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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회]무더위가 한풀 꺾인 8월 마지막 주, 공방에서
    조윤주, 김우 / 2013-09-10 11:33:58
  • a.m. 10:00

     

    출근시간은 열 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일곱 시지만, 공방에 도착하면 열 시.

    식구들 아침을 챙겨주기도 하고, 집안일도 좀 돌보고, 대부분은 부족한 잠을 채우고.

    늘 출근시간 때문에 직장 다니는 것이 껄끄러웠던 나는 이런 패턴을 좋아한다.

    말하자면, 패턴 없는 패턴?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매일 매일 이런 아름다운 패턴으로 살고 싶지만, 쉽지는 않다.

     

    a.m. 10:30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잠시 정돈 후에 오늘은 주문받은 가구를 제작하기로 한다.

    오늘 시작해야 다음 주에는 마무리 할 수 있다.

    오늘 해 두어야 할 일은 아주 디테일한 부분이다.

    가구의 일부분일 뿐이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을 결정하는 부분이다.

    주방과 거실의 파티션이면서, 책장이면서, 또 일부분은 주방 물품을 수납하게 될 파티션이다.

    파티션이지만 답답한 것이 싫다고 하는 의뢰인의 요청사항은 창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폭이 좁아서 얇은 나무를 선택한다. 그래서 조립이 쉽지 않다.

    초반에 살짝 귀찮더라도 다른 조립 방법을 선택했어야 하는데, 어제 마음이 급했었는지 아무 생각 없이 재단을 하고 말았네.

    에휴…. 오늘 고생 좀 하겠다.

     

     

    p.m. 02:00

     

    역시….

    오전 내내 씨름 한 게 겨우 요거다.

    요따만한 조각들을 칠하고 붙이고 겨우 하나 완성되어 간다.

    한숨 돌려야 하니까, 느긋하게 밥을 먹고 다시 작업에 들어간다.

    오늘 이건 다 해 놓아야, 일정에 무리가 없다. 서두르자!

    풀칠하고, 못 박고, 조이고, 균형 잡고.

    오후 여섯 시까지 한 땀 한 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체력도.

     

     

    p.m. 06:00

     

    이제 목표한 양만큼 작업을 끝냈다.

    마지막 창살에 클램핑을 하고서야 한 숨을 돌린다.

    다음엔 생각 없이 일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힘들다. 밥 먹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p.m. 07:00

     

    목요일 저녁에는 내가 맡은 수업이 있다. 내게는 일주일 중에서 가장 바쁜 날이다.

    매일 저녁에 수업을 하면 좋겠지만, 애들이 있는 나는 그렇게 자유로운 몸이 못된다.

    하지만 목요일 하루만은 어떻게든 수업을 진행해 보려 한다.

    앞으로는 수업도 좀 늘려야겠다.

    공방에 회원이 많이 오시면 활기가 돈다.

    올 가을에는 회원 배가운동을 해야겠다고 잠시 생각해본다.

    그런데 오늘따라 한 분밖에 안 오셨다.

    같이 수업 듣던 분이 오늘 결석, 옆에서 기초수업 듣던 분도 오늘 결석.

    결국 큰 서랍장을 만들고 있는 촌닭님께서 딸과 함께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오늘은 좀 느긋하게 저녁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지만, 바빠야 할 시간에는 바쁜 게 더 좋다는. ^^

     

     

    저 서랍장은 이미 세 달 째 공방에서 변신 중이다.

    아마 9월이 다 끝날 때쯤에야 완성되지 싶다.

    추석 전에 집에 가져가는 게 목표라고 하시니, 얼른 얼른 속도를 낼 수 있게 해 드리자.

    하지만 이놈의 목공 작업은 속도를 내자고 해서 되는 작업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급하면 실수하고 더뎌지는 희한한 작업이다.

    중간 중간 좌절의 순간도 있었지만, 잘 넘기고 이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촌닭님, 끝까지 파이팅입니다!

    마지막 작업이지만, 문짝 만들어 다는 일도 쉽지는 않답니다. 힘내세요.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뭐?

    인내심 and 체력!

     

    p.m. 08:00

     

    작업장이 조용하고 내가 참견해 드릴 게 별로 없으니, 오늘은 내가 전부터 하려했던 작업을 해 보기로 한다. 바쁘지 않은 건 이래서 좋다. 숨 쉴 틈. 누구에게나 필요한 틈.

    시간 날 때 야금야금 재단해 둔 나무들을 꺼내 놓는다.

    우선 크기와 모양, 판재 두께를 가늠해보기 위해서 이번에는 쉽게 조립하기로 한다.

    도면을 열어놓고 기억을 더듬어 하나하나 조립에 들어간다.

    그려두고 재단해 둔지 오래되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애를 먹는다.

    작은 사이즈의 소품가방이다 보니 재료들이 하나같이 조그맣다.

    오전에 작업한 것만큼이나 신중해져야 한다.

    자, 0.3mm 샤프, 지우개, 칼, 고무망치, 망치, 펜치, 클램프, 본드, 카메라, 컴퓨터….

    작품은 요만한데 큰 책상 하나가 도구들로 가득하다.

    열심히 속도를 내 보지만 오늘도 완성은 불가.

    다음번엔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

     

     

    p.m. 10:00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

    오랜만에 내 작업을 하며 밤이 깊어지니 기분이 좋아진다.

    늘 여기서 늦도록 작업하고 싶다.

    이 순간, 집에 가서 다시 아줌마가 되는 건 참 싫은 일이다.

    아이들이 내 맘 이해하려나? 글쎄, 언젠가는 그럴지도….

    회원님 배웅하고, 도구들을 챙겨 넣고, 청소하고, 불을 끄고, 문 잠그고 공방을 나선다.

    보람찬 열두 시간. 늘 이렇게 보람찼으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바람이 시원하다. 올 여름도 이제 거의 끝나가는구나.

    오늘은 인내, 내일은 완성. 인내의 여름이 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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