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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9회]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하루 중 아침이 유일하다
    정상오 / 2014-06-19 08:17:46
  • 반야아빠는 요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회사에 건축을 의뢰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덕분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하루 중 아침이 유일하다. 요즘은 토요일, 일요일도 부지런히 출장을 가게 되면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작아지고 있다. 그래도 자는 아이를 깨워서 밥을 먹이고 유치원에 보내는 일은 내 몫이다. 덕분에 아이와 놀 시간이 생긴다. 부부는 아이를 돌보는데 있어서 역할 나눔이 필요하다.

     

    반야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한다. “반야야 일어나서 유치원 갈 준비하자” 아이는 요즘 들어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때문에 아침잠도 많아지고 있다. 아이는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는 아이를 두고서 “일어나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깨우려고 노력 할수록 아이와 아빠는 다툼의 회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신 전략을 바꾼다. 반야가 일찍 자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이가 일찍 잠에 들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일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일어나면 세수를 시킨다. 보통은 반야 혼자서 세수를 하는데 가끔 아빠에게 해달라고 한다. “아빠 세수 시켜줘” 이럴 때 아빠 바쁘니까 혼자 하라고 하면 제일 바보 같은 짓이다. 아주 흔쾌히 “좋았어 아빠가 세수 시켜줄게” 이렇게 하면 아이도 눈망울이 반짝인다. 아이의 요구에 반응하는 아빠를 반야는 좋아한다. 그리고 나도 가볍게 세수를 시킨다. “반야야 아빠가 반야 업고 세수 시켜줄까?” 아이는 아빠가 업고 세수 시켜주는 것을 즐거워한다. 방법은 이렇다. 인도 아저씨들처럼 반야를 허리에 업는다. 그리고 옆으로 뉘여서 세수를 시킨다. 아이는 어느새 어린이가 되어 무겁다.

     

    아기 때부터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 주면서 아빠는 아이의 성장을 느끼게 된다. 일주일에 몇 번에 똥을 싸고 난 아이의 똥고를 물로 닦아 준다. 아직 반야가 어려서 똥고를 아빠가 닦아 줄 수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의 똥고를 직접 닦아 줄 수 있는 지금이 참 소중하다.” 육아를 전담 할 때도 그렇고, 유치원에 보내고 일터로 향하는 지금도 그렇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참 감사하고 소중하다. 나의 엄마 아빠도 이렇게 내 똥고를 닦아 주시고 수건으로 닦아 주셨음을 알게 된다. 사실 하나도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세수시키고 밥 먹이고, 씻겨주던 우리 부모님의 손길을 기억하지 못한다. 반야도 기억을 못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억을 한다. 반야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을 모두 기억을 하고 있다. 이건 참 다른 의미가 있다. 그래서 남편들도 아이와의 추억을 많이 가지라고 하고 싶다.  

     

                                                       ▲제철에 먹는 딸기. 텃밭에서 딴 딸기 인심이 후했던 계절입니다.
                                                     반야는 매일 딸기를 따서 주스도 해먹고 아이스크림도 해먹었습니다.

     

    나에겐 아침시간이 바쁘다. 유치원차가 도착하는 8시 45분까지 아이를 깨우고 세수시키고 옷 입히고, 도시락 가방을 챙겨야 한다. 아침밥을 먹고, 책도 2권정도 읽어 준다. 난 여전히 욕심쟁이 아빠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아이는 아침밥을 먹으면서 아빠에게 한 번 더 읽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평균 2권의 책을 읽게 된다. 요즘 아이는 아침밥을 잘 안 먹고 유치원에 간다.

    “반야야 오늘도 아침 안 먹고 유치원 가면 안 돼요. 아침 다 먹고 가요”

    “아빠가 책을 읽어 주니까 밥 먹을 시간이 없잖아! 아빠 자꾸 그럴 거야”

    순간 아차 싶었다. 맞다. 반야가 밥을 먹는 시간에 책을 읽어주니 집중력이 좋은 아이가 책에 집중하느라 밥을 안 먹고 숟가락만 들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는 그것도 살피지 못하고 밥을 빨리 먹으라고 보채기만 했다. 그래서 요즘은 고민이다. 밥 먹는 동안은 책을 읽어 주지 말아야 할지, 그래도 밥도 먹이고 책도 읽어 주어야 할지 연구 중이다. 아빠가 되면 별것을 다 가지고 연구를 하게 된다.

     

    반야의 유치원 가방에는 도시락통, 물통, 음료수, 수첩, 준비물이 들어간다. 가끔 아이의 준비물을 빼먹고 안 보낼 때가 있다. 그래도 아이는 성격이 좋다. “아빠 오늘 선생님이 가져오라고 한 준비물 안 가져갔어” “그래 반야야 미안해 아빠가 준비물을 챙겨야 하는데 못 챙겼어 다음에는 잘 챙겨줄게” 오늘은 반야가 만든 종이 지갑에 천 원짜리 3장을 넣어 주었다. 내일 마트놀이를 하러 갈 때 사용할 돈이다. 지갑에 3천원을 넣어 유치원에 보내라고 한다.

    “반야야 지갑 어디에 있지 아빠가 돈 넣어 둘게” 반야는 자기 만든 색종이 지갑을 가져온다. 하트 스티커도 붙어있고 그림도 그려진 파란 색종이 지갑이다. “아빠 여기에 넣어줘” “그래 아빠가 넣어줄게”

     

    건축 일을 하면서 하루 중 유일하게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 가끔 아이와 실랑이도 하지만 그것도 행복한 일임이 분명하다. 반야 아빠는 아이의 손을 잡고 마을길을 걸어간다. 여름이 오면서 아침 8시 45분의 햇살도 따갑다.  

     

                                                       ▲나도 건축가. 아빠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반야입니다.
                                         색에 대한 자유로움이 있는 반야의 건축그림을 보고 아빠가 한 수 배웁니다.

    “아빠”

    “응”

    “오늘은 몇 시에 와”

    “응 오늘은 아빠가 출장을 가야 해서 반야 자고 있을 때 올 거야”

    “아빠는 매일 늦게까지 일해서 힘들겠다.”

    “아냐 아빠는 일하는 게 재미있어”

    “아빠 내가 다음에 아빠한테 샐러드 해줄게”

    “우와 맛있겠다. 무슨 샐러드”

    “응 장미꽃잎 넣고, 딸기 넣고 해서 샐러드 해줄게”

    “우와 정말 기대된다. 그렇게 해줘”

    “응”

    “반야야 오늘 재미있게 놀아, 공부는 천천히 해도 돼, 재미있게 친구들이랑 놀아” 아이가 탄 유치원 버스가 마을을 벗어날 때까지 차를 지켜본다. 아빠는 반야에게 손을 흔든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하루 중에 한 번 규칙적으로 아이와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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