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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8회]‘엄마 놀이터’에서 아빠 육아 강의를 했다.
    정상오 / 2014-05-22 12:55:24
  • 지난 4월에는 엄마들의 육아모임인 ‘엄마 놀이터’에 초청?을 받아 다녀왔다. 강의 제안을 받은 것이다. “세상에 내가 엄마들 앞에서 강의를? 내가? 왜? 하필 나지?” 하지만 “엄마들에게 아빠 육아 이야기를 해달라고! 음 좋았어! 하고 싶은 말이 있기는 있지” 하며 흔쾌히 수락을 했다.

    ‘엄마 놀이터’에 가보니 나 말고도 두 명의 아빠가 더 나왔다. 이 날 난 아빠육아를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육아를 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어려움이 있고, 아빠육아라서 겪는 어려움이 특별히 더 있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몇 가지 적어 보려고 한다.

     

    육아를 하는 엄마 아빠의 공통적인 어려움은

     

    1. 배우자가 출근하고 아이와 단 둘만 남는 세상에서 겪는 외로움 비슷한 감정.

    2. 어린 아이도 돌 볼 줄 모르는 나를 만날 때 우울해지는 감정

    3. 아이와 싸우고 있는 나를 보며 내가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

    4. 배우자와 단 둘이 육아를 책임지는 분위기

    5. 아파트라는 갇힌 주거공간에서 느끼는 독방육아

     

    아빠육아라서 겪는 특별한 어려움은

     

    1. 아빠는 젖이 없다. 아빠는 힘만 있지 아이를 달래는 강력한 젖은 없다.

    2. 육아만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사노동까지 덤으로 올 줄은 몰랐다.

    3. 밥하고 빨래하고 반찬 준비하는 일이 어렵다.

    4. 동변상련의 아빠육아를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번호를 붙여서 육아의 어려움을 몇 가지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다. 그렇지만 대체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빠들은 육아만 할 줄 알았는데 가사노동까지 덤으로 온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나도 가사노동까지 전담하면서 아내에 대한 불만이 많았었다. 그날 참여한 엄마들이 올린 글을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 아래 글은 엄마놀이터를 운영하는 해인이 엄마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육아아빠들과 이야기 축제를 벌였던, 마마테이블!

    아빠들이 육아를 하며서 울고 웃었던 얘기들을 들으면서

    같이 웃고 맞장구치며 가슴 뭉클하기도 했었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다함께 사진을 찍었다.

     

    반야아빠의 이야기

     

    반야는 아빠를 엄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게 미안해요.

    어느 날 반야는 "아빠! 아빠가 없을 때는 엄마가 아빠고, 엄마가 없을 때는 아빠가 엄마야." 라고 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저려서 울었어요.(모두들 울컥!)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아빠는 아무리 잘해도 엄마를 대신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엄마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존재로 완벽하거든요.

    대신 아빠가 딱 3개월만이라도 육아를 해 보면 좋겠어요.

    저는 3년 육아를 하면서 여성을 이해하고, 엄마를 이해하고, 아이를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아이와 친해진 것이 가장 갚진 소득이 되었고요. 

     

                                   ▲아빠들의 경험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낮선 아줌마 아저씨들이 수다의 시간이 되었다.
                                             육아라는 주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마음을 살펴주는 시간이었다.

     

    예경아빠의 이야기

     

    육아하는 아빠들이 갈 곳이 없어요.

    함께 어울려 수다 떨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되면 좋을 듯해요.

    엄마들은 절대 무리에 끼워주지 않구요,

    그나마 할머니들이 곁을 주시는 것 같아요.(다같이 웃음)

    육아하는 아빠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 힘들 때가 있어요.

    '엄마가 돈을 더 잘 버니까 아빠가 애를 보나보다'...란 심리를 읽을 수 있거든요.

    외출할 때마다 "엄마는 어디갔어? " 란 질문을 반복해서 들을 때면 속이 상해요.

    한편 아이가 둘이라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까 아내의 퇴근 시간만 체크하게 되어요.

    올 때가 됐는데 늦으면 스트레스가 되구요.

    엄마놀이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반찬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애기들 반찬 만들려면 정말 고민 많고 힘들어요.(다 같이 웃음)

    믿고 먹일 수 있는 식사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반찬도 싸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은규 아빠 이야기

     

    육아하면 아이만 보면 될 줄 알았는데 실상 가사 일까지 포함 되었어요.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과 줄어들 지 않은 일들을 하다 보니 점점 짜증이 늘어나면서

    아내에게 자꾸 화를 내게 되더라구요.

    짜증이 난다는 걸 알겠는데도 컨트롤이 되지 않았어요. (다들 공감)

    이것이 육아우울증이라고 하더라구요.

    빨리 아내가 돌아와서 은규로부터 자유롭고 싶고, 어떨 때는 맡기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생겨요.

    또한 육아나 가사를 전담하는 여성들에게 많이 생긴다는 '건초염'이 제 왼손에 와서 더욱 힘이 들었어요.

    육아를 하면서 친구 만나기도 쉽지 않게 되자 점점 '독방육아'를 하게 되었는데,

    엄마놀이터가 수원에도 생겨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육아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밖에도 여러 가지 얘기들이 오고 갔고, 참가자들의 소감나누기도 이어졌습니다.

    육아하면서 대화가 끊어져버린 부부사이!

    엄마아빠가 함께 들으면서 서로의 처지와 상황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란 아쉬움도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육아란? 아이가 중심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 가족이 중심이어야 한다. 특히 엄마가 행복한 육아가 되어야 함을 다함께 공감했어요.

    ..................

     

    반야 덕분에 나는 참 많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아빠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추억보다 훨씬 더 많다. 아이와 함께 했기에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재산이다.

    6살이 된 반야와 아빠는 친하다. 당연히 친근할 수밖에 없다. 아기 때부터 함께 공유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엄마만큼 아빠가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많이 없다. 하지만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연습은 충분히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만족한다. 예경이 아빠, 은규 아빠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엄마보다 잘 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아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마을회관에서 언니가 해준 붙임머리를 보여주며 재미있어하고 있다. 
                                                      단발머리 반야가 언니의 미용솜씨 덕분에 긴머리 반야가 되었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요즘 바쁘게 뛰어 다닌다. 서로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모여 다닌다. “삼촌 우리 집 문을 열면 반야네 집이면 좋겠다.”, “아빠 언니네 집이 너무 멀어” 그런 아이들을 보면 고맙기 만하다.

     

    가정(家庭)이라는 글자가 있다. 집과 뜰이라는 조합어다.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니

    ‘가정(家庭)은 생활을 함께 하는 부부, 부모, 자녀 등 가족의 성원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뜻한다. 또한 가족 간에 생활을 공유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가정은 주거를 기반으로 하며, 개개의 가정은 각각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라고 되어 있다.

    가정생활이라고 하면 집과 뜰의 생활이라고 풀어서 쓸 수 있다. 요즘은 이 글자가 이해가 된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삼촌 이모, 마을이라는 집과 뜰에서 자라고 있다.

    독방육아가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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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덧글(6)

  • hjh1984 [2015-11-04]
  • 가사 및 육아와 관련해 아버지는 어머니만큼 완벽할 수 없다는 말은 가족부양 등 가장(家長) 노릇과 관련해 어머니는 아버지만큼 완벽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전통적인 성(性)역할 분담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들이 흔히 내세우는 주장이지요. 물론 지난번 말씀하신 것처럼 남성에게는 유방(乳房)이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거나, 여성은 남성보다 체력이 약해 직장에서의 과중한 업무를 견뎌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보수주의자들의 이런 주장은 제법 일리 있게 들립니다.
  • hjh1984 [2015-11-04]
  • 하지만 선생님께서 성해방에 뜻을 두고 계시다면 이런 주장에 섣불리 동조하시는 것은 바람직한 처사가 아닙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의 힘으로 인간의 육체적인 한계를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예로 드신 수유(授乳)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남성도 수유기 등 다양한 육아용품을 사용해 얼마든지 자녀에게 젖을 먹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성에게 유방이 없다는 것은 무시해도 좋을 사소한 불편에 불과하지요.
  • hjh1984 [2015-11-04]
  • 물론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인 경험을 내세워 제 주장에 한사코 반대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주장대로라면, 전통적인 성역할과 관련해 남녀 모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변화란 고작 다른 성(性)의 전통적인 성역할을 한시적으로 ‘돕는’ 수준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남녀 어느 쪽의 입장에서 봐도 이 정도의 변화는 성해방이라 말하기에 너무도 미흡한 것입니다. 고작 다른 성의 전통적인 성역할을 한시적으로 ‘돕는’ 게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성해방의 의미라면, 이곳 필진들을 비롯해 전통적인 성역할의 타파를 주장해온 젠더(gender) 연구자들은 맥이 빠지게 될 것입니다.
  • hjh1984 [2015-11-04]
  • 또한 어머니가 돈을 더 잘 벌기 때문에 아버지가 가사 및 육아를 도맡는 것 같다는 수군거림을 듣고 불쾌하셨다는 예경아빠님의 말씀도 성해방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발언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한 전통적인 남녀관계의 상호적이고 쌍무적인 성격을 생각할 때, 어머니가 돈을 더 잘 벌기 때문에 아버지가 가사 및 육아를 도맡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 hjh1984 [2015-11-04]
  • 설마 예경아빠님께서는 당신께서 부인보다 집안일에 더 능숙하시면서, 동시에 돈도 더 잘 버는 사람으로 비춰지기를 원하신 것일까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슈퍼맨’ 또는 ‘슈퍼우먼’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아내 대신 집안일을 도맡는 남성 전업주부가 경제력과 관련해 여느 남성과 똑같은 책임을 부담하기를 원하는 것은 남편 대신 가족을 먹여 살리는 여성 가장이 집안일과 관련해 여느 여성과 똑같은 책임을 부담하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편으로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호된 비판을 가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모습이지요. 왜냐하면 스스로 ‘슈퍼맨’ 또는 ‘슈퍼우먼’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모습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남녀구성원들도 이중 부담을 감수하게끔 무언(無言)의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hjh1984 [2015-11-04]
  • 남편이 아내보다 돈을 더 잘 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예경아빠님의 사고(思考)야말로 남성에게 ‘슈퍼맨’의 모습을 요구하는 구태의연한 성별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며, 이는 예경아빠님께서 성해방과 관련해 아직 의식이 충분히 깨이지 못하셨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남성이 이를 부끄러워하도록 몰고 가는 거대한 사회문화 구조에 있지만, 진정한 성해방을 위해서는 예경아빠님 같은 남성들도 구태의연한 성별 이데올로기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아울러 선생님께서도 소위 페미니즘 저널의 필진이시라면 이와 관련해 보다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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