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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회]우리 집 닭이 드디어 알을 낳았다.
    정상오 / 2013-12-24 03:23:42
  • 눈이 정말 많이 오는 겨울이다.

    반야가 시간 맞추어 유치원에 갈 수 있을지 염려가 될 정도로 오늘도 눈이 많이 왔다. 우리 동네는 옛날 같으면 깊은 산골마을이나 다름이 없다. 시내에서 차를 타고 15분은 들어온다. 마을 앞산이 충북 진천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눈이 한 번 오면 많이 온다.

    오늘도 새벽부터 몸놀림이 바빠졌다. 아침에 명상을 마치고 창문을 열어보니 벌써 쓱쓱, 싹싹 눈치우는 소리가 들린다. 부지런한 우렁각시들이 벌써 눈을 치우고 있었다.

    나도 옷을 두툼하게 입고 빗자루를 챙겼다. 눈삽을 들고 마을길에 쌓인 눈을 치우러 나간다.

    오늘도 오전 한 때 온다고 하던 눈이 오후 1시가 지나서도 눈이 왔다. 유치원차는 엉금엉금 기어서 마을에 왔다.

     

                                    ▲반야가 준 편지. “아빠, 회사 가서 펴봐. 내가 편지 썼어” 편지를 받으니  기분이 너무 너무 좋다.
                                             아이에게 받은 첫 편지다. 편지 안에는 하트랑 반야가 그린 그림이 들어있었다.
     

    반야는 요즘 종이접기와 그림 그리기, 펀지 쓰기를 즐기고 있다.

    “아빠 이거는 지우한테 줄 편지야, 지우야 언니가 지우 사랑해라고 써줘”

    “응 알았어. 지우야 언니가 지우 사랑해라고 쓰면 되지?”

    “응 그렇게 써줘”

    “여기 지우라고 쓰고 사랑해 라고 쓸께”

    아이는 아빠가 자기 대신 글자를 써줄 때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아빠가 쓴 글자를 보면서 따라 적는다. 글자를 쓰는 순서도 모양도 아빠가 볼 때는 재미있기만 하다.

    ‘지우’라고 써야할 글자를 ‘우지’라고 쓰기도 하고 사랑해라는 글자 대신에 하트를 그려 넣기도 한다. 반야가 쓰는 글자를 보면서 지금은 아이가 글자를 잘 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삐뚤하게 쓰고 그림을 그리듯이 글자를 그리는 것 자체가 놀이이고 자기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눈에 수많은 글자들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요즘은 잡지에 있는 글자를 아빠와 함께 읽는다. 아빠가 먼저 읽고 손가락으로 짚어주면서 소리를 낸다. 그러면 반야는 자기가 아는 글자들을 작은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찾아낸다.

    “아빠 여기 지우할 때 지, 찬양이 할 때 양, 주원이 할 때 주”

    “맞아 거기에 지, 양, 주가 있네”

    아이가 글자를 깨우쳐 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엄마 아빠를 시작으로 한두 마디씩 말을 시작할 때 모습과 비슷하게 아이는 글자를 익혀 가고 있다.

     

    우리 집 닭이 드디어 알을 낳았다.

    우리 집에 온지 7개월이 다 되어서 알을 낳았다. 닭을 주신 형님 내외분이 10월에는 알을 낳을 거라고 했지만 11월이 지나고, 12월이 다 되어도 알을 낳지 않았다. 그래서 내년 봄에나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녀석들이 기특하게 알을 낳았다.

    자그마치 10개.

    날씨가 추워서 알을 낳을 수 있을까 했는데 10개를 낳았다.

    닭장에서 알을 본 순간 미안함과 고마운 감정이 함께 들었다. “닭들아 이 추운데 알을 낳느라 참 고생 많았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요즘 날씨에 알들이 얼어서 조금씩 깨졌다. 바로 바로 알을 꺼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미안했다.

    알을 한군데 가지런히 낳아둔 닭들이 대견해 보였다. 이웃집 누나네 닭은 알을 마당 여기저기에 낳아서 찾으러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닭은 한곳에 보기 좋게 알을 모아 두었다. 누가 닭대가리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닭들은 지혜롭다. 먹이를 줄 때 수탉은 암탉들이 먼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닭장 안에서는 똥도 한곳에 쌓아둔다. 닭대가리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먹을 것도 잘 안주고 바쁘다는 핑계로 문도 안 열어 주고 외출하고는 했는데 닭들은 자기 할일을 조용히 했다. 고맙다. 나도 닭들에게 할 일인 모이주기, 문 열어서 산책시키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반야도 알을 보고 감탄을 하면서 기뻐했다. 동그란 눈을 반짝이면서 아빠가 거두어 온 알을 살펴보았다.

    “아빠 우리 닭이 나은 거야? 예쁘다”

    “응 우리 닭이 낳은 거야. 많이 낳았어”

     

                                                      ▲닭들이 낳은 알 10개. 추운 겨울에 알을 낳느라 고생이 많았다.
                                                 날씨가 많이 추워서 조금 금이 가기는 했지만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내년 봄에는 닭장을 조금 더 넓게 그리고 아늑하게 만들어 주어야겠다.

    알을 가지고 저녁에 계란찜을 했다. 아빠가 계란을 깨어서 냄비에 담고 반야는 계란을 풀었다. 노란 색깔이 아주 고왔다. 10개중에 5개는 찜을 하고 3개는 옆집 쌍둥이네 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2개는 오늘 아침에 계란후라이를 해서 반야에게 주었다. 후라이를 가져다 주니까 아이가 많이 좋아했다.

    “아빠, 나 이거 좋아해 내가 다 먹을 거야”

    “반야, 아빠도 조금 먹자”

    “아냐, 내가 다 먹을거야. 나 이거 좋아해”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면서, 닭에게도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고마웠다.

    “반야야, 다음에도 계란 후라이 해줄게”

    “응 맛있어.”

     


    이제 이웃집에 갈 때

    지인들이 놀러올 때

    계란을 선물로 줄 수 있을 것 같다.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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