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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회]똥파리 공부연대기 -3
    진성일 / 2013-12-24 04:03:43
  • : 언니가 체스 둘 때 피아노에서 자는 왕과 순한 양 그리고 동명이인

     

    07

     

    처음에 그가 악어떼에 합류한 이유는 단지 문탁의 다른 식구들 보다 조금 덜 늙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깜냥이 청소년을 데리고 프로그램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늘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과 만난 이후로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3년 넘게 악어떼와 같이 해 오고 있다. 육아휴직 때도 그랬지만 악어떼와 만날 때도 그 녀석들과 일단 재밌게 노는 것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렇게 악어떼 녀석들과 같이 지내면서 보육시설 아이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그가 갖고 있던 ‘막연히 불쌍한 마음’의 껍질도 깨졌다. 녀석들이 단체생활에서 억눌린 감정들을 많이 받아주지 못한 부족함도 느꼈다.

    얼마 전 악어떼는 문탁 내 청년모임인 해봄과 같이 수상한 운동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 똥파리는 한발 빼고 녀석들을 지켜보았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녀석들. 이제는 ‘데리고’ 노는 게 아니라, 지들끼리 알아서 놀 때가 된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더욱이 올해 들어 똥파리도 자신의 일을 시작하면서 악어떼 녀석들에게 예전처럼 신경을 못 쓰고 있는 듯 했다.

     

     
     

    돈이 목적인지, 경험이 목적인지 그 무엇이 대수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는 거 그거 느끼게 해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오케이. 수업에서 뭔 소리 나불거리시는지 알 길이 없어 고개 숙이다 보면 어느 새 학교 종이 땡땡땡 집에 갈 시간. 집에 오면 밥 먹기 바빠 고개 숙이고, 밥 먹고 나면 쪼그만 핸드폰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고개 숙이다 보면 어느 새 소등되고 잠자리에 든다. 띠바, 이게 사는 거냐? 우리도 고3인데 뭔가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자립이든 자위든 스스로 혼자 해 나가야 할 힘이 있어야 할 거 아닌가? 일단 여기까지. 더 이상 생각하다간 암 것도 못 한다. 우리는 행동파라 일단 해보고 판단하자.1)

     


    ‘자립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악어떼에게 고함’ (2013, 똥파리) 중


     

    문탁에 있으나, 없는 듯이

     

    2013년, 따끈한 자격증을 들고 그는 겁도 없이 자기 일을 시작한다. 출퇴근에 얽매여있지 않으니 좋다. 헌데 그가 희한하게 생각한 건 스스로 하루 종일 일만 한다는 것이다. 짬내서 책이라도 볼 줄 알았는데. 그 즈음 시험준비, 알바생활로 예술세미나 이후 ‘셈나 단식’을 하던 똥파리에게 슬슬 압박이 들어온다. 문탁에선 공부를 안 해도 눈치는 안 보지만, ‘쪼임’을 당한다. 마침 집에 대해 관심이 많던 콩세알님과 알집(know house)세미나를 하게 된다.

    똥파리와 콩세알 둘이서 꾸려오던 알집세미나. 발제를 자주 하게 되니 그에게 남는 책도 많아졌다. 게다가 집을 그리고 있으면서 집에 대한 책을 읽으니 재미도 생겼다. 지난 8월에는 알집세미나 에세이를 한 번 더 우려먹어 북앤톡을 끝냈으니, 똥파리의 입장에선 일타쌍피다.

     

    문탁 공간에서 제3의 공유지로의 확장은 분명 사회적 공간, 공동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므로, 우리는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활동들을 코뮨적으로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독립적인 주거 공간들이 섬처럼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문탁 공간이 확대되고 활동들이 문탁 공간으로 계속 집중되는 것은 오히려 각자의 주거 공간을 더 고립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더 견고한 사적 공간이 되고 가족생활의 단단한 토대가 되는 것은 아닐까?2)

     

    하지만, 알집세미나를 끝으로 똥파리는 다시 ‘셈나 단식’을 선언하고 당분간 생업에 전념하기로 한다. 현재 그는 파지사유에서 일을 한다. 문탁 공부방 혹은 월든 작업장에서도 일을 한다. 문탁 여기저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나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하는지 알기 어렵다.

     


    2)8월 부글톡 원고, ‘오호라, 주거니 받거니’ (2013, 똥파리) 중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누구는 10대에 생기기도 하지만 환갑이 넘어 아차 하는 순간에 들 수도 있다. 똥파리는 아이를 낳고 문탁에 드나들던 30대에 책을 통해 삶의 질문을 만났다. 거기서 함께 질문하는 친구들도 만났다. 덕분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세상을 향해 자신을 불태우던 윗세대와 달리 20대는 취직하기 바빠서 공부할 틈이 없다. 30대 부부가 공부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러가지다. 아이 낳고 키워야 하고 전세금이나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맞벌이를 해야 한다. 똥파리도 그랬다. 그러다가 세미나 하나가 시작이었다. 돈 버느라, 애 보느라 여러 개를 동시에 하진 못 했다. 일상이 바빠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문탁의 친구들은 그에게 공부의 끈을 놓지 않게 했다. 덕분에 1년에 하나씩 건축세미나, 예술세미나에 이어 알집(know house)세미나까지 관심 있는 것들, 질문이 생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 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셈나 단식 하면서 그가 요즘 하고 있는 공부는 개발부담금 산정방법, 임야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 정리, 회사 운영에 관한 정체성 해석 등이다. 많은 건축주들을 만나 집에 대한 각자의 욕망을 들어보고 있기도 하다. 지금 배우는 것들이 쓸모없지는 않으나 그에게 생긴 삶의 질문에 도움 되진 않아 보인다. 이제 그에게 있어 현장은 건축공사가 일어나는 곳이 아니다. 삶의 질문이 일어나는 곳이 현장이다. 건축은 그가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법 중의 하나다. 만일 건축을 통해 삶의 질문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도 그 현장을 떠날 것이다. 공부는 끊임없이 자신이 현장에 있는지를 물어보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똥파리에게 문탁은 늘 현장으로 가는 시작점과 같은 곳이다.

     

    올해 그는 처음 자기 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많아도 책을 읽지 못하는 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육아가 어떤 건지 몰랐을 때도 겸서와 리듬을 맞추는 데 서너 달이 걸렸다. 그러고 나니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다시 세미나를 하려면 아마도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래도 공부방에서, 파지사유에서 얼쩡거리면서 일하는 한, 문탁의 친구들이 계속 ‘쪼아’주는 한, 그가 공부의 끈을 놓지 않는 한, 똥파리는 다시 그의 현장으로 떠날 것이다. 지금 여기 문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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