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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1회]반야네 집은 작은 도서관
    정상오 / 2013-10-22 02:12:05
  • 오늘은 반야네 가을 풍경을 이야기 하고 싶다. 그래서 작은 이야기 거리들을 몇 개 모아보았다.

     

    1. 매일 달리는 반야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깊어가는 가을에 반야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은 따뜻한 미소와 마음으로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보는 사람들 마다 반야가 많이 자랐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는 아이도 기분이 좋은지 씨익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는 정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빠는 아이가 뛰어가는 모습만 바라봐도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뭐가 그리 급한지 옆집 쌍둥이 언니네 집에 갈 때도 뛰어가고, 앞 집 삼촌네 갈 때도 아이는 뛰어간다.

    뛰다가 계단에서 꽈당 하고 넘어져도 벌떡 일어난다. 일어나서 손을 탈탈 털고 그대로 또 뛰어간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또 넘어 질까봐 걱정도 된다. 그냥 지켜보는 일이 아빠가 할 일인 줄은 알지만 한마디 거들게 된다.

    “반야 천천히 가라 뭐가 그리 급하니”

    아이는 듣는 듯 마는 듯 아랑곳 하지 않고 뛰어간다. 매일 매일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여기 시골마을에 사는 우리들은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 같이 하늘이 파랗고 햇볕이 따뜻한 계절에는 더욱 그렇다. 반야만 뛰는 것은 아니다. 동네 아이들은 모두 뛰어 다닌다.

    반야네 닭들도 많이 자랐다. 아침 5시 30분, 6시 30분에 한 번씩 크게 소리를 질러댄다. 수탉이 꼬끼오 할 때 어린 시절에 부르던 노래가 생각났다. ‘닭장 속에는 암탉이 꼬끼오’ 그런데 암탉은 꼬끼오 라고 하지 않는다. 암탉은 “꼬꼬꼬꼬”라고 한다. 노래가 틀린 것일까? 내가 잘못알고 있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암탉과 수탉이 지르는 소리는 분명히 다르다.

     

    2. 동화책 읽는 가족

     

    아내는 일주일에 두 번은 도서관에 다녀온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 주면 아이가 흥미 없어 한다고 부지런히 책을 빌려온다. 한 번에 10권은 가져오는 것 같다. 가져온 책들을 보면 어른인 내가 읽어 보고 싶을 만큼 괜찮은 책들이 많다. 책을 읽어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듣는 아이 뿐만 아이라, 곁에 있는 나도 귀를 쫑긋 세우도록 한다. 아내가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아이는 재미있다고 또 읽어 달라고 한다. 한번에 5권 이상을 읽을 때가 많다. 아내는 구연동화 전문가가 다 되어간다. 가을의 깊이만큼이나 아내의 책 읽는 솜씨가 제법이다. 가끔은 “반야야 아빠보고 읽어 달라고 해 엄마가 피곤하네”라며 나에게 역할을 넘길 때가 있다.

    “반야야 아빠가 읽어 주는 책은 다른 책 같다 그지”

    “아빠가 책 읽어줘”

    “응 반야가 책을 골라와”

    “응 이거 읽어줘”

    아내는 내가 읽어 주는 책은 다른 책 같다고 한다. 책에 없는 내용도 새로 구성해서 읽어 주니까 재미있다고 한다. 살짝 과장해서 책을 읽어 줄 때, 까르르 하며 웃는 가족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더 재미나게 읽으려고 조금 더 꾸미기도 한다. 사실 내가 꾸밈이 좋아서 그런 것 보다는 동화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동화책을 보고 있자면 나의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그래서 동화책에는 글자 대신 그림이나 표현이 많은 것 같다. 아이와 아내 덕분에 나도 동화책을 읽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아내도 아이도 나도 동화책을 즐겨 보게 된다. 이 생활이 즐겁다.

     

                                                      ▲엄마가 읽어 주는 동화책. “엄마 이거 읽어줘, 이것도 읽어줘” 
                                      엄마는 친절하게 재미나게 책을 읽어 준다. 책을 통해 아이와 엄마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3. 농장 나들이

     

    며칠 전에는 안성에 소재한 농장에 다녀왔다. 가서 당나귀, 양, 오리, 닭, 말 같은 동물들을 보고 왔다. 농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 아빠들이 많았다. 관찰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떼쓰는 아이에게 “웃기지 마” 라고 말하는 엄마도 보았고, 아이에게 “너 까불면 매 맞는다.”하며 주의를 주는 엄마도 볼 수 있었다. 어떤 아빠는 아이를 체벌하기도 했다. 부모가 되고 보니 반야 또래의 아이들에게 관심이 생긴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세계라고 할까? 아이의 성장과 함께 아빠의 관심사도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장을 다 둘러보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반야가 강아지를 보러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그만 집에 가자고 했지만 아이는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앙 강아지 보러 가야해” 아이가 심하게 몸을 흔들면서 엄마에게 떼를 썼다. 그런 아이를 두고 아내는 화를 내지도 않고 나무라지도 않았다. 잠자코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내가 많이 달라졌다. 아이가 떼를 쓰면 예전에는 힘들어 했는데 이제는 제법이다. 한 5분이 지났을까? 반야는 엄마의 이야기에 마음이 풀리고 다음에 또 오기로 약속하고 웃음을 되찾았다. 다음번에 한 번 더 와야 한다. 그 때는 강아지 옆에서 밥도 먹고 책도 보고 아예 자리를 펴야겠다.

     

                               ▲우리 동네 아이들 작은 도서관. 반야네 집이 작은 도서관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모여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 나가고 나면 흙 알갱이들이 잔뜩이다.

     

    4. 낡은 자전거

     

    어제는 반야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렸다.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아빠는 달리고 아이는 자전거 페달을 굴렸다. 집 근처에 있는 조령분교까지 다녀오는데 볼을 타고 흐르는 가을바람의 느낌이 좋았다. 학교까지 가는 길에 노랗게 익은 벼들도 살랑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아빠 나 잘 타지”

    “응 반야 자전거 잘 타네”

    “내가 이렇게 하면 자전거가 잘 가”

    “그렇지 균형을 잡고 계속 달려야해 그렇지 않으면 넘어진다.”

    “응 나도 알아”

    물려받은 4발 자전거라서 균형도 맞지 않고 보조 바퀴는 기우뚱하다. 요즘은 페달까지 헛돌 때가 많은데 그래도 아직은 잘 굴러간다. 아이는 볼품없는 자전거를 가지고 바람을 가르며 밝게 웃으며 달린다. 아이가 빨리 달릴수록 아빠도 발걸음이 바빠진다. 그래야 아이 옆에서 나란하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앞서 갈 때도 있다. 그러면 나는 뒤에서 쫓아가며, 혹시 논둑에 넘어지지는 않을지 염려하면서 바짝 붙어서 뒤따라간다. 며칠 전까지 낡은 자전거를 버리고 새 자전거를 사줄까 생각하고 있었다. 넘어질 듯, 말듯하게 가는 자전거를 보면서 아이가 다칠까봐 불안했기 때문이다. 반야는 몇 번 넘어지면서 요령을 터득한 것 같다. 기우뚱한 자전거를 가지고 균형을 잡으면서 이제는 잘 달린다. 지금은 새 자전거를 사줄 생각을 접었다. 부족한 대로 즐기며 사는 것이 우리 부부나 아이에게나 고마운 일임을 알았다. 새 자전거는 내년에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

     

                                                        ▲기우뚱하는 자전거. 오래된 낡은 자전거라서 뒷바퀴가 균형이
                                                      맞지 않지만 아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타고 다닌다. 씩씩한 반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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