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단이프
  • 이프북스
  • 대표 유숙열
  • 사업자번호 782-63-00276
  • 서울 은평구 연서로71
  • 살림이5층
  • 팩스fax : 02-3157-1508
  • E-mail :
  • ifbooks@naver.com
  • Copy Right ifbooks
  • All Right Reserved
  • HOME > IF NEWS > 문화/생활
  • [30회]‘문탁 네트워크’의 공간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방법-01
    진성일 / 2013-06-18 04:14:41
  • 서론

     

    ‘문탁 네트워크(이하 문탁)’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밥 먹고 세미나도 하고 강좌를 기획하다보니 늘 공간의 부족을 경험한다. 세미나가 몇 개씩 같은 시간대에 이뤄지고 특히 강좌시간과 맞물리면서 문탁에서는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에 부딪힌다. 필요한 만큼 다른 공간을 얻어야 한다, 아니면 전체적으로 새로운 곳을 거점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물리적인 공간의 확장은 늘 그에 따른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공부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 가는데 문탁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다른 곳으로 옮기자니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즉 기존의 공간 임대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따라서 물리적인 공간 확장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공간’의 이용 상태에 대한 점검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탁 회원 대부분이 문탁에서 같이 공부를 하고 있지만, 가족단위의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의 활동공간을 크게 두 가지, 문탁공간과 (가족)주거공간으로 나눠서 살펴볼 것이다. 하지만 문탁공간의 경우는 공간 확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즉 충분히 활용하고 있음에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으므로,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01

     

    1962년에 완공된 최초의 대단위 아파트인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의 제정과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에 따라 고층, 고밀화 된 공동주택이 일반화되었다. ‘1970년대 전체 주택수의 1.9%이던 아파트 비율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증가하여 200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늘어 2010년 현재 전체 주택수의 47.1%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가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대표적인 주거형태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하에서 살펴볼 주거이용 상태를 아파트의 이용 상태라고 봐도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이용 상태를 몇 가지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맞벌이 부부가 사는 경우는 두 사람이 출근을 하고 나면 집은 비어 있다. 거실에도 화장실에도 안방에도 아무도 없다. 그렇게 8~9시간이 지난 후에 사람들은 다시 집으로 들어오고 잠자기 전 몇 시간 동안 밥을 먹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잡담을 나눈다. 사람들이 잠들면 집도 (비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잠이 든다.

     

                                                              ▲사진출처: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다음은 아이들이 있는 4인가족의 경우. 아빠가 먼저 출근하고 아이들을 학교나 유치원에 보내는 동안 집안은 북적거리면서 소란스럽다. 그 때가 집이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는 시간이다. 이후의 상황에서 대개 맞벌이 부부와 비슷하나 다른 점은 집에 주부들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주부들은 집 근처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여가 시간을 밖에서 보내기 때문에 그 동안 집은 비어 있다. 물론 문탁 회원들의 경우 오전 세미나나 강좌를 듣기 위해 집을 나선다는 차이가 있다. 시간적인 차이가 있으나 아빠가 퇴근하기까지,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와 방과 후 교실, 학원 등)에서 돌아오기까지 집은 비어 있는 상태로 있다가 대부분 저녁을 먹고 잠을 자는 행동 패턴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와 비슷하다(여기에서는 3세대가 같이 사는 경우와 독거노인 등의 주거이용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주거 이용에 있어 아파트가 갖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선 매주 정해진 요일에 재활용, 분리수거를 한다는 점이다. 일요일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그 동안 아파트 주민들은 집에 모아둔 비닐봉지, 플라스틱, 철, 종이 등을 갖고 나와 지정된 장소에 분리수거를 한다. 재활용 물건들도 대부분 이 때 집에서 나온다. 이불이나 가방, 옷 등을 한꺼번에 들고 역시 지정된 재활용 수거함에 넣는다. 물론 재활용 수거함에 있는 것만 재활용 대상은 아니다. 분리수거 장소에도 재활용 대상 물건들은 상당히 많다. 아이가 커서 안 쓰는 것들, 집에서 더 이상 필요가치를 잃어버린 ‘물건’들이 ‘집 밖으로’ 나온다.

     

    이상에서 아파트의 이용 상태를 두 가지 측면으로 바라봤다. 첫 번째는 공간의 활용 측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물건의 (재)활용 측면에서다. 사적 자본이 투입됐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공간과 물건에는 모두 소유의 개념이 들어있다. 아파트가 ‘살기 위한 집(house of living)’이 아니라 ‘팔기 위한 집(house of sale)’이라는 점에서 보면 더욱 ‘물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공간과 물건은 서로 다르게 활용된다. 공간은 쓰임이 없이 비어 있는 동안에도, 그것이 끊임없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물건은 쓰임이 없어지면 곧바로 (분리수거를 포함하여) 재활용된다.

     

     

    02

     

    앞서 살펴보았듯이 주거공간은 쓰임이 없는 상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재활용 혹은 재사용이 전혀 되고 있지 않는 반면, 그것이 문탁 활동으로 인해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문탁 공간은 늘 부족함이 문제된다. 예를 들어 문탁 주방의 경우는 단순히 요리하는 공간으로 쓰이지 않는다. 점심과 저녁 준비로 바쁜 시간 외에도 세미나와 회의 등으로 사용함으로 비어 있는 시간이 (가정집 주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세미나 공간도 부족하여 강의실이나 공부방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한편, 이러한 문탁 내의 공부와 생산을 코뮨적인 활동으로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중세의 길드를 공부하면서 많은 상상력을 공유했다.

     

                                                               ▲사진출처: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하지만 우리의 활동을 문탁 공간에 한정시키지 않고 주거공간으로 확장하여 살펴본다면 중세의 길드를 코뮨적인 활동의 장으로 참고하기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중세의 생활이 엄격한 의미의 사생활 내지 프라이버시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가족 내부에서도 정서적인 내밀성이 없었다’는 점은 독립적(그리고 사적)인 가족단위의 생활을 하는 지금의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또한 ‘작업장이 가정이었고, 노동과 가정생활의 친근한 결합은 중세기 가정집의 살림살이를 좌우했다’는 측면도 노동(공부와 생산)이 가정과 분리된 지금의 우리가 중세의 길드만을 코뮨적인 활동의 상상력으로 참고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따라서 회원들의 문탁 공간내의 활동 자체보다 각 회원들의 주거공간 재활용 혹은 재사용을 측면에서 보자면 ‘가족이나 사적인 공간에 대한 욕망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코뮨적인 관계와 접속될 수 있는 공간적 배치’를 갖는 19세기 노동자 주택에 대해서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계속)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2013/06/130618_51c00858edf05.jpg|215099|jpg|01.jpg|#2013/06/130618_51c0085a5d0d9.jpg|118912|jpg|02.jpg|#2013/06/130618_51c0085bad3fd.jpg|188353|jpg|03.jpg|#@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덧글 작성하기 -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덧글이 없습니다.

목록