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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회]슝~ 다녀온 일주일
    조윤주, 김우 / 2014-03-17 06:59:45
  • 이프 웹진에 번갈아 글을 쓰고 있는 미지와 의논했다.

    “우리 원고료로 여행 가서 술 마시기로 했지. 15만 원씩 모였어. 이번에 어디로 갈까?”

    “글쎄….”

    “이왕이면 비행기를 타볼까? 저가항공도 많다는데. 제주도는 어떨까?”

    “이왕이면 아톰이 말레이시아에 있는데 거기로 가볼까?”

    이렇게 해서 애초 생각했던 예산의 열 배가 되는 경비를 작정하고 ‘이왕이면’ 말레이시아로 가게 되었다. 아톰은 미지가 아이 방과 후 에서 사귄 절친 동네 엄마다. 나는 아톰과는 한두 번 본 적이 있고, 한번 술자리를 한 적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뭐 어떠랴. 앞으로 친구 하면 되지.

     

    서로 바쁜 두 사람이 여행 출발일 전에 만난 건 30여 분.

    미지가 말레이시아에 가면 어디에 가고 싶은지 생각하라고 했다. 인터넷에 말레이시아 여행이라고 쳤다. 추천 여행지 사진이 떴다. 킬림생태공원이 맘에 들었다. 아톰이 있는 쿠알라룸푸르에 하루 이틀 묵은 뒤 다시 비행기를 타고 킬림생태공원이 있는 랑카위로 옮겨가기로 했다. 아톰네엔 뭘 선물로 사갈까 궁리했다. 나는 생협에서 김이며 말린 나물이며 과자, 라면류를 사기로 했다. 팩 소주나 불량식품은 미지가 맡기로 했다.

    이것으로 여행 준비 끝.

     

    월요일. 쿠알라룸푸르로

     

    현지에 가면 ‘가이드’ 아톰이 있고, 공부 좀 했다는 미지가 있으니 통역도 문제가 없을 테고. ‘빨래 끝~’을 외치던 광고처럼 아무 걱정 없이 홀가분해야 하는 데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한 주 동안 마을을 비우기 위해선 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울림두레생협, 성미산문화협동조합, 사람과마을, 성미산위원회,…. 활동하는 단위에서 처리하고 가야 할 일들이 많았다. 전날까지 해야지, 밤을 새워서 하고 비행기에서 자면서 가지 뭐, 오후 출발이니 아침에 조금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미루다 결국 노트북 무겁게 짊어지고 출발해야 했다.

     

    화요일. 현지인이 되어

     

    현지 의상을 샀다. 히잡도 사서 둘렀다. 점심을 먹으러 면 종류를 파는 곳으로 갔다. 고기가 들어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어서 이슬람교도는 출입이 어렵다고 했다. 히잡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그냥 둘렀을 뿐 이슬람교도가 아니라고 아톰이 해명해 주었다. 하지만 주인은 히잡을 쓴 여인네가 대낮에 맥주를 마시는 걸 보면서 상당히 난처해했다.

     

                                                                          ▲미지와 현지에서 옷을 사서 입고.
     
                                                                            ▲점심 먹으러 간 가게 앞에서.

     

    아톰의 추천으로 이슬람미술관과 국립 모스크에 갔다. 미술관의 4층 전시실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이제나저제나 사람들이 굶어 죽어도 부자와 왕족은 호의호식을 누리는구나 싶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나라 제일 장인들의 손끝은 부자와 왕가를 위해 복무하고 있구나 싶었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섬세한 그릇과 가구와 의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런 장신구로 위엄 갖추지 않고 ‘모든 이가 누리지 않는다면 나도 누리지 않겠소.’라는 실천으로 존경을 받았던 왕은 있었을까 없었을까.

     

                                                                  이슬람미술관에서 감쪽같은 현지인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써야 하는 곳, 국립 모스크에서.

     

    수요일. 강물과 반딧불이와 별과 나

     

    역시 아톰의 권유가 있어 KLCC,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바투 동굴에 다녀왔다. 어제는 이슬람이었다면 오늘은 힌두. 동굴에서 닭, 원숭이, 비둘기가 서로 평화로운 게 인상에 남았다. 사람이 바로 옆으로 걸어가도 도망치지 않는, 익숙한 태평함이 있었다.

    저녁엔 기대하던 반딧불이 공원에 갔다. 하늘엔 별, 땅에는 반딧불이가 있었다. ‘삐이걱’ 나무배 흔들리는 소리, 노 젓는 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나무에 꼬마전구를 감아놓은 듯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보았다. 운치. 있었다.

     

    목요일. 랑카위에서 ‘슈가’ 시간을

     

    랑카위로 갔다. 숙소 근처에서 금요일 토요일 투어 예약하고 저녁 먹고 바닷가로 갔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

    해가 지는 걸 보러 여행지마다 찾아다녔는데 해는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내가 걷는 대로 따라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낙조를 배경으로 바다 위론 모터보트가 달리고 하늘엔 패러세일링 낙하산이 수를 놓았다. ‘슈가’라는 카페에 앉았다. 나를 위해 세팅된 달콤한 시간만 같았다. 자리에 앉자 마침 가수도 무대에 앉았다. 감미로운 생음악은 해가 지고 나서 여운의 시간까지 함께했다. 저녁 먹으며 마신 두어 병 맥주의 취기에 ‘골든 샤워’라는 칵테일을 더했다. 하늘도 물들고 내 얼굴도 물들었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과일가게에서 열대 과일을 풍성하게 샀다. 두리안이라는 냄새 고약하지만, 맛은 뛰어나다는 과일도 샀다. 처음 맛보는 크림 맛 과일이었고, 지독한 잔향은 다음날까지도 방에 남았다.

     

    금요일.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하다

     

    아침 8시 버스 타고 길게 가고, 배에 올라 더 길게 가서 풀라우 파야 해양 공원에 도착했다. 버스도 에어컨으로 몹시 추웠는데 배는 더 상당했다. 스노클링 시간 또한 충분히 넘치게 길었다. 해는 따갑도록 쨍한데 스노클링하고 해변에 앉아 있던 건 치명적이었다. 물을 묻혀가며 몸을 구운 격이었다. 돌아오는 배의 에어컨은 여전했다. 사람들은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긴 소매 옷도 입고 수건도 둘렀는데, 나는 젖은 수영복에 결핍으로 떨며 팔뚝만 쓸어내렸다.

    100링깃을 내고 신청했는데, 누가 100링깃을 줄 테니 에어컨 빵빵한 배 안에서 덜덜 떨며 한 시간 넘게 버티라고 하면 못 한다고 당연히 거절할 일이었다. 고생을 사서 한, 후회의 하루였다.

     

    토요일. 정글에서 구경하고 구경 당하고

     

    아침 9시 킬림 생태공원으로 출발했다.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정글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수영하는 원숭이, 자의는 아니지만 그 배에 매달려 잠수하는 새끼 원숭이, 물고기를 잡는 독수리, 동굴에서 잠자는 박쥐를 코스에 따라 보았다. 나무 둥치에서 잠자는 뱀은 우연히 덤으로 보았다. 울타리에 가둬두지 않아 누가 누굴 구경하는 건지 희미한 경계 속 야생의 만남이 좋았다.

    여행객을 ‘습격’한 원숭이가 가방 옆 주머니에서 코카콜라 페트병을 빼내긴 했는데 텅 비어있는 걸 보고 짓던, 어처구니없어하던 표정도 아이들에게 들려줄 얘깃거리로 간직했다.

     

    삽질을 마치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일요일 아침에 돌아왔다. 허술하고 빈틈 많은 두 사람이, 혼자 여행이었다면 오히려 했을 긴장감도 없이 정신 놓고 좌충우돌 삽질하다 돌아왔다.

    랑카위로 갈 때는 비행기 좌석 밑에 간식 빵을 두고 내렸는데,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갈 때는 같은 장소에 모자를 놓고 내리는 식이었다. 미지도 만만치 않아서 짐을 부친 뒤 기내 반입이 안 되는 보드카 두 병을 공항 청소하는 분께 ‘선물’하고 떠나야 했다. 병 사이에 부딪히지 말라고 끼어놓았던 후드티도 거저 얹어서 드리곤 에어컨 심하게 튼 기내에선 반소매로 떨어야 했다.

    ‘설국열차 꼬리칸’ 승객으로 10링깃을 내야 담요를 빌릴 수 있는데, 아뿔싸 지갑도 옷도 부치는 가방에 쓸어 넣어버린 두 사람. 어찌어찌 잔돈 모아 달랑 담요 한 장 빌려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야 했다.

    무겁게 메고 간 노트북으로 숙제는 겨우 두어 개 하고 다시 무겁게 싸들고 돌아온 나. 분위기 있게 기내에서 읽으려고 가져간 두툼한 책을 다 읽지도 못하고 기내에 두고 내린 미지. 어딘지 어울리는 한 쌍의 바퀴벌레가 아니었는지.  

                                                                   ▲비행기에 두고 내린, 하루 써본 모자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날 리무진을 어디서 탈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공항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리무진 안에서도 내리는 버튼을 누르지 않아 한 정거장이나 지나 내렸다. 어쩐지… 여행 내내… 무언가… 일관성은 유지한 듯하다.

    두피까지 따갑고, 코의 껍질을 벗기며 앉아있는 와중에도 미지와 난 카톡을 주고받는다.

    “코에 껍질 벗겨지는 중. 외출자제 중. 푸욱 쉬고 저녁회의에나 나가려네요.”

    “저두 얼굴이 이상하게 뒤집어지네요. 고생 많았나 봐요. 우리. ㅎㅎ 그래도 담에 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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