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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회]멀리멀리 날아가서 다 버리고 오기.
    조윤주, 김우 / 2014-04-30 01:07:30
  • 뜬금없는 그 여행, 이미 오래 전부터 가고 싶던 여행.

     

    벌써 오래전인 듯 아득하다.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나조차 벌써 잊은 듯하다. 무엇을 위한 여행이었을까. 이렇게 다 지나고 나서야 내 여행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열심히 찍어온 사진을 뒤적거려 본다. 떠날 때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리하였는데, 정작 그곳에 있을 때에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었는데, 다녀와서 생각해 보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나는 하나라도 잊혀 질까 카메라 속에 가득가득 담아왔건만, 내 머리는 벌써 모두 잊어버리고 단 하나의 선명한 그 장면만을 기억하려 한다. 떠나기 전의 내 모습도 거기에 모두 벗어놓고 왔는지, 그 때의 나와 오늘의 내가 약간은 달라져 있다.

     

    그 많았던 피곤과 스트레스를 다 잊고 좋았던 장면만 기억하려 하다니! 이래서 또 떠나고 싶어지나 보다.

    그래서 엄청난 삽질 스토리는 과감히 생략하기로 한다.

     

     
           
      
       ▲ 절대 잊을 수 없는 해변의 풍경들.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준비된 듯, 영화와 같은 장면들.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굴뚝같았지만, 정말은 한 번도 날아가 본 적이 없다. 나 혼자 훌쩍 떠나는 여행. 그것이 내 버킷리스트 중에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다. 못난 소심증 때문에 여태 운전면허도 따지 못하고, 혼자 훌쩍 여행 떠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남들은 내가 아주 대범해서 어디든 훨훨 잘 날아다닐 것 같단다. 아니, 나는. 내 속에는 커다란 소심 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어서 정말 꼴 보기 싫도록 늘어져 있다.

     

    이번 여행은, 정말 뜬금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 앉아 티켓을 끊으면서 시작되었다. 느리의 부추김은 정말 고맙게도 내 안에 있는 커다란 소심덩어리를 밀어내고,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던 용기를 끌어내줬다. 그리고는 남편의 눈총을 받으며, 공방 식구들과 아이들에게도 미안해하며 부랴부랴 짐을 쌌다. 차마 혼자 떠날 용기가 없어 느리를 대동하여, 더 모험 넘치는 여행을 하지도 못하고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아톰에게 기대어 첫 해외여행을 준비했다. 다음에는 꼭, 혼자서 더 모험 넘치는 여행을 떠나고야 말거라는 기약 없는 다짐도 해 본다.

     

    그리고는 정말 언젠가는 떠나고 말리라던 낡고 낡은 그 다짐을 떠올리며, 별 것 아닌 여행을 하는데 이렇게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인가 새삼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실은 여행지가 어디라도 좋았던 것이다. 그저, 나 혼자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던 것임을 그제야 깨닫는다.

     

    하려던 일 중에 없던 것을 해도 좋아.

     

    2014년이 시작되던 날, 나는 다이어리를 바꾸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써 내려갔다.

    1. 가벼워지기, 그러니까 건강해지기.

    2. 기타 치며 노래하기.

    3. 십년 넘게 찍어 온 내 사진 정리하기.

    4. 운전면허 따기, 그리고 어디든 혼자 떠나기.

     

    요 몇 년간 늘 피곤해 절어 있고, 아무것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도 전혀 없었다. 그저 해야지, 하는 그 생각만으로 꾸물꾸물 기어 다니고 있었다. 달라져야지 다짐하며 시작한 글도 전혀 쓸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고, 사는 의미도 무색해지고 말았다. 누군가 내게 싸움을 걸어온대도, 그것에 싸워 이길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내켜야 일하는 내 삶의 철칙이 무너지고 있었다. 전혀, 아무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서른의 마지막 해를 시작하며 무의식적으로 써내려간 버킷리스트를 나는 내내 마음에 담고 있었다. 그것이 늘 내가 하고 싶던 것인가. 그렇다면 이 리스트에 없는 내 가정, 내 일터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질문에는 해답이 있을 것인가. 마흔이 시작되면 뭔가 좀 더 명확해 질 수 있으려나.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건가.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괜스레 머리만 복잡했다. 그래서 에라, 선택한 여행이었나 보다. 실은 여행 따위, 떠날 시간도 돈도 마음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우연한 그 여행이, 내게 나와 마주 설 기회를 주었다. 갑자기,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 없는 나는 그렇게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철썩! 파도가 내 발을 때릴 때, 문득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씩 하나씩 현실에 옮기는 중.

     

    연초부터 기타 동아리에 들어서 뚱땅뚱땅 서투른 기타를 치고 있다. 십년 전에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접어 두고 열심히 뚱땅거려 본다. 어렵다. 갈 길이 멀다.

     

    그러다 리스트 맨 마지막에 적혀있던 ‘여행‘ 이것 먼저 하기로 하고 훌쩍 떠났다. (‘훌쩍 떠나다’ 이 말은 평생 나를 설레게 한다. 한 번도 해 보지 못하고 동경만 하던 이 문장을 비로소 실천한다.) 지구 반 바퀴까지도 못 갔지만, 최대한 멀리멀리 날아가서 내게 묻은 귀찮음 병과 우울을 조금 털어내고 왔다.

     

    하지만, 여행 끝에는 허무가 찾아오는 것 같다. 내내 견뎌온 피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여행의 즐거움을 토해낼 겨를도 없이 바닥난 체력과 싸웠고, 정리되지 않은 내 머릿속은 전쟁터였다. 그냥, 일단 자는 것이 최선이었다. 3월 한 달을 병원을 오가며 지냈다. 봄은 왜 아직도 오지 않았는지, 바람 끝이 차가워서 어깨를 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니 조금씩 일상이 즐거워지는 듯하다. 지금 이렇게 아득한 여행을 하나하나 꺼내서 곱씹어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행 덕분에 당분간 힘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 때다 싶어 20년 묵혀온 운전면허 따기에도 도전했다. 속된 말로 ‘약발’ 떨어질 때 까지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좀 가벼워질 일만 남았다. 꼭 건강해져서, 마음이 조금만 더 즐거워져서 40대를 맞이하리라!

    아님 말고.

     

    잊지 못할 그 밤. 왜 거기에 가야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 밤, 바다 속으로 들어가던 붉디붉은 해.

    하늘을 나는 사람들.

    쌩~ 하니 달리는 ‘오빠 달려‘ 모터보트.

    또 어디론가 떠나가는 비행기.

    아빠와 함께 즐거운 어느 아이의 웃음소리.

    말없이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함께 바라보는 연인들.

    마치 우리를 위해 연주하는 듯 부드러운 기타와 노래 소리.

    예쁜 색깔로 유혹하는 칵테일.

    해변의 파도 소리.

    도도한 걸음걸이의 고양이.

    ……

     

    그 해변의 하나하나 잊을 수 없어, 너무 행복해서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작은 파티를 열었다.

    한국에서라면 너무 비싸서 엄두도 안날 열대과일들과, 완전 저렴한 술들에 환호하며 더욱 기분 좋아진 우리는 한껏 들떠서 연신 맥주를 들이켰다.

    저녁노을에 얼굴이 붉어진 줄 알았더니 술과 흥분으로 붉어진 얼굴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오늘만 같아라. 제발! 

     

     ▲피곤해 죽겠는데도 차마 잠자리에 들지 못했던 우리들만의 파티. 열대과일과 맥주로 호사를 누렸다.

       

    Thanks to.

     

    우연한 여행을 부추겨준 느리에게 감사를.

    편안한 잠자리와 따듯한 환대를 준 아톰에게 감사를.

    이 모든 것을 즐겁게 만들어 준 내 우연한 여행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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