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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회]겨울에 떠난 반야네의 제주도 여행
    정상오 / 2014-02-18 04:05:55
  • 들꽃 피는 마을의 두 번째 겨울은 춥지 않다. 겨울이라고 해도 우리들 마음이 따듯해서 그런지 훈훈하다. 기온도 영하 15도가 제일 추운 날 이었으니, 영하 25도까지 내려갔던 작년을 생각하면 별일 아니다. 겨울을 대비해 준비했던 참나무 장작들도 많이 남아있다. 구들에 불을 한 번 들이면 4일 후에 다시 불을 넣는다. 나무 소비량도 많지 않다. 반야와 아내, 나는 언제나 구들방 바닥에 궁둥이를 지질 준비가 되어있다. 아내가 이야기 한다. “구들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맞다. 이번 겨울도 우리 가족은 구들 덕을 톡톡히 보았다. 아궁이에서 오르는 연기는 제법 겨울 풍경을 볼만하게 만든다. 먼데서 바라보면 몽실 몽실 연기가 올라간다. 가까이서 바라보면 나무 타는 냄새가 구수하다. 도시에서 친구들이 놀러오면 일부러 구들에 불을 넣는다. 연기도 보게 하고 나무 냄새도 맡을 수 있게 해준다. 친구들에게 밥과 차만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눈요기, 코요기도 함께 시켜준다.

     

    여행 가이드가 된 반야 아빠

     

    이번 겨울에 반야네는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반야네, 아내의 학교 선생님 2가족, 이렇게 3가족이 여행을 다녀왔다. 반야 아빠가 여행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일행 중에 제일 젊어서 자원을 했다. 렌터카 운전도 직접 했다. 식당도 안내하고 여행지 안내도 했다. 진짜 여행가이드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안내했다. 우리들끼리는 재미있었다. “여러분 다음 코스는 맛있는 삼무국수집입니다. 제주도에서 먹을 수 있는 특별한 국수라고 하네요, 모두 준비 되셨죠”라며 여행을 다녔다. 반야도 처음 타는 비행기에 조금은 흥분한 표정으로, 자기기분을 이야기 해주었다.

    “엄마 올라가는 거야? 하늘로” 아이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응 이제 하늘로 올라 갈 거야 구름위로”

    “구름위로?”

    “응 구름위로 가는 거야”

     

    어느덧 아이와 자유롭게 말을 나누고, 자기 느낌을 이야기 할 정도로 아이는 자랐다. 엄마 아빠도 아이와 이야기 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아이와 자기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의 엄마 아빠임이 고마운 일이다.

    “엄마 밥 더 줘”

    “엄마 내가 먹을 반찬이 없잖아”

    아이는 가는 식당마다 밥을 한 그릇씩 먹었다. 자기가 먹을 반찬이 없다고 하면서도 콩나물 한 가지에 밥을 다 먹고, 국 반찬에 밥을 다 먹었다. 차타고 이동하면서도 “엄마 나 배고파, 얼른 밥 먹자” 어른들은 반야의 밥 먹자는 소리에 모두 식당으로 이동했다.

    제주 동문시장에 가서는 할머니들이 만드는 빙떡도 먹고, 보리빵도 사서 먹었다.

     

    역시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

     

    여행 둘째 날은 올레길 을 선택했다. 7코스 15km 가운데 5km의 거리를 함께 걸었다. 걷는 중에 바다 길도 가고 동네 길도 걸었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 가며 아이의 손을 잡고 걸었다. 반야는 신이 나게 뛰어 가기고 하고 노래도 불렀다. 날아가는 갈매기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반야야 눈을 감고 소리를 들어봐”

    “눈 감고?”

    “응”

    “무슨 소리가 들려?”

    “응 새소리, 바다소리”

    “맞아 저기 파도 소리도 들리고 새 소리도 들린다. 끼룩 끼룩”

    5km의 올레길이 짧지 않는 길인데도 아이는 씩씩하게 걸었다.

    그래도 먼 길이라

    “아빠 언제까지 가?”

    “응 많이 왔어. 저기 보이지 우리가 걸어온 길이야 이제 저만큼 더 가면 되”

    “아 멀다. 힘들어 아빠”

    “아빠가 업어줄까?”

    “응”

     

                                   ▲송악산에 오르며 아빠도 반야도 즐겁게. 반야가 아빠를 따라한다. 역시 인생은 즐거워야한다.

     

    아이를 업고 올레길 을 걸으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등에 업혀 아빠의 목을 감싸고, 나는 아이의 궁둥이를 손으로 받쳐주면서 걸었다. 그 느낌이 참 좋다. 아이가 아빠에게 착하고 안기는 그 느낌, 마치 아내가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을 때의 그 느낌이라고 할까?

    아내는 “반야야 아빠 힘들겠다. 이제 내리자”

    “아빠 나 내릴게”

    “그래 조금 더 가서 내리자”

    아내와 아이의 숨소리, 웃음소리, 아이의 칭얼거림, 노래, 발걸음, 마주잡은 따뜻한 손, 발끝의 감촉들, 얄랑거리는 유채꽃, 하늘로 오르는 갈매기들, 볼에 와 닿는 바람들까지 길 위에서 만나고 느끼는 것들이 쏠쏠하다.

     

    반야와 함께 걷는 올레길


    올레길이 힘들었던 지 반야가 짜증을 내며 특유의 큰소리로 울었다.

    “아 힘들어 언제까지 가는 거야”

    “반야 조금 더 가면 되”

    “아빠는 나한테 말 하지마 앙 으앙”

     

                                    ▲바다와 접한 개울을 건너고 있다. 아내는 반야를 데리고 폴짝 거리며 징검다리를 건넜다.
                                 그러다 그만 반야 발이 물에 살짝 빠졌다. 지켜보던 나는 걱정보다 웃음이 먼저 나왔다. “괜찮아”
     

    아내는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아이의 울음을 조용히 들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나는 아내의 몸짓과 눈빛을 보았다. 그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더니 “사진 찍지 마. 찍지 말라고!” 반야는 자기 우는 모습을 찍는 줄 알고 카메라를 치우라고 한다. “알았어. 안 찍을게” 이럴 때는 아이의 요구에 응해 주는 일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엄마 품에 안긴 아이도 토닥이는 아내도 잘 어울리는 모녀지간이다. 울음을 그치고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200여 미터 갔을까? 모퉁이를 돌면서 반야가 내손을 잡았다.

    “아빠 아까는 내가 발이 차가 워서 그랬어”

    “그랬었구나. 반야가 발이 차가웠구나. 새 양말로 갈아 신어야겠다. 저기 가서 양말 갈아 신자” 반야 양말은 숙소에 두어서 따로 가져오지 않았다. 다행히 내가 신으려고 준비했던 여분의 양말이 배낭 안에 있었다. 아이의 양말은 정말 흠뻑 젖어 있었다. 하얀 목양말을 꺼내어 반야에게 신겨 주었다. 반야는 아빠 양말을 신고는 발이 따뜻하다고 좋아했다. “발이 뽀송뽀송해” 나도 웃고 아내도 웃었다. 개울을 건너다 반야 발이 물에 빠졌는데, 양말이 젖어서 많이 불편했었나 보다. 신발만 젖고 양말은 살짝 젖어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양말까지 다 젖어있었다. 조금 더 살폈어야 했는데 아이가 짜증을 낼만도 했다.

     

    비행기도 타고, 걸어 보고 싶었던 올레길 도 우리 가족이 함께 걸었다. 동행한 선생님들하고 수다도 떨었다. 반야가 좋아하는 국수도 먹고, 밥도 먹었다. 감귤 밭에 가서 귤도 땄다. 2박 3일 동안 아이는 어른들의 일정에 맞추어 일어나고 자고 먹고 여행을 다녔다.

    “엄마 우리 제주도에 또 오자”

    “응 또 오자”

    “아빠 다음에도 비행기 타고 오자”

    “그래 비행기타고 오자”

    반야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오는 비행기에 탔다. 청주공항에서 안성으로 이동하는 동안 아이는 잠에 푹 빠졌다. 어른들의 일정에 맞추어 6살 아이가 이동을 했으니 반야가 피곤했을 것이다. 참 대견하다. 여행하는 동안 음식 투정도 안하고 울지도 않고 짜증도 내지 않은 아이에게 고맙다.

     

    이제 우리 가족의 나들이가 시작되는 것 같다.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다닐 만 해진 것이다. 봄이 오기 전에 서울 나들이를 한 번 하려고 한다. 경복궁 어떨까? 궁도 거닐어 보고 효자동, 통의동, 사직동 근처의 오래된 집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싶어진다. 아내와 연애할 때도 많이 걷고 많이 보고 많이 이야기 나누었었다. 이제 연애할 대상이 한 명 더 늘어났다.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반야라는 데이트 상대가 생겼다. 아내와 연애할 때는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좋은 느낌이다. 이 기분은 뭘까? 가족의 냄새일까? 가족의 냄새 같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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