라고, 살려달라고 외치다 망가진 손톱의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들. 끝까지 밝혀주겠다는 다짐,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손을 이제라도 잡아주는 일, 그 손을 놓지 않는 일이라 생각한다. 팽목항의 안개를 걷어내는 일은 자연의 바람이 아닌 우리의 바람으로, 우리의 손으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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