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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회]아내와 함께 걸어온 12년이 고맙다.
    정상오 / 2013-11-11 02:10:47
  • 어제는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한지 12주년 되는 날이다. 결혼 한 이후로 커다란 변화라고 한다면 반야가 우리부부에게 온 것이고, 아파트에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 온 일이다. 이 두 가지를 커다란 변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부부의 삶이 크게 바뀐 계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오기 전 결혼 7년차까지는 각자가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시간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온 이후로는 마치 원의 중심을 향해 들어가는 것 같이 아이가 우리 생활의 시작과 끝이 되었다. 아이는 엄마가 휴직을 하게끔 해주었고, 아빠가 감히 육아를 할 수 있는 발칙한 상상과 실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부부의 지난 5년간은 아이를 위해서 존재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어디론가 혼자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그렇다. 새벽에 일어나 혼자 책을 보고, 듣기 좋은 고전음악을 찾고,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시간을 즐기는 일이 그렇다. 아이가 우리생활의 중심인 것은 확실하다.

     

    머리를 쓰기보다는 몸을 쓸 일이 많아졌다.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면서도 생활이 변했다. 이것저것 사소한 것에 신경 쓸 일이 많아지고 바빠졌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일도 지금은 일일이 손길이 가야 할 일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분리수거 하는 일, 뒷마당 정리하는 일, 화단과 텃밭을 가꾸는 일,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장작을 준비하는 일, 닭들이 먹을 겨울 먹이를 구하러 정미소에 가서 기웃 거리는 일 까지 정말 많이 있다. 머리를 쓰기보다는 몸을 쓸 일이 많아졌다.

    아내와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주제도 다양하다. 어제만 해도 아내는 “여보, 올해도 김장하려고 절임배추 주문했어”, “여보, 텃밭에 심은 배추는 김장은 어렵겠다. 배추국이나 끓여 먹자”. 마당에 심어 놓은 배추의 절반은 닭들이 쪼아 먹어서 배추국 끓일 때나 샐러드용으로만 먹을 수 있다. “여보, 내일 반야 유치원 준비물 챙겼어?”, “반야가 그린 그림 봤어?” 아내와 내가 나누는 이야기의 거의 다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와 사계절을 맞이하는 집과 마당, 우리 동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인도 음식점에서 먹는 망고라씨를 반야가 맛있게 먹으면서 “맛있다”고 한다.
                            아이는 처음으로 난, 탄두리치킨, 라씨를 먹어보았다. 짜이는 너무 달다고 한다. “엄마 짜이가 달달하다”

     

    이렇게 살다보니 정작 우리 부부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것을 보게 된다. 아내에 대해서 살피고 이해해 주는 일이 아이를 돌보고, 집을 정리하는 일보다 뒷전이 되었다. 아내가 예전만큼 나를 살펴주고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어느새 투덜거리고 삐져있는 나를 보게 된다. 아내도 나도 가족에게 충실했는데 그 가족 안에 정작 부부는 빠져있었던 것 같다. 이제 아이도 제법 자랐고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이의 표현도 좋다. 결혼 12주년을 맞아 이제 가정의 중심을 육아에서 부부 중심으로 바꾸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가 고맙게 자라 주었다. 앞으로도 고맙게 자라 줄 것이다.

     

    이번 겨울에는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어제는 평택에 있는 인도 음식점에 다녀왔다. 나도 아내도 카레를 무척 좋아한다. 인도인 주방장이 요리를 하는 곳인데 음식이 제법 괜찮았다. 아이는 밥 한 공기를 카레에 비벼서 다 먹고 나더니 배가 고프다며 더 달라고 한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이 동그랗고 따뜻하다. 아내는 아이를 바라보고, 나는 아내를 바라보고, 아이는 아빠를 보면서 서로 눈을 마주쳐가며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고 왔다.

    아내랑 반야와 이번 겨울에는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아이도 비행기를 타보고 싶어 하고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아내의 마음과 내 마음에게 선물도 줄 겸 다녀오려고 한다.

    반야는 엄마 아빠에게 뽀뽀를 많이 해준다. 어제는 엄마에게 뽀뽀를 해주더니 “엄마 입술이 달달한데”, 아내는 “야, 너무 야하다”. 아이는 야하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씨익 웃는다.

    잠자리에 들어서 아내에게 “여보, 뽀뽀해줘”라고 했더니 반야는 “아빠, 내가 엄마 대신 해줄게”, 나도 아내도 깔깔거리며 웃었다. 웃다가 그대로 우리 셋이 잠이 들었다. 아내도 반야도 나도 참 잘했다. 아내와 함께 걸어온 12년이 고맙다. 아이가 온 지난 5년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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