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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회]똥파리네 또 이사했어요^^
    진성일 / 2013-10-22 02:44:05
  • 2008년에 한 번, 2010년에 한 번, 2012년에 한 번 그리고 올해 또 한 번. 결혼 후에 거의 2년 마다 이사를 한 셈이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지내지도 않았다. 신갈오거리 상갈동과 수지를 번갈아 가면서 2년에 한 번씩 집을 바꿀 뿐이다. 아내의 직장생활과 아이가 태어나고 휴직과 복직을 번갈아 가면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전 이런 거 아니면 입주민들 안 만나요.”

     

    열흘 전에 우리의 네 번째 이사를 했다. 그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들어온 집이 아파트가 아니라는 점. 방이 세 개인 다가구 빌라이다. 계약상의 전용면적을 보면 지난 번 아파트보다 약 한 평 정도가 더 넓은 집이다. 헌데 구조가 특이해서 전~혀 넓어 보이질 않는다. 복도처럼 긴 거실과 주방에 면해 있는 세 개의 방들은 동네 아줌마가 하숙치기에는 딱 좋은 구조다. 이 빌라를 지을 당시에는 양문형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그런지 신혼 때부터 쓰던 양문형 냉장고를 갖다 놓으니 화장실 입구로 튀어나온다. 게다가 방들이 안방, 작은 방 구별 없이 거의 같은 크기를 갖고 있어서 어느 방을 창고로 쓰거나 안방으로 써도 별 상관이 없었다.

     

     

    처음에 아내에게 좋은 월세방이 하나 나왔다 보여줬을 때, 아내는 침울했다. 그날따라 스팸을 구워 먹던 깔깔이 입은 청년이 문을 열어줬다(암만 봐도 군대 제대한 백수 아들 같았다). 커다란 피디피 티브이가 가뜩이나 작은 거실창을 거의 가로막고 있어서 대낮에도 집안은 어두컴컴 했다(이사하고 보니 형광등 네 개를 끼우게 되어 있는 거실등에는 한 개만 달랑 달려 있었다). 신발을 벗자마자 커다란 식탁이 길목을 막고 있어 답답했다. 우리가 집을 둘러 보는 동안 깔깔이를 입은 청년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 게임에 몰두했다. 이사오고 나서 그 방을 지금 이 글을 쓰는 책상 놓고 공부방으로 만들었는데, 벽과 천장에 쩔은 담배 냄새가 아직도 안 빠지고 있다(탈취제는 그때만 좋을 뿐).

     

     

    그래도 이사 오고 나서 다행히 집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때 집안이 어두워 보였던 것은 짐이 많았고, 불을 안 켜고 살아서 그런 것 같았다. 거실에 책장이 세 개가 모두 들어갈 만큼 긴 벽도 맘에 든다. 물론 장롱은 여기서도 하나를 따로 둬야 하지만 책장을 한 곳으로 모아두니 애 들 놀기에도 더 좋다. 이 집에서 제일 맘에 드는 공간은 앞 발코니다. 아파트 발코니가 거의 실내처럼 쓰이는 곳이 아니라 완전 외부 공간이다. 게다가 햇볕도 잘 들어 빨래 널기에 최적이다. 겸서를 볼 때도 그렇지만 빨래를 햇볕에 짱짱하게 말리면 기분이 너무 좋다. 주변의 다른 집들이 외부 창에도 샤시를 달아서 실내 창고처럼 쓰는 반면 이 집은 빨래 널거나 담배 피기에 딱 좋은 크기의 장소이다.

     

     
     

    이사 오면서 식탁, 소파, 책장들을 버렸다(애물단지 장롱은 혼수품이라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그렇게 정리하고 오니 폐기물 비용만 삼 만원이 넘게 나왔다. 그 동안 잘 썼지 뭐. 대부분 아파트 단지에서 주워온 가구들이라 쓸 때는 돈 안 들이고 썼는데, 오히려 버릴 때 돈이 든다. 빌라로 이사오니 이제는 주변 아파트 단지로 원정을 나가지 않는 이상 쓸만한 가구들을 주워오기 어려울 듯하다. 게다가 내년에 다시 이사할 때까지 짐을 늘리는 것은 무리다.

    집주인은 아직 우리가 일 년 정도 살고 나가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면 계약을 안 해주니까. 귀찮거든. 한 번은 집주인이 내려와서 문을 똑똑 두드린다.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보니, 계약금을 선납한 걸 잊고 잔금을 많이 입금했다고 계좌번호 알려주면 돌려준단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 “전 이런 거 아니면 입주민들 안 만나요.”

     

    내년엔 집을 지어요

     

    우여곡절 끝에 내년에 뜻이 맞는 몇몇 분들과 집을 짓고 들어가 살게 되었다. 워낙 땅값이 비싸서 정작 집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건평 10평.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내년을 위한 전진기지 같은 곳이다. 사는 것은 줄이고 버릴 것은 정리하고 작게 사는 집에, 간단히 사는 삶에 몸을 맞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게다가 아파트는 분리수거나 음식물처리가 너무 쉽다. 일주일에 정기적으로 알아서 다 해주시니까. 하지만 다가구가 밀집한 빌라촌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비닐봉지도 덜 쓰고 음식물도 덜 남겨야 한다. 어쩌면 집 짓고 들어가 살기 전에 그곳의 사는 방식을 연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밌는 것은 예전에 네 식구가 같이 잠자던 안방은 조금 큰 편이어서 베개를 네 개 깔고 잤다. 그래도 장롱까지 조금 여유가 있었다. 헌데 이사한 집 안방에선 베개를 세 개만 깔아도 장롱까지 꽉 찬다. 그만큼 네 식구가 오밀조밀 붙어 잔다. 오히려 겸서와 한서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놀다 잠이 들거나, 자면서도 두 녀석들의 귀여운 땀냄새를 가까이서 맡을 수 있어서 좋다.

     

     
     
     

    아직 할 일이 많다. 창고방의 짐들은 아직 정리하지 못 했고, 뒷 발코니는 열기만 해도 짐들이 쏟아질 듯 하다. 책장의 책들도 뒤섞여 있고, TV 기본 공중파도 신청해야 하고, 이전신고도 해야 한다. 샤워실 커튼도 달아야 하고, 발코니 방충문도 정리해야 한다. 혹시 이거집안 정리 끝나면 내년 집짓고 들어가 살집으로 다시 이삿집을 싸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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