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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회]과거의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의 미래를 보다
    진성일 / 2014-06-19 10:51:10
  •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규모 9.0의 강진으로 인해 쓰나미(つなみ, 지진해일을 뜻한다)가 인근 후쿠시마 원전을 덮치면서 생겨난 사고다. 가동 중이던 원자로의 발전기가 침수 당하고 냉각장치 이상으로 원자로가 가열되기 시작한다. 일본 정부는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원전 20Km이내의 주민 20만 명이 이동이 시작됐다. 쓰나미가 원전을 덮친 지 3일 후 3호기와 2호기가 차례로 폭발한다. 사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에 가깝다. 워낙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쓰나미가 원전을 덮쳤으니 말이다.

     

    문제는 사건 발생 이후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7등급으로 방사선 대량유출 사고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에 대한 심각성이나 안전문제를 감추거나 교묘하게 넘어가고 있다. 집집마다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는 기구들이 하나씩 있을 정도로 후쿠시마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다. 정부의 발표 자료도 의심스럽다.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는 사건 발생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업영화 채널인 헐리우드에는 재난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거대한 스케일로 재난 장면을 연출하는 데 힘쓴다. 자본과 기술이 뒷받침 해주는 그런 재난 영화들은 마치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준다. 영화 ‘더 임파서블’ 역시 2004년 타이, 스리랑카, 몰디브, 인도네시아 등을 덮쳐 15만 명 이상의 피해자를 낸 인도양 쓰나미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재난 영화와는 다른 점은 재난에 초점을 맞춰 ‘왜’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재난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쓰나미 장면도 최소 분량으로 CG없이 촬영했다. 대신 클로즈업하는 것은 물살에 휩쓸리면서 생긴 다리의 상처들이다. 가족애(愛)로 마무리 되는 엔딩은 아쉽지만, 재난을 멀리서 감상하지 않고 그 속에서 함께 하는 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비교적 짧은 런닝타임(69분)인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는 원전 사고에 대한 진실과 어두운 미래를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17명 일본주민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까지 가게 되었는지, 거기서 보고 들은 것이 무엇인지 그들과 함께했던 동행의 기록이다. 26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폐허의 모습 그대로 방치된 체르노빌을 보면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현실과 불안한 미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직도 일부에선 기준치보다 300배 이상의 방사선량이 검출되는 땅을 보며 놀란다. 뿐만이 아니라 체르노빌에서 반경 100Km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먹거리를 안심할 수 없음에 더욱 암울해진다. 피폭 피해는 당대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손자들에게도 되물림 되어 육체적인 고통으로 끊임없이 전해진다.

     

                                                                      ▲‘후쿠시마의 미래’의 한 장면

     

    앞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쓰나미로 인해 자연재해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건 거짓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명 피해사례들, 버려진 도시들, 회복되지 않는 자연들은 모두 사람이 저지른 잘못이다. 쓰나미가 아무리 거대한들 지나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원전사고는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사람의 몸속에, 도시 속에, 그리고 망가진 자연 속에 고스란히 상처로 남아있다. 아물지 않는 상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맹신과 자만이 만들어낸 인재다. 일본에서는 원전을 ‘화장실 없는 멘션’이라고 부른다. 멘션은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주거 유형 중의 하나다. 기존의 연립주택을 고급화하고 차별화하면서 갖다 붙인 다른 이름이다. 겉에서 보면 엄청 멋있고 깨끗한 생활모습, 세련된 주거공간처럼 보이지만, 아뿔싸, 화장실이 없다. 오물은 방구석을 넘쳐나고 언제 창문을 타고 똥덩어리가 새어 나갈지 모른다. 이게 오늘날의 원전의 현주소인 셈이다.

     

                                                                         ▲‘후쿠시마의 미래’의 한 장면

     

    직접적인 상처도 아프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차별이다. 체르노빌 사고로 강제 이주 당했던 주민들은 정부가 만들어준 거주 장소에서 맘 편하게 살지 못 한다. 원주민들은 강제 이주당한 사고지역 주민들에게 배타적이다. 큰 틀에서는 협조한다 하더라도 막상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소외로 인해 이주당한 주민들은 몸에 상처만큼이나 아픈 눈물을 흘린다. 영화 속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후쿠시마 지역의 사람들을 이주 지역 원주민들이 따뜻하게 반겨주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지역 산모들은 오히려 부모들로부터 낙태를 권고 받는다. 영화는 묻고 있다. 어떤 사건을 어떻게 나의 문제, 내 이웃의 문제로 볼 것인가. 또 내 이웃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는 후쿠시마의 문제를, 아니 더 가까운 밀양의 문제를 어떻게 우리의 문제 생각할 수 있을까? 고리 원전이 제대로 폭발해야 그제야 이들 17명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p.s. : 영화 CD를 꺼내기 전에 한 가지 고백할 게 있다. 후쿠시마 원전을 다룬 영화를 봤는데, 우습게도 성우가 영화를 망쳤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방송에서 익히 들은 성우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들으니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KBS 방송느낌이 들어 집중 할 수가 없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성우는 그것이 갖는 현장성을 떨어뜨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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