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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회]똥파리 공부연대기
    진성일 / 2013-11-04 06:12:45
  • : 언니가 체스 둘 때 피아노에서 자는 왕과 순한 양 그리고 동명이인

     

    01

    옛날 용인땅 어디쯤에 똥파리라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에게는 일 년 동안 아이를 낳고 기르다가 다시금 복직을 준비하는 아내가 있었고, 그 사이에 이제 막 첫 돌이 지난 사내아이가 하나 있었다. 어느 봄날, 장고 끝에 육아휴직을 결심한 그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근처에 있던 공부방을 찾아갔다. 그곳의 이름은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 그곳에서 공부방의 이름과 같은 닉네임을 사용하는 문탁샘과 첫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02

    그가 처음부터 공부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졸업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은 읽었으나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공부가 아니었다. 아니, 어떤 것이 공부인지 아닌지 모른 채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그는 아내로부터 어느 모임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도 아이를 데리고. 그 모임이 다름 아닌 문탁의 전신쯤 되는 공부모임이었다. 아내의 복직 이후 호기심반, 강제반으로 그는 문탁을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육아를 위해 일을 쉬는 것이어서 공부보다는 아이 돌보는 일에 열심이고 싶었다. 다행히도 이제 돌 지난 아이는 낮잠을 포함해서 잠자는 시간이 많았다. 이유식도 생각보다 간단했고, 집안 반찬은 아내가 조달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청소도 주말에 한꺼번에 해결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는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가 눈뜨고 있을 때는 신나게 놀아줬고, 나머지 시간에는 세미나 준비를 했다.

     

    03

    문탁샘과 같이 한 니체세미나가 그가 처음 책을 통해 공부라는 것을 접해 본 경우였다. 니체라는 인물은 그전에도 몇 권의 책을 통해 알고는 있었다. 허나 그의 저작을 읽어나간 건 역시 처음이었다. 먼저 독서카드를 준비한다. 거기에 이번 주 읽어야 하는 분량 중 맘에 와 닿는 구절을 적어 둔다. 그리고 세미나 시간 때 같이 읽으면서 공유한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순서가 되면 발제를 준비한다.

    당시 몇몇 애기엄마들이 문탁에서 공부하고 있었으나, 세미나 때 아이를 풀어놓고 공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허나 똥파리는 봐 줄 사람도 없고 같이 세미나 하는 분들의 배려 덕분에 늘 아이와 함께 세미나를 했다. 아니, 어쩌면 똥파리가 문탁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이 덕분일지도 모른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직간접적으로 문탁과 계속 공부를 해 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니체세미나에서 니체의 모든 저작들을 읽지는 못 했다. 그래도 똥파리가 니체에게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한 주요 저작들을 읽어나갔다. ‘도덕의 계보’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름의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똥파리는 ‘도덕의 계보’에서 선악에 대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는 늘 착한 사람이고자 했다. 말을 잘 들었고 모나지 않게 행동했다. 학교 다니면서 반항을 해 본적도 없었고,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 도덕의 계보는 그의 그런 생각이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다소 해방감을 맛보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착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고 있는 선악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 [도덕의 계보]를 여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에 대해서 무덤덤해질 수 있는 눈, 그리고 가슴이 벌렁거리는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한 우황청심환 두 세알 정도. -니체세미나 첫 번째 에세이 ‘낯설고 먼 여행을 떠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니체의 저작들을 좋아한다. 짧고 강한 잠언 식의 문체, 그리고 하나의 해석으로만 잡히지 않는 그의 사상 때문이다. 똥파리 역시 그러한 차원에서 ‘짜라투스트라...’에 푹 빠졌었다. 그는 철학서인지 소설인지 모를 이 책의 문체가 맘에 들었다. 세미나에 참여했던 다른 사람들은 난해하다고 했지만, 그는 재밌었다.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게 전달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진 않았다. 누군가는 니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그는 그런 모호함을 오히려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정오’다. 식당을 찾아 길을 나서는 데 뭔가 발에 걸려 넘어진다. 발밑을 살펴보니 ‘주사위’ 하나가 땅에 떨어져 있다. 짜라투스트라는 그 ‘주사위’를 보자 재미난 놀이가 생각난다. 그리고 커져버린 ‘망토’가 거추장스러워졌다. 그는 ‘어린아이’가 된 것이다. 눅눅한 ‘망토’를 벗어버리고 ‘주사위’를 하늘로 던지는 ‘순간’, 그 뒤로 짜라투스트라를 본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니체세미나 두 번째 에세이 ‘어른들은 몰라요’ 중에서

     

    그렇게 니체세미나를 마치고 그는 고병권 선생의 ‘스피노자 강좌’를 듣게 되었고 니체가 유일한 친구라 했던 스피노자에게 또 빠지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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