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단이프
  • 이프북스
  • 대표 유숙열
  • 사업자번호 782-63-00276
  • 서울 은평구 연서로71
  • 살림이5층
  • 팩스fax : 02-3157-1508
  • E-mail :
  • ifbooks@naver.com
  • Copy Right ifbooks
  • All Right Reserved
  • HOME > IF NEWS > 문화/생활
  • [38회]좋은 집은 어우러질 때 드러난다
    진성일 / 2014-04-14 06:21:50
  • 지금 있는 회사의 모토(motto)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과 마을과 도시를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이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좇다보면 일은 급하게 진행되고, 그 과정 속에서 집에 들어가 살 사람들은 소외된다. 워낙 토지비용의 부담이 커서 서둘러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공사기간은 단축되고, 고민은 되 메우는 흙 속에 묻혀버린다. 입주민을 위해 열심히 집을 계획하고 있지만 한쪽에선 씁쓸함을 맛보고 있는 요즘이었다. 일본 나라(奈良)시 아오야마(青山)에 있는 협동조합주택(コーポラティブ住宅)은 그러한 때에 많은 가능성을 던져준 좋은 사례다. 지난 5일 이곳을 다녀왔다.

     

    아오야마 협동조합주택

     

    그곳을 방문한 날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고, 입주한 지 10년이 지난 마을의 모습은 내리는 봄비에 더욱 차분한 모습이었다. 실제 이곳의 입주민인 시모야마 사토루(下山 聰)씨가 투명 비닐로 된 작은 우산을 쓰고 우리를 맞이했다. 간단하게 아오야마 협동조합주택을 설명하자면 파지사유의 30배 정도 되는 1,250평 규모의 대지에 단독주택 10개 동으로 이뤄졌다. 시모야마씨가 2002년 땅을 보고 재밌는 집짓기를 상상하며 입주민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2005년 입주하였다. 땅을 보고 집에 들어가 사는 데 3년 정도 걸린 셈이다.

     

    처음부터 ‘협동조합 주택’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다. 당초 자연이 풍부한 사면지에 단독으로 슬로라이프(slow life)적인 집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판매조건이 부지 전체의 일괄구입이었기 때문에 복수의 주민을 모집해서 공동구입을 검토했다. 이 재미있는 부지에 사람이 모여서 만든다면, 몇 채의 주택을 무질서하게 짓는 게 아니라, 이 일각을 하나의 조화된 취락과 같이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모야마 사토루, Jutaku Kenchiku 2007년 3월호

     

     

    폼보드 위에 3X5 사이즈 사진을 인화해서 딱풀로 하나씩 하나씩 공사순서에 맞춰서 붙인 설명자료에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10년 동안 방문객을 위해 손때도 어지간히 탔다. 보통 집을 소개하는 매체들이 외관과 인테리어에 치중하는 반면 시모야마씨는 우리를 마을 공유지로 먼저 데리고 갔다. 바닥에 깔린 철도용 침목을 아주 싸게 구입했으며 입주민들이 직접 깔았다는 설명도 함께 들었다. 공유지에서는 각 집에 모두 시선이 닿게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 집과 집 사이에는 작은 소통길을 뒀다.

     

    외관이나 플랜·설비를 갖춘 단독으로 ‘만점짜리 주거’를 얻어도 근린 환경까지 포함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심이 되는 생활’을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0채가 스스로의 의사로 모여서 통상의 주택 건설의 몇 배나 되는 시간을 들였다는 점에서 우리들은 상징으로서의 공유지와, 그런 생활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된다. 공사의 장애가 되는 것을 알고서도 남긴 수목이나, 준공 후에 심은 식재(植栽)의 성장이 점차 개발 이전의 풍경으로 돌아간다. 10년 후가 기대된다. -시모야마 사토루, Jutaku Kenchiku 2007년 3월호  

     
     
     

    각 집의 배치도 수목의 보존을 우선 조건으로 반영했다.

     

    부지 중 에서 그나마 평탄한 곳에 마을 공유지를 두다보니 각자의 집들 앞마당은 대부분 경사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혹은 도로와 맞닿아 있다. 집을 배치할 때 이런 공유지의 공간에 대한 개념도 입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해 나갔다. 두 팀으로 나눠서 대지모형을 만들 때도 공통적으로 공유지에 대한 개념이 드러났다.

     

    이후 집을 배치할 때 또 한 가지 신경 쓴 것은 기존 수목들의 보존이었다. 보존해야 할 나무는 빨간 색으로, 보존 하되 조건 상 잡아도 될 나무는 파란 색으로, 공사 중 잡아야 할 나무들은 검정 색으로 주민들이 결정했다. 각 집의 배치도 수목의 보존을 우선 조건으로 반영했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수목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조합을 탈퇴하는 조합원도 있었고, 새로 합류한 세대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살고 있는 10가구가 처음부터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공통의 감각을 맞춰 나갔다는 게 흥미롭다. 이 문제 외에도 입주민들은 각각의 사안에 대해서 다수결이 아닌 전체 합의의 과정으로 결정해 나갔다. 그렇게 보존하고 새로 심은 나무들 덕분에 10년이 지난 지금, 시모야마씨가 기대했던 대로 원래 지형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돈으로 대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집터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은 시행사에게 맡겨두고 그들이 분양한 땅을 손쉽게 구매한다. 그러니 옹벽이나 주차문제, 이웃관계들의 고민은 녹아있지 못 한다. 그렇게 집터를 구매한 후, 대부분의 목조주택은 3~4개월만에 완공된다. 물론 일본에서도 아오야마 협동조합 주택의 사례는 거의 드물다. 오히려 손쉬운 주택구매를 위한 '마켓(market)'이 더 많이 형성되어 있다. 일본의 주택시장은 우리보다 10년은 앞서 있다. 우리의 주택문화가 10년 후, 일본의 주택구매 시장으로 흐를까? 아니면 아오야마 협동조합 주택과 같은 모습으로 나아갈까? 
     

    우리를 안내해 준 시모야마씨는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자신의 사무실(그는 토목 구조기술사다)도 별채를 지어 옮겼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10년이 지나도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오두막을 손수 하나 더 지었다. 내게도 올 연말이면 어쨌든 동천동 산자락에 집 하나를 지어 들어가 살 계획이 있다. 그 집도 협동조합 주택 방식으로 지어진다. 우리나라에선 아마 첫 사례일 듯하다. 돌아오는 길 시모야마씨처럼 집 옆의 사무실, 별채의 오두막을 꿈꿨다.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junk/140414_534ba728b61b2.jpg|75737|jpg|IMG_1045.JPG|#junk/140414_534ba72d2ab09.jpg|85605|jpg|IMG_1099.JPG|#junk/140414_534ba7333b09c.jpg|82586|jpg|IMG_1115.JPG|#junk/140414_534ba73a4220f.jpg|114031|jpg|IMG_1138.JPG|#junk/140414_534ba73f8659b.jpg|121602|jpg|IMG_1142.JPG|#junk/140414_534ba74408542.jpg|101160|jpg|IMG_1164.JPG|#@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덧글 작성하기 -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덧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