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단이프
  • 이프북스
  • 대표 유숙열
  • 사업자번호 782-63-00276
  • 서울 은평구 연서로71
  • 살림이5층
  • 팩스fax : 02-3157-1508
  • E-mail :
  • ifbooks@naver.com
  • Copy Right ifbooks
  • All Right Reserved
  • HOME > IF NEWS > 문화/생활
  • [65회]닭이 파란색 알을 낳았다
    정상오 / 2014-01-20 05:00:18
  • 우리 집 닭이 드디어 파란색 알을 낳았다.

    기다리던 청알이다. 갈색 알은 많이 낳았는데 파란 알은 처음이다.

    기특한 닭들이다.

    새해 선물이다. 회색빛이 도는 파란 알 2개, 갈색 알 한 개. 3가지 색의 달걀이다. 덕분에 쌍둥이네, 숙이 누나네, 앞집 상자 누나네 까지 3집에게 알을 공급해 주고 있다. 수탉 한 마리, 암탉 3마리가 우리에게 나눔을 실천시키고 있다. 일주일이면 7~10개의 알을 낳는다. 반야 네는 일주일에 3개정도의 알을 먹는다. 남는 것은 이웃집에 나누어 줄 수 있다. 반야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신선한 알이다.

     

    “반야야 상자이모네 달걀 가져다 드리고 와”

    “응”

    아이도 자기 것을 사람들과 곧잘 나눈다.

    아이에게 잔소리 하듯이 ‘나누어야 한다. 주어야 한다.’라고 말 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나누어 먹는 모습을 보면서 살고 있다.

    달걀을 가져다주면 얼마 안가서 이웃집에서 무엇인가 온다.

    무엇인가는 다양하다. 따듯한 밥 한 그릇일 때도 있고, 손으로 만든 떡도 있다. 그리고 살가운 미소와 마음도 담겨온다.

    아내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런 곳에 살고 있는 우리는 “참 행복하다”

    아내는 “요즘 같은 세상에 흙을 밟을 수 있고, 아이들이 형제자매처럼 뛰어 놀 수 있는 일이 참 고마운 일이야. 기부를 조금 더 해야겠다. 올해는 기부를 많이 못한 것 같네”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며 살 수 있는 우리 동네가 참 좋다.

    옆집 상자 누나가 오늘 아침에 맛있는 떡을 한 접시 가져왔다. 어제 저녁에 갈아놓은 샐러리 즙과 쑥떡이다. 손수 만든 떡이라면서 먹자고 한다. 일요일 아침에 방바닥에 둘러 않아 떡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 모여 살아도 나누며 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파트에도 모여살고, 종일 사무실에서 함께 일도 하고 밥도 같이 먹지만 무엇인가를 나누며 살고 있을까?

    동네에 살아보니 웃을 일도 더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공감 때문일까? 한 울타리에 모여살고 있다는 소속감 때문일까? 무엇일까?  

     

                                                      ▲지우에게 줄 선물을 만들고 있다. 반야는 상자에 자기가 좋아하는
                                         작은 장난감과 액세서리를 넣어서 지우에게 주려고 한다. 아빠가 옆에서 같이 도와주었다.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문화에 이르게 하는 대화

     

    요즘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제목에 끌려 샀는데 즐겁게 읽고 있다. 책은 이야기 해주고 있다.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나온다.” 책은 우리삶이 풍요로워 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풍요로울 수 있는 방법으로 ‘대화’를 강조한다. 세상을 구하는 대화, 우리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대화,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문화에 이르게 하는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밑줄 그어가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책을 읽고 있다.

     

    동네에 살면서 웃을 일이 많아지고 있다. 나눌 일도 많아지고 있다. 이유는 ‘대화’ 때문인 것 같다. 맞다 우리 동네는 대화를 많이 나눈다. “반야 엄마 찬밥 있어?”, “반야네 쌀떡 좀 있어? 점심 같이 먹게”, “쌍둥이네 몇 명 있어요? 커피 가져갈께요”, “형님 술 가져오세요. 제가 안주 준비 할게요”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모인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닭 기르는 이야기도 나누고, 반찬 이야기도 나눈다. 오는 봄에 심을 나무 이야기도 나눈다. 몇 년 후 자기들이 하고 싶은 꿈도 이야기 한다. 우리 동네는 생활을 이야기 한다. 우리 동네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맞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런 동네에 살고 있다.

    오늘도 닭이 알을 낳았다. 방금 낳은 알이 따뜻하다. 이건 우리가 먹을알이다.

     

    아이들은 잠재력 덩어리다.

     

    반야가 새 해를 많이 기다렸다. “아빠 나 몇 밤 자면 6살이야?”

    “응 20밤”

    “아빠 나 몇 밤 자면 6살이야?”

    “응 10밤”

    “아빠 나 몇 밤 자면 6살이야?”

    “응 2밤”

    “아빠 나 몇 밤 자면 6살이야?”

    “반야야 내일 6살이네”

     

    아빠는 45살, 엄마는 47살. 50이 다 되어 간다. 아이는 6살이다. 그래도 엄마 아빠의 외모는 30대 중 후반으로 보인다. 우리 부부가 보아도 그렇고 남들이 볼 때도 그렇다. 가끔이지만 아빠는 “학생” 하고 연세 드신 분들이 지나가다 부를 정도다. 반야가 오면서 우리 부부는 신체적인 나이를 먹는 것을 멈춘 듯하다. 정신적인 나이는 거꾸로 가고 있다.

    반야는 6살이 언제 되는지 하루걸러 한 번씩은 물어 보았다. 유치원에서 이제 제일 큰 언니 반에 들어간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빠 이건 엄마 그림이야”

    “우와 정말”

    아내도 나도 그림 그리는 손맛이 있는데 반야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일까? 반야가 그린 도화지 속의 아내 모습은 예뻤다. 아이가 엄마의 모습을 밝게 그렸다. 그 동안은 동네 언니들 그림을 따라 그렸다. 유치원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들의 그림도 따라 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야만의 그림을 그렸다. 아이의 성장을 증명하는 몸짓과 손짓,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고맙고 감사하다.

    아이들은 잠재력 덩어리다. 어느 순간 자기만의 그림을 아이가 그리고 있다. 평면적인 그림을 넘어서 이제는 입체적인 도형이 있는 그림을 만든다. 종이를 오리고 접고 붙이면서 차도 만들어낸다. 

     

    ▲반야의 엄마그림이다. 정말 잘 그렸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언니 오빠들의 그림을 따라 그렸는데 이제는 자기 그림을 그린다. 아이에게 “최고야”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정말 멋진 그림이다. 거실 벽면에 붙여놓고 아빠는 매일 본다. 매일 보아도 멋지다.
     

    “반야야 반야가 엄마 그림을 그렸네. 매일 매일 그림 연습을 해서 그런지 이번 그림은 아빠가 생각할 때 잘 그렸어”

    아이가 씨익 웃는다.

    “특히 엄마 머리카락 표현이 재미있다. 왜 여기만 빨간색으로 칠했을까?”

    아이에게 ‘최고다 멋지다.’ 라는 단편적인 한 마디는 하지 않는다. 과정을 칭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앞선 선배들의 조언을 따라하고 있다.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을 나도 배우고 있다.

     

    1월은 추운 겨울이다. 추위도 적응이 되었는지 지난 해 보다는 따뜻하다. 몸도 마음도 따뜻하다고 느끼고 있다. 아이가 6살이 되었다. 우리부부도 한 살씩 더 먹었다.

    행복은 어떻게 오는지 알겠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지도 알겠다.

    45살 반야아빠의 1월이 좋다. 2월도 좋을 것이다. 계속 좋을 것이다.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2014/01/140120_52dcd731c73e1.jpg|170263|jpg|noname01.jpg|#2014/01/140120_52dcd73707cfd.jpg|68679|jpg|noname02.jpg|#@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덧글 작성하기 -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덧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